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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생각한 집

영동고속도로 장평I.C로 나가면 평창이고 그 직전에 면온I.C가 있다. 유명한 휘닉스리조트가 있지만 아직 인근의 횡계나 둔내에 비해 이곳은 비교적 덜 붐비는 편이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면서 다소 맥이 빠진 것도 사실이지만, 면온I.C 입구의 휴게소에서 만난 휴가인파는 과연 여기가 ‘대한민국 관광1번지’임을 실감케 한다.

휘닉스휴게소 맞은 편의 사람 키만큼 자란 옥수수밭 사이 길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 즈음이면 왼쪽으로 말끔히 새로 지은 황토벽돌집이 보인다.

집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친 원시림 아래로 보기만 해도 가슴 시원한 계곡물이 흐른다. 유난히 넓은 정원 한 켠에는 정원석이 둘러쳐지고 키 작은 정원수가 그 사이사이로 몸통을 박고 있다.

찾는 이들이 저절로 탄성을 자아낼 만한 아늑하고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은 일부러 심어 놓은 정원수가 마치 원래 그곳에 놓여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계곡물을 따라 아직 포장이 안된 길로 더 오르면 이렇다할 인가가 없는 한적한 산골. 행정구역상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면온리다.

굳이 산세로 파악하자면 국토의 동서를 가르는 백두대간의 정 중앙 꼭대기쯤이랄까? 좌측으로는 덕수산과 청태산, 대미산이 길을 막고 동해 길이 오히려 트였으니 백두대간의 동쪽 마지막 고개쯤이 여기일 터이다.

두 가지 황토벽돌 사용해, 기능성 더해

공무원이었던 건축주 박 씨는 정년퇴직 후 곧바로 평소 꿈꿔왔던 전원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면온I.C 부근에 집을 짓고 살았지만, ‘건강에 황토집이 더 좋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는 지금의 자리에다 황토집을 새로 지었다.

무엇보다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관광객들 때문에 조금 더 조용한 곳으로 옮기고 싶었던 이유도 크다.

지난해에 333평의 부지를 평당 15만 원에 구입하고 곧바로 공사를 시작, 4개월 만인 그해 겨울에 58평 2층집이 완공됐다.

이 집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박 씨 부부가 직접 해냈다. 물론 건축자재를 구입하는 일부터 현장인부를 섭외하는 일까지도 시공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지어보겠다는 당찬 꿈으로 관련서적을 대부분 탐독했고, 좋다는 집도 여러 곳 가 보는 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소위 ‘발바닥에 땀나게’ 다니며 필요한 자재를 간신히 구입하긴 했는데, 막상 현장기술자들을 구하는 문제가 더 어려웠던 것.

워낙 외진 곳이라 이들의 출퇴근이 문제였고 더욱이 황토집이다 보니 전문기술자가 귀해 현지조달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인근의 농가를 빌려 몇 개월 동안 기술자들을 묶게 하며 집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박 씨 부부의 집은 손수 설계한 만큼 다른 황토집과는 차이점이 많다. 건강에 좋다는 점 외에 내구성과 디자인 면에서 황토집은 단점이 많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설계시 이런 점을 집중적으로 고려했다.

외관은 전통한옥의 형태를 과감히 탈피해 지붕의 경사도가 다소 심한 유럽형으로 만들었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형적인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황토집으로는 흔하지 않게 2층으로 설계한 것도 눈에 띄는 차이다. 황토는 내구성이 약해 2층으로는 짓지 않는 게 보통이지만, 박 씨는 내부와 외벽의 황토벽돌을 다르게 사용함으로써 이런 단점을 극복해냈다.

황토집의 외벽 공사는 황토벽돌을 쌓고 줄눈 마감하거나 그 위에 황토 모르타르를 덧씌우는 방식이 있는데, 어느 것이든 그 특성상 내구성은 약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황토벽돌을 구워 만들거나 심지어 여러 첨가제를 섞어 강도를 높인 제품도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강도면에서는 우수할지 몰라도 황토 본래의 흡습이나 통기성 등은 다소 떨어진다.

