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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집 짓기 이야기 ④
외부 공간 및 조경 계획


앞으로 3회에 걸쳐 필자가 작은 집을 짓기 위한 설계 계획에 관련된 글을 정리해볼까 한다. 집은 허가면적 약 28평으로 작지만, 계획하면서 가족과 함께 대화하며 나눴던 고민들은 작지 않았던 것 같다.

글 이동헌<운영건축사사무소 대표>

<연재 순서>

1.부지 매입에서 계획까지
2.공사비용-1(부대비용, 골조공사비용, 전기 및 설비공사비용, 창호 및 잡철공사비용)
3.공사비용-2(바탕 및 내?외부 마감비용, 가구, 위생도기, 조명기구, 덱 공사비용)
4.외부 공간 및 조경 계획
5.실내 공간 계획
6.방수, 일조, 단열 및 환기 계획


외부 공간 계획: 그늘 어떻게 할까?
단독주택을 설계하는 일을 하면서 느낀 점 하나는 생각보다 단독주택 옥외 공간 활용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추은 겨울은 옥외 활동이 어렵다 하더라도, 봄부터 가을 까지는 정원에서 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하며 다양하게 옥외 활동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설계 했던 단독주택을 다시 가보면 의외로 옥외 공간 활용이 잘 안 되는 것을 발견한다. 그 이유야 건축주 사정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추측해 보건데 프라이버시그늘이 주요 원인 중 하나 아닌가 생각해본다. 마당에서 고기를 구어 먹거나 쉴 때 마당 앞 도로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사생활이 노출되니 마음 편히 활동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적절한 옥외 그늘 공간이 없으면 한여름 햇볕은 말할 것도 없고, 따가운 봄볕 아래에서 식사하는 게 쉽지 않다.
더러는 파라솔을 사용해 그늘을 만들어 보지만, 태양이 한 자리에 머물지 않아 파라솔 한두 개로 충분한 그늘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한두 번은 파라솔을 이용해보지만 햇볕 차단이 쉽지 않고 불편해 점점 옥외 활동을 접게 되는 듯싶다.
그래서 필자는 집을 설계하면서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는 곳에 의도적으로 건물을 이용한 그늘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오전10

정오

오후2시

오후4시

위 그림은 5월 중 시간대별 건물 그림자 시뮬레이션이다.

점선 원 표시 부분이 건물 주방과 연결된 뒷마당의 한 부분이다. 낮에도 뒷마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그늘이 지게 계획했다.

오후의 서양 볕을 차단하기 위해 건물 좌측(서측) 일부분을 북쪽으로 돌출시켰다.

 


오후 4시경의 그늘을 가까이서 본 그림이다.

4인용 테이블이 위치한 곳이 가족의 옥외 식당 공간이다. 북측 면에 낮은 동산이 있고 수풀이 울창해 프라이버시를 차단하는 데도 매우 양호하다.
집을 짓고 2년을 지내보니 한여름엔 햇볕이 워낙 강해 그늘이 있어도 야외 활동은 힘들었다. 그러나 사생활을 보호받는 공간에 건물을 이용한 일정한 그늘도 있으니 밖에 나와 쉬는 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자주 활용하게 된다.
건물 짓기 전엔 인위적으로 건물을 이용한 그늘을 만들다가 영구 음영 부분이 생겨 뒷마당 바닥과 벽에 이끼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다행히, 계획단계에서 시뮬레이션대로 동쪽 아침 햇볕이 한두 시간 정도 뒷마당 구석구석을 내리쬐어 영구 음영 부분은 생기지 않았다
단독주택을 지을 때 옥외 활동까지 생각하다면, 건물을 이용한 그늘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 보길 권한다. 물론 마당에 파고라나 커다란 수목을 이용해 그늘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건물을 이용하면 실내와 동선 연계성이 유리하고 비용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외부공간계획: 외부 공간 구성
집 대지면적은 약 78평이다. 건축면적(대지에서 건물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17평이 채 안 되니 사용가능한 옥외 공간이 61평 정도다. 건축면적에 비해 활용하는 외부 공간 면적이 상대적으로 매우 넓다. 어려서 마지막으로 살던 단독주택의 대지 면적이 30평이었고 건축면적이 20평이었으니 마당이 10평도 채 안 되었을 것이다.
생전 어머니가 화초를 유독 좋아해 10평도 안되던 마당에다 나무와 꽃을 빽빽이 심어 마치 화원 같았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집에 비해 거의 6배나 넓은 마당을 소유하고 됐으니 어머니가 계셨다면 마당을 보고 무척 부러워 하셨으리라.
시골에 위치한 전원주택에선 마당이 60평이라면 크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도시지역에선 결코 작지 않은 마당일 듯싶다. 단독주택을 짓고 살게 되면 옥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한 마음속 그림들을 풀어내기에 부족하지 않은 외부 공간 면적이다.
탁구?축구?배드민턴?자전거?텐트?야외식사?휴식?차 한 잔?담소?옥외 작업?텃밭?잔디?나무와 꽃 가꾸기?소낙비 감상?마당에 물 뿌리기?한여름 밤의 그네?해먹 등 아파트에선 누리기 힘든 단어들을 떠올리며 건물 내부 기능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옥외 공간구성을 해봤다.
외부 공간에서의 활동도 내부와의 연계성이 원할 해야 불편함이 없다. 그러므로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아래 그림은 외부 공간 구성을 간단한 조닝으로 표현해 본 것이다



