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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2 우리집 유해성

우리 집이 내 몸을 해친다고?


수 백명의 사망자와 수 천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로 우리 사회는 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독성이 높아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각종 화학제품이 우리나라에서는 사용되고 있었던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항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가운데 살균제품뿐만 아니라 화학제품 자체를 쓰지 말자는 ‘NO CHEMI노 케미’ 운동까지 힘을 얻고 있다.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실내공간에 어떠한 화학제품이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도 ‘노 케미’ 운동에 한 몫 했다. 평균 수명을 70년이라고 가정하면 일생 중 56년을 실내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는 만큼 건강한 실내 환경에 대한 요구는 당연하다. 그간 우리 집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유해하고 위험한 화학제품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봤다.

김수진

유해물질, 어디에나 있다
가장 먼저 우리 실내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건축자재나 생활용품 등에 포함된 화학적 요소와 곰팡이, 진드기, 세균 등 생물학적 요소, 그리고 온도나 습도, 빛이나 소리 등에 따른 물리학적 요소가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장 위험한 요소로 화학적 요소를 꼽는다.
<실내 환경오염 감소를 위한 건축마감 재료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유기화합물을 원료로 한 건축자재와 생활용품, 가구 등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본다. 실내 유해물질 발생 원인 중 건축적 요인에서 살펴보면, 건자재와 마감재, 가구, 커튼·카펫, 시공재료 등이 원인이다. 이중 합판, 집성재, 목재류, 단열재, 석고보드 등에서 포름알데히드(HCHO)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가 발생한다. 콘크리트나 시멘트에서는 암을 유발하는 라돈이나 크롬, 분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감재에서도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마루에서는 VOCs와 환경호르몬이, 타일에서는 라돈, 납, 카드뮴, 암모니아 등의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PVC 마감재에서는 VOCs와 환경호르몬 등이 검출될 수 있으며 합성수지류에서도 건강을 해치는 물질이 나올 수 있다. 가구에서는 HCHO와 비소, 크롬, 환경호르몬이, 시공재료인 접착제 등에서는 VOCs, 벤젠, 아세톤 등이 검출될 수 있다.

천천히 지속적으로 당신을 해친다
이러한 실내 공기 오염 물질들은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 피부나 눈 점막 등에 자극을 주는 수준부터 아토피, 불안증을 넘어 암이나 신경질환까지 유발한다. 특히 무서운 점은 유해물질들이 오랜 시간동안 복합적으로 우리 몸을 공격해 다양한 질병을 지속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계속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새집증후군이 대표적 질병으로 손꼽힌다. 화학물질이나 오염물질을 포함하는 건축자재나 생활용품 사용, 접착제 등이 원인이 되는 이 질병은 실내에서만 증상이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안구 점막이나 후두 점막을 자극해 두드러기나 습진 등을 일으키며 두통과 구역질, 현기증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호흡기 질환과 기관지 천식, 심장병, 나아가 암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오염물질, 피하는 방법 없나 
환기만 잘하면 괜찮을까? 전문가들은 오염물질 종류에 따라 방출되는 방식이 제각각인 만큼 오염물질을 피하는 방법도 다르다고 지적한다.
한 예로 바닥재는 주로 표면 도장면 및 내부 접착제에서 가스형 물질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이음새 등의 틈새를 타고 표면으로 나와 공기 중으로 퍼진다. 반면 접착제의 경우는 시공이 끝난 후 며칠만 경과하면 방출량이 반감된다. 합판이나 파티클보드 등 보드류는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야 그 방출양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 하는데 그 중 포름알데히드(HCHO)는 10년이 지나야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붙박이 가구의 경우도 HCHO 방출이 많이 일어나는데 가구 문이나 서랍을 개방할 때 밀폐 시보다 표면적이 5배 증가하는 것으로 연구됐다.
그렇다면 피할 방법은 없을까. 건축 재료에 의한 실내 오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많은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가장 먼저 공간을 새롭게 배치하는 방법이 있다. 통풍이나 자연환기가 잘 되는 공간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맞통풍이 가능한 구조가 가장 좋으며, 방과 창문이 90도 각도로 마주 보도록 하는 구조도 방 공기 순환에 좋다. 침실의 경우 바닥으로부터의 오염물질 피해가 클 수 있으므로 바닥재를 친환경 자재로 선택하거나 별도의 드레스룸을 따로 설치하고 방 내 가구를 되도록 적게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 베이크 아웃Bake-out 방식이다. 보통 신축이나 개보수한 건물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으로 가구를 모두 배치하고 비 거주 상태에서 35~40도씨로 방을 수일 동안 가열하고 환기해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이때 실내에 임산부나 노약자 출입은 되도록 삼가고 내부 발열을 위해 실내 조명기구는 모두 켜놓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가급적 장마철이 끝난 직후 여름철에 실시하면 그 효과를 높이고 경비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베이크 아웃 방식도 HCHO나 기타 유해물질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환기도 좋은 방법이다. 하루 2번 이상 늦은 아침과 저녁에 각각 30분 씩 전체 환기를 하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은 흡기용 팬 등으로 강제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바람이 심하거나 오존주의보가 있는 날은 피하고 배출구에 나오는 공기가 다시 흡입구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밖에도 정기적인 청소도 도움된다. 단, 높은 습도는 유기화합물이 다른 유기물과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물청소 후 반드시 마른 걸레로 닦아야 한다.

<IN SHORT>
포름알데히드(HCHO)란? 
포름알데히드는 이른바 시체 방부제로 잘 알려져 있다. 녹색연합 측에 따르면 30ppm 농도 선에서 질병 증세가 나타나는데 100ppm 이상에서 1분 이상 노출하면 아토피 등의 피부질환과 정서적 불안이나 기억력 상실, 정신집중 곤란, 위 손상, 암 유발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기보다 약 1.5배 무거워 보통 바닥에 물질이 깔리게 되는데 이 때문에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실내에서 특히 영유아에게 치명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란?
휘발상유기화합물은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 상의 유기화합물을 총칭하는 단어다. 보통 페인트나 접착제, 건축자재, 마감재, 청소용품, 세척제, 담배 등에서 발생한다. 호흡기를 통해 몸으로 흡수되는데 주로 피로감이나 정신착란, 구토, 두통, 현기증과 심한 경우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그 양이 감소하지만, 일정 농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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