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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전원주택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 애기봉 입구에서 다시 조각공원을 지나 문수산 등산로 초입에 다다르면 목조, 조적조, 철근콘크리트 등 다양한 형태의 전원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일명 생태마을로 일곱 가구가 시골살이 정담(情談)을 주고받으며 생활하는 곳이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집이 33평 단층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보영제(報寧齊)’다.

여기에는 건축주 김창성 이상희 부부의 살아온 삶에 대해 ‘보답’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목동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건축주는 당초 고향인 충남 보령 갈매못 천주교성지 인근에 전원주택을 마련하려고 했다.

직장이 구로동이라 주말주택으로 이용하다가 후에 완전 이주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너무 멀면 찾지 않는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주위의 만류로 2001년 봄 김포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김포를 조금 벗어나면 경관이 수려한 강화도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출퇴근 거리를 감안해 초지대교를 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그해 6월 현재의 생태마을 240평의 부지를 찾아내 평당 43만 원에 구입했다. 야트막한 산비탈을 절개해 터를 닦아 놓은 부지라 곧바로 기초공사에 들어가면 됐다.

무엇보다 맘에 든 것은 5분 남짓한 거리에 문수산 등산로가 있어 출근 전 산책하기에 그만이었다.

김창성 씨는 부지 계약을 마친 후, 이듬해 봄부터 집을 짓기로 하고 전원주택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줄자로 아파트의 각 공간을 재면서 평수에 대한 개념을 잡고 구조재와 마감재, 조경에 대해 공부했다.

여유자금을 차치(且置)하고라도 30여 평 규모에 방 둘이면 부부가 생활하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설계와 시공은 무무(無無)건축에서 했는데, 집이 완성되기까지 건축주가 직접 감리(監理)하다시피 했다. 심지어 문의 크기며 위치 등 세심한 곳까지 조절했을 정도다.

무무건축은 마을 이름에 걸맞는 생태주택 전문 시공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건축주는 ‘천지간(天地間) 사람의 집을 짓다’라는 무무건축의 슬로건과 함께 ‘시골살이를 하려면 비도 맞고 흙먼지도 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강신천 사장의 말이 맘에 와 닿았다고 한다.

건축은 올해 3월5일부터 시작해 6월12일 첫날을 보냈을 정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자연 속에 파묻힌 소박한 집

철근콘크리트 구조하면 언뜻 부드러운 곡선의 자연 지세(地勢)를 깨뜨리는 차가운 직선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집은 시골풍경에 파묻힌 소박한 형태를 지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강신천 사장은 직사각형 모양인 240평 대지에 집을 앉히기까지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한다.

“앞에는 전원카페가, 우측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군부대의 차가운 담장이 둘러쳐져 건축이 산만해지기 쉬웠습니다.

뒤쪽 적당한 거리의 문수산 능선이 유일한 탈출구처럼 보였으나, 그 역시 대지에 바로 접한 2층 주택의 차가운 라인에 차단을 당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주변의 어수선함을 조금이나마 정리하려고 형태를 최대한 없애는 데 주력했습니다.”

불필요한 라인을 줄임으로써 아무런 느낌이 없는 콘크리트나 돌덩어리로 느껴지길 희망했던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외벽을 노출 콘크리트대신 드라이비트로 마감해 평범한 외관을 다시 단순함 속에 가두어 놓았다.

때문인지 입구 담에서 바라본 동북쪽 입면의 폐쇄성은 소박하면서 드러나지 않는 이 집의 특징을 함축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공간에서 외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동북향으로 길게 늘어뜨린 평면 구성이 눈길을 끈다. 18미터의 긴 동선(動線)은 활동 방향을 한 곳으로 집약시키는가 싶더니 다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방을 거실과 동등하게 배치

각 방을 좌우에 독립시킴으로써 손님이 와서 묶는다 해도 서로 침해하지 않는 구조를 하고 있다. 거실에 딸린 화장실을 황토방 가까이 둔 것도 이 때문이다.

침실에는 세면과 화장을 겸할 수 있는 파우더룸과 욕실이 딸려 있다. 특히 욕실 천장에 채광창을 냄으로써 자칫 구석지기 쉬운 공간에 활력을 주었다.

