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여유가 있는 집

마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북향집도 마다 않고 지은 하얀 목조주택


서울에 살 때에는 잠을 자고 나도 개운치가 않았는데 여기선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봄이되어 씨가 뿌려지고 싹이 돋아 무럭무럭 자라는 푸성귀들을 보노라면 새삼 신기하고 흐믓하다. 어느새 건강도 회복된 듯 하다.

중부고속도로 곤지암IC를 빠져나와 44번도로 양평방향으로 좌회전해 5km쯤가면 '만선리'라는데가 나온다. 여기서 다시 우회전해 4km쯤 가다보면 멀리 아늑한 야산 자락에 자리한 하얀색 사이딩의 목조주택이 한눈에 들어 온다. 이 곳은 윤일영 장수봉씨 부부가 사는 집으로 행정구역상 여주군 산북면에 속한다. 정북향 집으로 참하고 깔끔해보여 지나는 사람들이 카페나 가든이려니 생각하고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윤일영씨는 기자출신으로 동아일보에서 33년간 근무 하다가 관제부장직을 끝으로 정년퇴직 했다. 평소 산을 좋아해 용문산, 설악산을 주로 다녔는데 경강국도가 막힐 때마다 이 곳 44번도로를 자주 이용하곤 했다.

그리고 이 곳을 지날 때마다 ‘넉넉한 동네’라고 되뇌이며 노후를 대비한 안식처로 눈여겨 두었다.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고 교통도 편리해 전원생활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정년퇴직 후 여기저기 알아 보았지만 처음 마음에 두었던 산북면 외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오다가다 눈에 익은 이 곳에 이미 정이 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하얀 목조주택이 있는 있는 나즈막한 산밑을 새로운 둥지로 선택했다. 산을 등져야하는 만큼 북향집이 나올 수 밖에 없어 다소 아쉬웠지만 이미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다.

사실, 대개의 사람들은 남향 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으나 가격이 비싸거나 기타 환경이 나빠 전원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마음을 비우면 얼마든지 내게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윤일영씨의 설명이다.

결국 97년, 이 곳의 준농림전 8백평을 평당 15만원씩 주고 구입했다. 이중 3백75평에 대해 전용허가를 받았는데 대지가 3백평, 도로가 75평 이었다. 여기에 건평 60평의 목조 주택을 지었다.

지하와 1층이 각각 30평씩으로 1층에는 방이 2개있고, 거실, 주방, 다용도실로 꾸몄으며 밖을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도록 거실을 널찍하게 설계했다.



건축비는 1억1천만원 정도 들었고 자금은 서울아파트를 처분해 마련했다. 사실 윤일영씨가 전원을 찾게된 가장 큰 동기는 당뇨증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텃밭도 가꾼다면 건강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주 초기에 텃밭 가꾸는 것이 생각보다 다소 힘에 부치기는 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됐다. 아침 저녁으로 운동삼아 텃밭을 일구고 낮에는 책도 보고 이웃 집에 다녀오기도 한다.

이 곳에선 동물 키우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애완견 몇마리와 거위, 오리, 기러기, 닭 등 여러 종류의 가축들이 함께 살고 있다. 처음 전원생활을 시작할 때엔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지만 이제는 동물 식구도 늘어나고 주변 환경도 눈에 익어 이런 마음도 사라졌다.

어느새 건강도 회복된 듯 하다. 서울에 살때에는 잠을 자고 나도 개운치가 않았는데 여기선 잠은 자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잠을 푹자고 나니 머리가 개운하고, 무럭무럭 자라는 푸성귀들을 보노라면 흐믓할 따름이다.

봄이되어 씨가 뿌려지고 싹이 돋아 자라는 모습도 새삼 신기하고 새롭다. 이 제는 서울서 다시 살라면 못 살 지경이 됐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회수도 많이 줄었다. 우선은 자가용을 이용해야할 만큼 급한 용무가 별로 없으며 버스를 타고 읍내나 서울로 나가는데에도 재미를 붙였다. 그만큼 이 곳에서의 생활이 여유롭다는 얘기다.

버스를 타는 것도 처음엔 여간 불편하고 힘든게 아니었으나 마음을 비우니 기다리는 습관도 절로 생기고 나름대로 이 곳에서의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윤일영씨는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인의 참된 모습을 하나씩 배우고 실천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田

글·사진 / 류재청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마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북향집도 마다 않고 지은 하얀 목조주택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