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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즐겁다’ 의 저자 이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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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유, 언플러그, 사색 그리고 숲 *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전원을 갈망하는가. 혹시 오래된 도시의 낡은 일상에 대한 치기어린 반발심은 아닌가. 그 반발심은 낭만의 사치이고 유아적이고 소모적인 자기방어의 다른 모습은 아닌가. 우리가 진정으로 자연의 본성에 합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도시는 반성없이 달려가고 있다. 세상은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질 뿐이다. 조금 더 낮게, 조금 더 느리게 삶의 속도를 늦출 때, 우리는 그 자신이 서서히 본성으로 돌아가는 자연이 된다. 여기 그렇게 본성으로 돌아가고자 열꽃처럼 번지는 시골살이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따라, 그것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걷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출발점은 자연의 본성, 그 반대편에 있다. 그는 투덜거리거나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묵묵히 그 길을 걸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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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출간한 ‘시골은 즐겁다’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반응은 어떤가
☞ 책 많이 팔아서 출판사 돈도 좀 벌게 해주고, 너 좋고 나 좋고 두루두루 좋겠지만, 많이 못 팔아도 낙담은 없다.
우선 내가 충분히 만족하고, 출판과정에서 고생 많이 한 향연식구들도 대체로 만족한다. 또 일단 소수일지 몰라도 독자들의 평이 나쁘지 않다.

♣ 지인들의 소감은 어떤가
☞ 재밌고 즐겁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 출간 후 달라진 점은 없나
☞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시골은 즐겁다》는 개인적인 차원의 시골 생활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내겐 의미가 크다. 이젠 좀더 본격적인 시골살이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 본격적이란 뜻은 ‘시골은 즐겁다’의 후속탄이라도 준비하고 있단 의민가
☞ 속편으로 ‘시골은 괴롭다’를 낼까 한다. 농담이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온라인 동호회 분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내고 싶다. 내 책은 앞으로 귀농차원의 생활과 관련해서 더 고민하고 실천하고 그런 다음에 낼 생각이다.

♣ 온라인 동호회라면 ‘시골로 가는 마지막 기차’(이하 시골기차)를 말하는 것 같다. 언제 생겼고 왜 만들었나
☞ 2000년 7월경인데, 그때가 시골살이 2년차였다. 그동안 배우고 익힌 정보들을 뒤에 올 분들과 공유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서로 도움이 되고 싶었다.

♣ 왜 시골살이를 시작하게 됐나
☞ 오랫동안 나는 전기도 없는 삶을 꿈꿨다. 내 생활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시골에 내려온 건 혼자 잘 놀고 싶어서다. 혼자만의 온전한 삶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피해 내 마음 속에 가득찬 무소유, 언플러그, 사색, 숲 같은 것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왔는데 거기가 바로 여기였다. 그런데 요즘엔 딜레마에 빠진다. 혼자만의 삶을 갈망하면서도 시골살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이웃과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 거다.

♣ 시골기차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인가
☞ 혼자 잘 놀자고 내려오긴 했지만, 적어도 온전한 시골살이를 하자면 무엇보다 자기가 사는 마을에서 이웃을 되찾는 것, 그리고 그 회복된 이웃들과 지역에서 힘을 모아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시골기차로 인연이 돼 만난 분들의 지역 소모임이 있는데, 수도권과 강원권, 영남권 지역 모임이 있고 곧 충청권과 호남권을 보태면 시골기차는 일종의 전국구가 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고, 할 예정인가
☞ 대체로 시골살이를 원하는, 혹은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있거나, 이미 자리를 잡은 분들의 공통된 지향점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환경에 대한 애정이다. 하지만 원주민에게 환경 어쩌고 하는 건 홍두깨 같은 얘기고, 또 경제적인 벨트로 받아들여져 호응 얻기가 힘들다. 배고픈데 들꽃이 눈에 보이냐는 거다. 이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 농업의 붕괴에서 비롯된 갈등이고, 대안이 모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분들이 갖는 개발에 대한 바람이 지극히 도시적이라는 데에 있다. 도시가 싫어서 떠나온 이들에게 마을이 다시 그 도시로 변한다는 것은 정말 갑갑한 일이다. 개발에 따른 대량 소득과 그로 인한 대량 소비는 곧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 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광대울 비포장길이 그대로 남아 있길 바라지만, 시골 분들에겐 하루빨리 포장되고 차도 씽씽 달릴 수 있길 바란다.

♣ 원주민들의 이해를 납득할 수 없는 것도 아니지 않나. 농업은 붕괴돼가고 대안은 없고, 물리적인 근대화를 바랄 만큼 우리 시골이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니까 말이다
☞ 맞는 말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도시는 도시의 특성을 살리고, 또 시골은 시골의 특성을 살려서 차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그 나라의 모든 시골이 도시화되고 또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동질화된다는 것은 잔인한 일 아니겠나. 많이 벌면서 편리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도시로 가고, 좀 불편하고 덜 벌더라도 그 대신 여유와 쾌적한 자연 속에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주워져야 한다고 본다. 즉, 그 동안 경제적 요인으로만 구분되던 시골과 도시가, 삶의 질적 취향이나 선택으로 나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내가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돈 없어서 시골로 못 온다는 거다. 그건 결국 의식주의 편의성 등에선 도시처럼 지내고 돈도 벌고 그러면서 살기는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뜻이다.

