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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비솝 건축부문 대표/한옥건축 전문가
 
 누구에게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김형석 비솝 건축부문 대표에게는 한옥이 그렇다. 우연히 시작한 것이 운명이 됐고 신개념 한옥마을개발까지 앞두고 있다. 그가 개발하고자 하는 한옥마을은 3가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전통마을처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하고, 수익형 모델로 만들겠다는 콘셉트다. 그에게 한옥은 어떤 의미일지, 그리고 어떤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지 그를 만나 들어보았다.
 
·사진 박창배 기자
 
 
본문
한옥을 웬수(?)’라고 말하는 김형석 비솝 건축부문 대표(50). 그가 한옥을 만난 것은 우연이었지만 운명이 아니었을까. 2000년 초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한옥건축에 뛰어들었지만 이젠 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 됐다. 젊은 패기로 시작해 울고 웃으며 한옥건축을 하다 보니 어느새 1000여명의 고객을 만났고 그 중 200명에게 한옥을 지어줬다고.
인사동에서 도자기 사업을 하는 지인이 어느 날 저에게 한옥건축을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당시 저는 실내건축을 하고 있던 터라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아서 해보겠다고 했지요. 하지만 잘 모르고 덤빈 첫 한옥건축은 혹독했다고 할까요. 건축비의 100% 가량 손해를 봤으니까요. 너무 크게 손해를 보다보니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때부터 한옥을 배워가며 일을 시작했어요.”
 
한옥은 모여 있을 때 아름답다
한옥은 건축주와 대목수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다. 건축주는 본인이 살 집이기에 설계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대목수는 한옥을 짓는데 중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옥건축의 큰 공정은 목일, 기와일, 흙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소목일(창호)을 추가할 수 있겠다. 김형석 대표는 한옥을 지을 때 너무 과장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한다. 건축주의 삶을 담아갈 그릇인 만큼 크기도 형태도 적합한 게 최선이라고.
우리의 한옥은 오랜 세월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은 겁니다. 크기와 형태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옥을 짓는 분들 중 과장하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고 건축주 또한 지나친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는 이의 마인드와 삶을 담는 그릇으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짓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한옥이 가진 매력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한옥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학이 숨어 있는 지혜로운 선조의 가르침이 깃든 주거공간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한옥의 은근한 구조적 미학이 매력적이라는 이가 있는가 하면 소박하면서 단아해 보이는 정취가 있어 좋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김형석 대표가 생각하는 한옥의 매력은 관점이 다르다. 그는 한옥은 집합주택으로서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집합주택이라고 하면 대개 아파트를 떠 올릴 수 있겠다. 김 대표는 한옥이야말로 뭉쳐있을 때 힘을 발휘한다고.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조선시대 양반들의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던 유서 깊은 지역 서울 북촌 한옥마을이나 전주 한옥마을처럼 한옥은 뭉쳐있을 때 더욱 아름답고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외진 곳에 한옥이 고즈넉하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한옥은 크든 작든 뭉쳐있을 때 더 큰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옥단지를 기획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에게 한옥이 소중한 이유
한옥건축에 완성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 걸까. 김형석 대표는 200여 채의 한옥을 지었지만 완공 후 만족스럽기 보다는 늘 부족하고 아쉬움이 남았다고 한다. 가가호호 스토리도 다양하다보니 에피소드도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건축주와 시공사의 관계는 부부다음으로 깊은 인연이라는 말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김 대표가 겪은 에피소드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재일교포의 요청으로 북촌에 지은 한옥 스토리를 소개한다.
 
어느 날 연세가 지긋한 여성 재일교포가 서울 북촌에 33(10) 남짓한 작은 한옥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하더군요. 건축주는 한옥을 짓는 동안 현장에 종종 와서는 남편이 원하는 의견을 제시하곤 했습니다. ‘왜 남편이 직접 오지 않고 아내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까의아스럽기도 했지만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기에 그냥 넘어갔지요. 그런데 완공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남편은 모습을 보이지 않더군요. 혹 한옥이 완공된 후에 남편이 꼬투리라도 잡으면 어떻게 하나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옥이 완공된 후 축하 연회를 열었는데 그날 역시 남편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연회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건축주가 눈물을 주르르 흘리더니 품에서 사진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건축주 남편의 영정사진이었습니다. 영정사진을 높이 치켜들며 한옥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더군요. 남편은 이미 운명했던 것입니다. 건축주는 소싯적에 남편이 나중에 돈 벌면 이곳에 한옥을 짓자는 얘기를 하곤 했다는데, 죽은 남편을 위해 한옥을 지은 것이었습니다.”

 
 
김형석 대표는 건축주들의 사연과 삶을 담는 그릇으로 한옥을 건축하다보니 새삼 우리 내 전통한옥마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TV광고에서 아들과 처음 하는 산행이라는 카피를 보고 감동을 받았는데 그것이 한옥마을개발을 기획하게 된 모티브가 됐다고.
옛날과 달리 현대 사회에는 가족 간 자녀 간 교류가 별로 없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아들과 대화가 거의 없었는데, 아들과 함께 한옥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한옥에 머물면서 군불을 때고 숯불에 고기도 구워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얘기를 주고받게 되더군요. TV광고 아들과 처음 하는 산행이라는 카피처럼 자녀들에게 한옥에 대한 추억이나 향수를 갖도록 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때부터 한옥마을개발을 기획했습니다.”
김 대표가 만난 한옥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 중 90%는 어릴 적에 한옥에 얽힌 추억이나 향수가 있는 분들이라고 한다. 사람은 유년시절의 경험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감성이 중요시 되는 요즘 한옥의 가치가 다시 떠오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다. 김 대표가 개발하고자 하는 한옥마을은 3가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전통마을처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하고, 수익형 모델로 만들겠다는 콘셉트다.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를 충족시켜주고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이 쌓일 수 있도록 그의 야심찬 계획을 응원하고 성공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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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웬수(?)... 신개념 한옥마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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