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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사는 집

두타산자락서산삼씨 뿌리며 사는 사람이 지은 황토집
돌너와 지붕은 생선비늘과 같이 파닥이고…


백두대간의 가운데쯤에 해발 1천3백52m의 두타산이 있다. 이 심산유곡의 아랫동네에서 산삼씨를 뿌리며 사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신성하고 그만큼 예민해 기르기 힘든 약초인 산삼을 재배하며 사는 박재영씨가 두타산자락에 지은 황토집을 찾아보았다.


심마니가 아니라도 삼척에 가면 심을 볼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싼값에 몸보신 하는 횡재도 할 수 있다. 몇날 며칠 동안 몸과 마음을 깨끗히 하여 산신령에 빌고 산에 올라도 평생 한번 만날까 말까 한다는 산삼.
이렇듯 선택된 사람들의 눈에만 띄는 신이 내린 영약을 직접 대면하는 행운을 잡으려면 삼척의 외딴 산골로 가보라. 이곳에는 산삼 씨를 뿌리며 사는 사람들이 여럿 살고 있다. 삼척시 미로면 하건노리에서 황토집을 지어 살고 있는 박재영씨도 이런 사람중 하나다.

삼척시와 동해시, 정선군 등에 걸쳐 있는 두타산은 많은 전설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동해안의 명산이다. 해발 1천3백52m로 산수가 아름다워 사계절 등산객들이 끊이지 않고 찾는 곳이다. 두타산 서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동네가 삼척시 미로면이다. 이곳에서 두타산의 깎아지른 산자락을 뒤로하여 자리를 잡고 있는 박재영씨의 황토집은 돌너와 지붕의 기하학적 무늬가 멀리서 보았을 때 생선비늘과도 같이 파닥인다.

박재영씨는 삼척시 노곡면 여삼리 출신이다. 삼척에서도 오지인 여삼리는 장뇌삼(씨를 받아 재배하는 산삼)의 원산지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새마을 사업이 한창이던 70년대 초반 여삼리 주민들은 산등성이를 넘어 꼬불꼬불 걸어들어 와야 하는 마을 진입로를 거의 맨손으로 닦고 있었다.

얼마나 열심히 하였던지 이곳 마을의 새마을 사업은 서울의 ‘높은 사람’에게까지 보고가 들어가 ‘높은 사람’이 몸소 현장을 방문하는 야단법석이 벌어졌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서울서 높은 사람이 온다하니 선물을 준비해야 겠는데 너무 시골이라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고민끝에 생각해 낸 것이 산에다 몰래 심어놓은 장뇌삼이었다. 그것을 몇뿌리 캐 높은 사람의 손에 들려 보냈는데 장뇌삼이 출세를 하려고 그랬는지 청와대까지 들어가 대통령을 보신시켜 주었다. 그러자 소문이 났다. 대통령이 먹었다고 하니 돈많은 사람들이 다투어 여삼리의 장뇌삼을 찾게 되었고 차츰 유명세를 탔다.

쉰을 훨씬 넘긴 박재영씨는 여삼리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장뇌삼을 기르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직업이 되었다.

그의 명함을 보면 큰 글씨로 ‘산심촌’이라 되어 있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산삼·희귀약초재배’라 쓰여져 있다. 산삼을 재배하는 참으로 (희)귀한 사람이다.



그가 여삼리를 떠나 이곳 미로면 하건노리에 황토집을 지어 들어온 것도 순전히 산삼을 재배하기 위해서다. 집 바로 곁으로 두타산 험한 준령의 꼬리가 내려져 있어 산삼재배지로서는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 땅 1천여평을 구입해 1백80평정도 대지로 전용하여 서른두평의 집을 지었다. 평당 건축비는 정확하게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2백2십만원 정도 들었다.
시공은 농심마니회에서 같이 활동하는 회원에게 맡겼다. 농심마니회는 전국의 유명한 산을 찾아 다니며 산삼 모종을 심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박재영씨는 이 모임에 지금까지 13년동안이나 산삼의 종묘를 공급하고 있다.

집을 짓고 나면 누구나 그렇듯이 그도 집의 시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쳐다보면 속상한 구석들이 많다. 가장 불만인 것은 황토집이면서도 그 벽체를 판넬로 하였다는 것이다. 판넬을 세우고 겉만 황토로 시공을 했다. 진짜 황토집을 짓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은 돌너와로 올린 지붕이다. 철원에 있는 옛날집을 헐면서 버리는 것을 구해왔는데 운반비까지 1백60만원들었다. 박재영씨가 황토집을 고집한 것은 산삼과 같이 가장 자연과 가까운 집을 짓고 싶어서 였다. 산삼은 아주 예민한 식물이다.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자라지 않는다.

집 주변으로 그는 산삼이 자랄 수 있는 자연환경을 만들 생각이다. 한마디로 깊은 산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산삼을 심어 수확을 하겠다는 것인데 누구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그의 집 주변에는 깊은 산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들이 많다. 엄나무, 오가피나무, 가시오가피나무 등 모두 희귀한 약재들이다.

산삼 종묘를 산에 심은 후 그것을 수확할 수 있는 확률은 20%다. 열뿌리를 심으면 두뿌리만 수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장뇌삼은 자라면서 이런 나무들의 뿌리와 엉켜야 제대로 된 모양을 낸다. 모양이 좋아야 제값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천연산삼과 비슷한 산삼일수록 비싼데 30년생을 기준으로 값은 30만~1백만원선으로 천차만별이다. 다른 농사와 달리 산삼을 재배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는 힘이 덜 든다. 그러나 한번 심고 나서 수확을 할 때까지는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멀리보고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는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농사 산삼재배는 그래서 농사짓는 것보다도 덜 힘들면서 또 더 힘들다. 田

글·사진 / 김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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