♣ 직장이나 교육문제 등이 걸림돌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원주택들이 몰려있고, 고속도로 인접 문제도 많이들 따지는 거 아닌가. 아예 퇴직을 하고 귀농을 하면 모를까
☞ 그래서 나는 농업이 붕괴된 우리 농촌이나 시골의 미래는 종래와 같은 대량 쌀공장, 생선공장 등의 차원을 넘어서 도시에서 얻을 수 없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을 활용하고 유치하는 차별화 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우리보다 무역개방이 앞서 이뤄진 일본의 농업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도시민의 휴가나 여가를 질 좋은 유기농산물이나 도시의 열악한 생태환경을 보완할 문화관광적 요소와 결합시키는 그린투어, 마을단위 체험 프로그램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내가 사는 광대울 마을에서 YMCA와 마을단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회의와 어려움에 부딪친다. 광대울은 환경부로부터 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그래서 그것을 기점으로 마을 분들과 유기농을 준비하고 의정부 생협 등과 직거래 망을 조성하는데, 난데없이 마을 산자락에 가구공장이 들어온다고 한다.

♣ 그게 가능한 일인가
☞ 현행법규상으로는 보전림에도 일정 규모의 공장은 허가를 내줄 수 있다. 여기에 마을 분들 중에도 공장을 지어 임대 수익을 내보려고 열성인 분들이 있고, 이분들에겐 생태우수마을보다 도로확장이 우선이다.
기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원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예측 가능한 것 아니었나
물론이다. 그러나 실제 마을 분들에게는 유기농이니 그린투어니 하는 것보다 당장 공장을 임대해 월수입 100만 원을 보장받는 게 우선이다. 갈등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제나 상기해야 할 것은, 마을의 환경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소득을 선택할 것인가. 즉, 지속가능한 개발이냐 아니면 급속한 도시화의 개발인가가 쟁점이다.

♣ 내부적으로는 어떤가
☞ 마을 분들의 생각도 급속한 개발이냐, 지속 가능한 개발이냐 사이에서 통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환경이나 처지, 여건에 따라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몇 군데 전례를 살펴봐도,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생태마을이나 환경농업을 추진해도 문제는 상존한다. 돈이 안되면 안돼서 문제고, 된다고 해도 결국엔 분배 문제에서 잡음은 일어나게 돼있다.

♣ 그렇다고 모든 갈등이 저절로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지 않나. 시골기차의 역할이 분명이 있을거라 보는데
☞ 고민 끝에 마을 단위로 이런 일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모으고, 수동쪽 시골기차 분들끼리 일단 시작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적어도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어, 통합은 어렵지 않았다. 한 열명 정도 되는데, 마을을 새로 만들자는 게 큰 틀이다.

♣ 관이나 공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겠나
☞ 정부에서도 농촌에 대해 엄청난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는 걸로 안다. 문제는 이런 일에 대해 관은 언제나 한계가 있다는 거다.
그 한계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나
예를 들면, 어느 동네가 산촌마을로 지정돼 10억 정도 사업지원금이 내려왔다고 하자, 그 돈으로 제일 먼저 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 도로포장이다. 이런 식으로는 정말 도움은커녕 난감하기만 하다

♣ 원주민의 이해를 수렴한다는 것이, 결국은 도시화를 전제로 한다면 지나치게 미시적이고 협소한 문제에 코를 박고 있는 꼴이 아닐까 싶다. 투자의 형태를 제안하고 싶다면 어떤게 있을까
☞ 얼마전, 축산농가에 가축 분뇨가 하천으로 흘러드는 걸 막기 위해 적잖은 돈을 들여 분뇨적치장을 마련한 걸로 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적치창고엔 가축 분뇨 대신에 경운기나 사료가 쌓아 있었다. 물론 어려운 농촌을 지원하는 건 언제나 중요하다. 다만 그 돈이 궁극적으로 한 개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골의 장점을 살려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심도 깊은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 숲을 안보고 나무만 보는 꼴이다. 단기적으로 시급한 문제들은 근시안적인 행정에 기대지 않고 추진해나가야 할 것 같다
☞ 이런 마을 단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애쓰는 단체나 전문회사도 설립된 걸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팔당생명살림연대와 가깝다. 또 (주)이장이라는 곳처럼 마을 주민들을 도와, 친환경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시골살리기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

♣ 인터넷 웹진 오마이뉴스나 본지에 연재를 하게 된 계기도, 어떻게 보면, 이런 시골살리기에 관련된 실천의 하나로 볼 수도 있겠다
☞ 가능하면 여러분들에게 그런 생각을 제안하고 싶었다.
자, 그럼 첫 번째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긴 시간 고생하셨다. 다음 호에서 다시 뵙도록 하겠다 田

인터뷰, 글 / 엄치언 기자

* 서울 토박이 이시백은 교사이자 작가로 1998년 남양주 수동으로 내려와 지둔리 광대울 골짜기에 집을 짓고 산다. 가족을 설득하는데 8년이 걸렸고 시골살이 2년 만에 시골기차라는 온라인 동호회를 만들어 시골로, 시골로 가자며 자꾸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 ‘재회’라는 단편소설로 동양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메두사의 사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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