 

옥외 작업 공간

단독주택에서 살게 되면 왠지 작업할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았다. 사소한 건물 수리 또는 관리를 위해서도 옥외 작업 공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했다. 또한, 아내의 가사노동과 관련해서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러한 작업 관련한 집기들을 보관할 창고를 옥외 작업 공간 한쪽에 조립식으로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전과 배수구는 옥외 작업 공간 부분에 설치하도록 했다.


사생활을 보호받는 공간에 건물을 이용한 일정한 그늘도 있으니 밖에 나와
는 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자주 활용하게 된다.

후면 덱

옥외활동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질 장소로 생각했다. 탁구대도 놓고 가족이 함께 음식을 해먹고 텐트도 칠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했다. 덱 크기도 가로 8.7m×세로 4.3m정도 되므로 이러한 활동을 하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당연히 건물 내부 기능과 연속성을 유지하는 동선으로 계획해야 했다.

예비 공간

옥외 활동은 다양한 집기가 수반될 수밖에 없어  생각 보다 수납공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수납공간이 조립식 창고나 후면 데에서 모두 해결 되지 못할  경우에 예비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 할 생각이었다.

자전거 보관

단독주택에 살게 되면 자전거는 당연히 따라 오게 되는 필수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 집엔 3대있다. 적절한 보관 장소를 만들지 않고 외기에 노출시키면 자전거가 쉽게 녹이 슬고 노후해 질 우려가 있어 자전거 보관 장소를 별도로 구획했다.

전면 덱

전면 덱에선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누는 장소로 생각했다. 식당 및 전면 마당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계획했다

2층 후면 덱

거실과 연결되는 2층 후면 덱은 필자만의 휴식공간으로 생각했다. 평상 위에서 어줍잖은 실력의 기타를 쳐보거나 평상에 누워 한가히 쉬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2층 전면 덱

안방과 연결되는 2층 전면 덱은 아내의 휴식공간으로 생각했다. 아내의 작업공간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안방 한쪽에 옹색하게 앉혀지게 돼서 덱으로 보완 했다. 일하다 잠시 쉬면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상상했다.

프로그램주차장

주차법규상 1대의 주차구획이 필요했다. 주차장을 확보해 주차법규를 충족시키면서 한편으론 주차장이 비었을 때, 마당 역할도 하도록 계획했다. 또한, 추후에 증축할 경우가 생기면 주차장 구획을 피로티로 처리해 주차장 상부에 건물을 증축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앞마당

딸아이가 축구를 매우 좋아한다. 대지 경계 한편에 미니 축구 골대를 놓고 잔디 마당에서 축구하는 것이 딸아이의 꿈이었다. 앞마당에선 축구?배드민턴과 같은 운동을 하고, 더운 여름날엔 물 분무기를 뿌려 놓고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외부 공간계획: 동선 계획


위 그림(첨부09)은 사람과 물품(음식, 집기)의 동선을 표시한 그림이다. 동선의 모양을 프리핸드 스케치로 표시한 것이라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복잡한 내용은 아니다. 분홍색의 선은 사람의 이동을, 파란색 선은 물품(음식 또는 집기)의 이동 동선을 표시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굵게 그린 부분은 동선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거라 생각한 부분이다.
사람의 활동 대부분은 여러 도구 등을 필요로 한다. 옥외에서 식사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여러 종류의 음식과 집기가 실내 공간과 외부 공간 사이를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동해야 하는 집기의 양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게 된다.