침실에 딸린 욕실의 대부분은 빛이 통하지 않아 활용도가 낮은 편인데 이곳만큼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입구 오른쪽의 황토방은 황토벽돌 위에 한지를 바름으로써 시골집 사랑방 분위기를 연출했다.

소박한 나무계단을 통해 오르는 다락방을 겸한 서재 좌·우측에는 책꽂이와 잡다한 물품을 수납하도록 붙박이장을 냄으로써 실용성을 더했다. 답답함을 피하기 위해 계단에 난간을 만들지 않았으며 계단 밑 자투리 공간도 담담한 여백으로 남겼다.

집안 대소사를 치러내다 보니 부인 이상희 씨는 무엇보다 큼지막한 거실과 주방을 맘에 들어했다. 처음에는 거실에서 다락방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시원스럽게 트려고 했지만 독립된 공간 확보를 위해 막음을 했다.

작업공간인 주방의 대부분은 대개 거실 한쪽에 자리잡은 채 오로지 조리 기능만을 담당하기 마련이다. 변화라야 기껏 싱크대가 커진다거나 고급화되는 정도다. 그런데 이 집의 주방은 가장 좋은 곳에 위치해 작업실 겸 가족실로 사용하고 있다.

앞쪽에 주 덱(Deck)을 냄으로써 주방을 거실과 동등한 공간으로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화창한 날의 손님맞이는 주방 앞 덱에 마련한 야외테이블에서 주로 이뤄진다.

한편 주방 옆 다용도실에 싱크대를 마련해 손님들로 북적일 때도 부대낌 없이 설거지를 하도록 했다. 다용도실과 맞붙은 보일러실은 뒤뜰로 나가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집에 사용된 마감재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소재다. 내·외벽은 드라이비트며 지붕은 아스팔트슁글, 창호는 국내에서 제작된 시스템창호를 사용했다. 특이한 점은 내부의 문과 가구를 기성품이 아닌 무늬목과 미송합판을 사용해 현장에서 제작했다는 것이다.

생태주택의 백미, 황토방과 정원

본 건물 좌측에는 별채로 7평 남직한 황토방을 앉혔다. 벽과 바닥을 황토로 마감했음은 물론 군불을 때는 아궁이에 솥단지까지 내걸었다.

약쑥이 걸린 이곳에서는 건축주 부부는 물론 생태마을 주민들의 휴식처로 자리잡았다. 군불을 지피는 날이면 이곳에서는 어김없이 생태마을 반상회가 열린다.

집집마다 텃밭에서 가꾼 상추와 고추 그리고 된장과 김치를 추렴해와 함께 식사 하면서 담소를 나눈다.

건축주는 7월 초 어렵사리 조경공사를 마쳤다. 지반이 높아 담장 대신 목장 울타리를 두르고 주위에 쥐똥나무를 심었다.

잔디밭 한쪽에서는 두 그루의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생기를 발산하고 있다. 소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조경업체에서는 무더위에 제대로 자리잡을지 걱정이라고 했을 정도다.

마음을 졸이며 소나무를 심고 막걸리 한 말을 부었는데 다행히도 그날 장대비가 내려 잘 살고 있다. 건축주는 잠자리와 매미가 날아들고 여치와 메뚜기가 전원에서 노니는 것을 보면서 시골살이의 참맛을 느끼고 있다.

무무건축의 강신천 사장은 이 집을 지으면서, ‘건축은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지 않으면 잘 해낼 수 없는 작업이란 것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이것이 건축가가 아티스트 반열에 선 이유이며 그가 건축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田

■ 글·사진 윤홍로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김포시 월곶면 고막리
·대지면적 : 240평
·건축면적 : 33평(별채 14평 별도)
·건축형태 : 철근콘크리트단층주택
·외벽마감 : 미장 위 드라이비트
·내벽마감 : 미장 위 벽지 및 드라이비트(수성 코팅)
·지붕마감 : 아스팔트슁글
·천장마감 : 석고보드 위 벽지 및 드라이비트
·바닥마감 : 온돌마루
·창호마감 : 시스템창호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건 축 비 : 평당 350만 원

■ 설계·시공 : 무무건축
(032-937-9065, www.mumuhou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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