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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집 넓게 살기

대지 86평에 지은 27.4평의 사각 통나무집
"탁 트인 전망...100평의 느낌으로 산다"

청학동 어귀, 경남 하동군 청암면 금남부락에 있는 권판근 이정자씨 댁에는 커텐이 없다. 주변의 경관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그 경관들을 가리는 것이 아까워 안주인 이정자씨는 커텐도 달지 않았다.

창밖의 풍경, 사철 푸른 대나무숲과 숲에서 이는 성성한 바람소리 그리고 멀리 내려다 보이는 하동호의 잔물결, 청학동으로 드는 길들이 만들어 내는 유연한 곡선....

그런 모습들 그대로가 커텐이 된다. 진주시내에 살던 경상대학교 권판근 교수와 초등학교 교사인 이정자씨 부부가 전원주택을 짓기로 마음먹은 것은 오래전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적당한 곳을 찾아 다녔지만 딱 맞아 떨어지는 곳이 없었다. 좀 괜찮다 싶으면 경제적인 부담이 컷고 예산에 맞추다 보니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주변의 소개로 이곳 청학동 초입에 있는 금남마을의 대지를 소개받게 되었다. 지리산의 끝자락으로 자연경관이 좋으면서 대지 평수도 작아 경제적인 부담이 되지 않았다. 특히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어서 마을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도 좋을 듯 싶었다.

생각해 볼 것도 없이 96년 이곳의 86평 대지를 7백50만원에 구입했다. 구입당시에는 볼품없은 곳이었다. 부지는 푹 꺼져 있었고 다 쓰러져가는 빈농가가 한 채 있었다. 96년 말 빈농가를 헐고 대지를 1m정도 높여 27.4평의 소박한 사각통나무(라미네이팅)주택을 지었다. 평당 건축비는 3백만원정도 들었다.

이 집은 2층으로 되어있다. 1층은 16.94평이며 2층은 8.47평이다.

좁은 대지를 이용해 집을 지어 마당이 좀 좁지만 거실에서 내다보는 전경은 탁 트여 있어 대지가 86평이란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특히 평수로만 보았을 때 좁은 집이지만 탁 트인 전경 덕분에 실내에서도 전혀 좁다는 느낌이 없다. 8.47평에 불과한 2층의 경우 하동댐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전면으로 창과 데크로 처리하여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 집에는 내부 인테리어를 거의 하지 않았다. 나무 그 자체가 인테리어란 것이 안주인 이정자씨의 생각이다. 나무결이며 나무냄새가 모두 인테리어의 소재가 되었다.

집의 구조재는 사각(라미네이팅)통나무로 하였고 천정재는 소나무로 마감했다. 지붕은 아스팔트 슁글로 했다. 이 집을 지을 당시 부인 이정자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집을 짓고 얼마간은 교사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주말주택으로만 이용하다 올해 초 명예퇴직 하고 이곳에 들어와 살고 있다.

권판근 이정자씨 부부는 이곳에서 한해 여름을 났다. 여름 내내 통나무집의 좋은 점들을 몸소 체험하며 살았다. 바깥은 비가 내려 추적거리는데 집안으로만 들어오면 뽀송뽀송 했다. 밤에 잠도 잘 오고 자고 나면 아침에 몸이 개운했다.

나무 향기가 좋았고 한여름에도 선풍기 없이 살 수 있을 만큼 시원했다. 이곳 금남마을에는 현재 작은 평수의 대지매물이 싼 가격에 나오고 있다. 2백평 정도 대지를 2천만원정도에 골라 살 수 있다.

이들 부부는 이곳의 밭 5백평을 별도로 구입해 농사도 짓고 있다. 각종 채소를 심었고 밭에서 따온 붉은 고추는 지금 가을볕에서 한창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글·사진 / 김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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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86평에 지은 27.4평의 사각 통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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