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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원생활과 집

13층 아파트 창을 통해 본 세상서 탈출해 지은 목조주택 “이 갇힌 듯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다”

10년전 안양의 아파트에 살 때였다. 겨울 어느날 아파트 창을 통해 함박눈이 내리는 정경을 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함박눈을 맘껏 맞을 수 있는 자연속으로… 그렇게 하여 우리가족은 지금의 가평으로 이사를 했다. 이곳서 목조주택을 짓고 살고있다. 이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들과 내가 사는 집에 대해서 소개한다. ■ 글 . 한명희


10여년전 안양시의 한 아파트 13층에 살던 때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성큼 자라버린 아이들도 그때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당시 아이들은 4~5살로 한참 호기심 많고 응석받이로 시중들기 힘들 때였다. 놀이터에 가겠다는 아이들을 위해 항상 엘리베이터를 아이들과 함께 타고 나서야 했고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이 혹 다치기라도 할까봐 지켜 보아야 했다. 이렇게 13층 공간에 갖혀 답답한 생활을 하면서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그러던 겨울 어느날. 아파트 창을 통해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던 광경을 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아파트 좁은 공간에서는 많은 가족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와 함박눈을 맞으며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 광경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밤새 소복히 쌓인 눈밭에 뛰놀며, 비질을 하며, 눈도 치우며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나서 부터는 서서히 도시를 떠날 준비를 했다.

우리가족들은 꽤나 일찍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전혀 불만없이 나름대로 건강한 생활을 하며 행복을 가꾸어가고 있다.

가평에 터전을 마련한 이유는 남편이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어 사업장이 있는 서울까지 그리 멀지않아 출퇴근이 가능했고 또한 마을이 있어 아이들의 학교문제도 불편없이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좀 불편하고 부족한 것들이 있었지만 감수하며 차츰 적응해 나갔다. 아이들은 유치원때부터 몇몇 안되는 아이들 틈에서 함께 뛰놀며 배우며 활동적이고 우호적인 성격으로 자라주었다. 저학년이라야 1백명도 안되는 조그만 초등학교였지만 선생님들과 부모들간의 가족같은 유대관계로 더없는 교육환경을 만들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크면서 우리 가족들은 이곳의 전원생활에서 차츰 익숙해 졌고 지금은 큰아이가 10분거리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해 아무 불편없이 다니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 교육문제에 관해 대단한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신경을 쓴다. 그러나 정작 자연속에서 더불어 심성을 기르며 정서를 다지는 교육만큼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오직 기능적이고 공부 잘 하는 자녀교육이 전부인 것처럼 대학진학이 최대의 목표인 교육에만 전념한다.

우리시대 아니 미래의 우리아이들에겐 자연을 알고 사회와 더불어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며 그런 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족은 운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기도 가평군 상면 율길리에서 살고 있다. 이곳 땅을 구입하여 2채의 목조주택을 지었다. 한채는 우리가족이 살고 다른 한채는 필요한 사람에게 매매할 생각이다. 함께 살면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살기 편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곳의 아침은 동녘산의 아침햇살로 시작된다. 동네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 학교로 가는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창을 넘어온 햇살은 방안 가득 따스하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따금 전원생활이 궁금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전원생활을 단순한 동경만으로 시작하려 해 안타까울 때도 있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은 어느때가 되면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에서 아름다운 집을 짓고 가족들과 전원생활을 즐기는 꿈을 꾸고 있다. 현재 전원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에는 주말주택으로 이용하다가 노후가 되면 내려와 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그동안 전원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직장을 갖고 있다면 출퇴근 거리가 중요하다. 서울의 경우 시내 진입거리 50㎞ 이내의 위치에 1시간대 거리면 적당하다.

둘째, 학교등 주변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이 좋다. 특히 자녀 학교문제나 시장, 병의원 등에 대해서는 꼼꼼히 체크해 보기 바란다.

셋째, 지나친 자연경관만 고집해 깊은 산속이나 계곡, 강 등 독립된 가옥을 선호하는 것은 자칫 외로움을 느낄 수 있고 혹은 방범이나 수해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어느 정도 마을이 형성된 곳이면서 독립된 공간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이 좋을 것이다.

넷째, 원주민과의 밀접한 생활을 하진 않더라도 더불어 유대관계를 갖고 환경을 이해하며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필요하다. 절대 폐쇄적이고 닫힌 마음으로 전원에 정착하려면 실패하게 된다.

다섯째, 나름대로 전원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하며 특히 전원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정원의 잔디가꾸기, 나무심기, 텃밭가꾸기, 집단장하기 등 신경쓰일 일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으로 전원으로 출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터전을 새롭게 가꾼다는 각오와 그럴만한 용기가 필요하다.

■ 사진·김혜연

글쓴이 한명희씨는 주부로 90년 가평군 상면 율길리로 이사하여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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