그래서 외벽은 가공된 황토벽돌을 사용해 강도를 높이고, 내부는 가공하지 않은 순수황토벽돌로 마감해 내구성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던 것이다.

건강주택으로 황토집을 고려하고 있는 독자라면 크게 참고해볼 사항이다.

실제로 박 씨는 이곳 황토집에서 살게 된 후부터는 몸 상태가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한다.

오랫동안 고혈압에 시달렸던 그는 한동안 약에 의존하다시피 살아왔지만, 지금은 약을 먹지 않아도 증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고, 매일매일의 컨디션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건강과 행복을 찾아준 전원생활

박 씨 집의 외부에서 느끼는 가장 큰 특징은 현관과는 분리된 덱(Deck)의 위치다.

이 집 주변에는 3개의 계곡이 흐르는데, 바로 이 정취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덱과 함께 파라솔과 바비큐 파티장도 계곡 옆으로 내었다.

내·외벽은 모두 황토벽돌로 마감했고 내부의 바닥까지도 황토를 깔고 강화마루로 마감했다. 다만 부엌과 화장실 바닥은 물기가 스며들 것을 고려해 일부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전면 창을 크게 낸 거실과 3개의 방은 요즘의 건축 경향을 반영해 거실은 넓고, 각 방은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을 확보했다.

내부 계단으로 오르는 2층은 거실 겸 서재로 사용하고 있고 거실과 연결된 부엌은 덱으로 통하는 전면창을 내어 채광은 물론 통풍도 최대한 고려했다.

이렇게 집을 짓는 데 소요된 비용은 평당 400만 원 정도. 경험이 없다 보니 자재의 구입부터 대지 전용비용 등 불필요하게 낭비된 돈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기술자들의 인건비만도 수천만 원이 넘었을 정도다.

난방은 심야전기보일러를 쓰는데 지난 겨울에는 한 달 난방비가 약 25만 원 정도 들었다. 겨울이면 꽤 기온이 내려가는 이 지역의 특성에 비하면 예상 밖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에 대해 박 씨는 ‘황토집은 그 자체로 단열효과가 뛰어나 별도의 단열재를 사용하지 않아도 겨울이면 집 안이 따뜻하기 때문’이라 해석하고 있다.

난방비뿐만 아니라 황토는 특유의 습도조절능력도 있어 여름에는 오히려 시원해지고 집안의 퀴퀴한 냄새까지도 흡수해 항시 쾌적한 환경을 지속시켜 준다.

박 씨의 부인은 집 안에서 삼겹살이나 청국장 등의 요리를 하더라도 냄새가 배지 않아 좋단다.

이곳으로 이사온 후에 큰 손님을 여러 번 치렀지만, 집 안에 전혀 냄새가 배질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박 씨 부부는 가을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온 산이 단풍에 물든 모습을 보고싶어서다.

밤새 내린 하얀 눈이 세상을 뒤덮은 광경은 정말 잊지 못할 기억이었고, 지난 봄에 핀 들꽃에 경이로운 자연의 힘을 느끼기도 했다.

이젠 계곡물의 시원함에 취해 한여름까지 보내봤으니 이곳에서 보내는 첫 가을의 모습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저녁 해가 뉘엇이 넘어갈 즈음,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돌보던 박 씨가 활짝 웃으며 한 마디를 건넨다.

“계곡물에 담궈 놓은 막걸리가 얼마나 시원해졌는지, 올가을에 텃밭에는 무엇을 심을지 궁싯거리는 일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어요.

게다가 힘든 집안일을 해도 콧노래가 끊이질 않으니 전원생활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아마도 이들 부부는 전원생활을 건강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인생의 황혼녘에 통해 또 다른 행복을 찾아낸 것 같다. 田

■ 글 · 사진 신동성 기자

■ 건축정보
·주 소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면온리
·부지면적 : 333평
·건물면적 : 58평
·외벽마감 : 가공황토 벽돌
·내벽마감 : 순수황토 벽돌
·지붕마감 : 아스팔트슁글
·바 닥 재 : 황토마감 후 강화마루
·난방방식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비 : 평당 400만 원

■ 황토벽돌공급 : 강원연와(033-647-9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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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내구성도 겸한, 평창 58평 2층 황토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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