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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수직으로 분할하다
협소주택에 대하여

땅값 비싼 도심에서 자투리땅을 구입해, 넉넉한 연면적 소유한 건축주가 되길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못생긴 자투리땅에 짓는 협소주택, 인기 끄는 이유에서 짓기 전 알아둬야 할 단점까지 모아 소개한다.
이수민 기자 | 사진 전원주택라이프DB
도움말 & 감수 조병규(투닷건축사사무소 대표 02-6959-1076 www.todot.kr)

협소주택이란
도심 속 대지 면적이 아주 작은 곳에 짓는 주택을 협소주택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협소주택이라고 할때 정확한 면적 기준은 없지만, 대략 80㎡(약 24평) 이하 대지에 지은 좁고 작은 집을 협소주택이라 일컫는다. 시초인 일본에서는 자투리땅을 스키마(すきま, 틈)라고 부르며, 대략 대지 면적 50㎡(약 15평) 수준의 토지에 지은 집을 협소주택으로 분류하고 있다.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그렇다면 협소주택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역사적으로 보면, 1951년에 건축가 마쓰자와 마코토가 세운 자신의 집 ‘최소한 주택’이 협소주택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최소한 주택’은 복층으로 건축면적 29.1㎡(8.80평), 연면적 52.8㎡(15.97평)에 방, 거실, 주방, 욕실, 서재 등을 갖춘 초소형 주택이었다. 그 후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1976년에 설계한 ‘스미요시 주택’이 이목을 끌며 ‘협소주택’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오사카현에 위치한 스미요시 주택은 건축면적 33.70㎡(10.2평), 연면적 64.7㎡(19.5평)의 철근콘크리트 복층 구조로 네 개의 면을 모두 폐쇄해 외부와 단절한 반면, 중정을 통해 빛 바람, 하늘을 내부로 끌어들였다. 이 주택은 정면 두 칸과 측면 여덟 칸으로 구성된 매우 좁은 집으로 지금까지도 안도 타다오의 걸작으로 꼽힌다.
안도 타다오는 자신의 작품인 스미요시 주택을 설계하며 ‘생활하는데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주거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 ‘안이한 편리함으로 기울지 않는 집, 그곳이 아니면 불가능한 생활을 요구하는 가정집,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간결한 소재를 도입하고 단순하게 구성한 생활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지금까지도 협소주택을 지을 때 꼭 기억해야 할 필요 원칙이 됐다. 
안도 타다오의 스미요시 주택

협소주택 인기 있는 이유 06
단독주택보다 저렴한 가격에 단독주택의 장점을 누릴 수 있고, 좁은 면적에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과 인테리어로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01 도심에 내 집을 마련한다   대부분 평당가 높은 도심에 지어지는 협소주택은 도시 중형 아파트의 전세금 이하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02 나만의 스타일을 담을 수 있다   협소주택은 건축주의 개성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의 외관에서 내부 인테리어까지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게 된다. 또한 이런 협소주택을 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지역의 랜드 마크가 되며 간판 없이 눈에 띄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03 임대 소득을 낼 수 있다   수직으로 공간을 나눈 협소주택은 각 층마다 분리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하면 예상치 못한 임대 수입도 창출할 수 있다. 지하층이나 접근성이 좋은 1층은 작은 카페나 공방과 같은 근린생활시설로 임대를 주어 적은 금액이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다.
04 독립된 공간을 만든다   10~20평 내외의 땅만 있으면 건물을 3~4층까지 올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간을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아이가 있다면 층별로 공간을 나눠 부부와 아이에게 독립된 공간을 보장할 수 있다.
05 층간 소음의 갈등이 없다   공동 주택인 아파트에서 반려동물, 아이들 때문에 생기는 소음 문제 등으로 이웃과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들에 자유로울 수 있다. 
06 토지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협소주택은 개성이 뚜렷한 탓에 주택 매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삶의 패턴이나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매수자로 만난다면 충분히 들인 돈 이상으로 매매가 가능하다. 또한 지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점도 경제적 이점으로 들 수 있다. 

협소주택의 불편한 진실 06
협소주택은 대지 효율성과 달리 경제적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 경제적 부분인 건축비, 유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01 평당 건축비가 더 든다   협소주택은 총 공사비만 놓고 보면 평수가 큰 단독주택에 비해 총 건축 비용은 저렴할 수 있지만, 평당 단가로 따지면 최소 20~30% 비용이 더 든다. 대지가 작은 것도 평당 공사비를 상승시키는 요소다. 특히 자투리땅은 폭이 넉넉하지 않은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로가 좁으면 자재 운반하는 일이 쉽지 않고, 인력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공사를 진행하려면 최소한의 인원이 오랫동안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토지의 모양이 반듯하지 않거나, 공간의 효율성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로 주택을 올리게 되므로, 목조주택에 비해 자재비가 높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내부 공간을 기성 가구로 채우기 힘들다. 협소한 내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보통 제작가구를 설치하게 되는데 그 비용은 기성 가구보다 높다.
02 설계가 어렵다   좁은 면적에 생활에 필요한 공간을 넣으려면 최대한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고, 건축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설계가 진행돼야 한다. 따라서 그만큼 설계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건축주의 개성과 편의에 의해 설계가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택 설계 양식과 다르며, 좁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협소주택의 경우 정확한 토지측량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주택시공과 달리 1㎝만으로도 설계가 달라질 수 있다. 
03 계단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간을 세로로 활용한 협소주택은 공간을 층으로 나눈다는 점이 큰 매력일 수 있지만, 층이 많아져 건물이 높아질수록 계단도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주택 내 실내 활동이 불편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단 오르내리는 일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다. 계단 있는 집에 살아본 사람의 경험담을 체크한다. 더불어 단순히 오르내리는 귀찮음을 넘어, 짐을 옮기는 경우 예상치 못한 비용 발생 등 큰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런 단점 때문에 추가적으로 가정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도 하지만, 설치비용이 3천만 원대에다 승강기 안전검사 비용, 유지 비용 등 부가적인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실상 쉽지 않은 선택이다. 
04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   아파트나 빌라와 같이 밀집 주거지역의 경우, 마트와 식료품 매장 등이 가까이에 즐비해 있고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등 생활 인프라가 뛰어나기 마련이다. 반면 협소주택은 자투리땅에 짓는 만큼 생활 인프라가 떨어져 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
05 유지 보수 비용이 비싸다   수도세, 냉난방비, TV, 인터넷 등 아파트에 살면 관리비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겠지만, 협소주택 관리는 전적으로 건축주 몫이다. 또한 보안이나 하자보수 처리 등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참고로 토지 활용도를 최대한 높여 세로로 지은 주택인 만큼 공기의 대류가 쉽지 않고, 층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냉난방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06 추후 매매가 쉽지 않다   협소주택은 철저하게 건축주의 개성과 편의를 고려해 설계하고 완성된다. 그만큼 개성이 도드라진 주택이다. 나중에 되팔기가 쉽지 않아 환금성이 낮다는 얘기다. 해당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일반적인 아파트나 평범한 단독주택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고, 주변 시세만큼 제 값을 모두 받고 주택을 매매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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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04월호 특집 1] 공간을 수직으로 분할하다 협소주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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