그런 이유로 옥외 활동을 하기 위해 단순히 공간만 확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활동에 수반되는 집기나 도구들이 옥외 활동에 쉽게 연결 될 수 있어야만 옥외 활동도 수월히 이루어진다. 옥외 활동의 많은 부분이 단독주택 실내 기능과도 연계성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어 실내 기능과 옥외 활동 기능의 연계성에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집은 주거하는 사람들이 실내?외 활동 공간을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수반 되는 도구나 물품들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위 그림에서 보면 후면 덱으로 사람 이동을 위한 후문을 설치했다. 또한, 후면 덱은 주방 동쪽 창문을 배선대로 이용해, 실내에서 덱으로 음식과 집기 등이 쉽게 이동되도록 설계했다. 또한, 옥외 작업 공간에 조립식 창고를 둬 후면 덱에서 활동하는데 필요한 집기들을 보관하도록 했다.  
단독주택을 계획할 때 설계사무소에서 그려준 평면을 눈으로만 볼게 아니라 색연필을 가지고 예상되는 동선을 도면 위에 그려보길 권한다.
도면 위에 사람, 음식, 집기 그리고 물품 등의 동선을 그리다 보면 도면을 눈으로만 볼 때 놓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또한, 동선 스케치를 하면서 중간 중간에 스케치를 멈추고, 멈춘 지점에서 시야가 어떻게 펼쳐지는 지 상상해보면, 유기적인 동선 계획 뿐만 아니라 풍성한 공간감도 만드는 능력을 키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실내 공간에 중점을 둔 아파트 평면과 달리 단독주택에선 실내와 실외 공간을 연결하는 동선 계획이 설계 계획의 중요한 요소다.

외부 공간 계획: 조경 및 포장 계획


집 뒤편에 낮은 산이 있고 거기에 커다란 수목과 우거진 수풀이 있어 조경 식재를 많이 심을 계획은 없었다. 필자는 라일락, 아내는 목련과 백일홍, 아들은 단풍나무, 딸은 벚나무만을 원했다.
식재 계획의 주안점은 실내에서 잘 보이는 곳에 나의 가족이 원하는 나무를 심는 것 그리고 계절에 따른 변화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었다.
주방에서 잘 보이는 곳엔 은행나무, 단풍나무, 목련을 그리고 식당에서 잘 보이는 곳엔 벚나무, 라일락, 단풍나무를 심었다. 딸 방에서 잘 보이는 곳엔 벚나무와 백일홍을 심고자 했다. 실내에서 나무가 잘 보이면서, 더불어 각자가 좋아하는 나무를 개개인의 실내 활동과 연계되도록 했다.
계절의 변화감을 맛볼 수 있게 봄, 여름, 가을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식재계획을 생각해보았다. 봄엔 개나리, 철쭉, 라일락, 벚나무를 그리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엔 장미를, 여름엔 백일홍을 가을엔 은행나무, 단풍나무를 통해 계절의 정취를 느끼고자 했다.
단독주택을 짓고 들어와 산지 2년이 지나가지만 조경계획은 아직 마음에 담고 있다.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현실로 옮겨보려고 한다. 딸아이는 커다란 나무를 심고 그 가지에 해먹을 설치하는 꿈을 아직도 꾸고 있다. 그 정도의 커다란 나무를 마당에 심기는 어려울 거다.
우리의 삶이 시시때때로 변하듯이 집도 그렇다.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축주가족들과 함께 조금씩 변해간다. 집이란 그렇게 완성되어간다. 그래서 필자의 집은 아직 미완의 집이다. 가족 모두의 꿈이 실현되는 그날이 비로소 우리의 집이 완성된 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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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집 짓기 이야기 ④ l 외부 공간 및 조경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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