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담아내는 집이 때론 마음에 짐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해답을 찾은 부부가 있다. 주변의 걱정과 근심에도 꿋꿋하게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완성한 건축주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과 사진 백홍기
HOUSE NOTE
DATA
위치 전북 전주시 덕진구
건축구조 경량목구조
용도 제1종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대지면적 264.00㎡(80평)
건축면적 110.02㎡(33.33평)
연면적
130.81㎡(39.63평)
1층 91.41㎡(27.70평)
2층 39.40㎡(11.93평)
건폐율 41.67%
용적률 49.54%
설계기간 2015년 1월 ~ 2015년 5월
공사기간 2015년 6월 ~ 2015년 9월
공사비용 1억 8천만 원(3.3㎡당 453만원)
설계.시공 JYA건축사사무소 070-8658-9912 www.jyarchitects.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리얼징크
외벽-스타코
내부마감
벽-타일
천장-벽지
단열재
지붕-글라스울 R30
내벽-글라스울 R21
창호 유럽식 시스템 창호(윈체)
난방기구 가스보일러
‘두 남자의 집짓기’에서 영향받아
‘오프라 윈프리’는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경험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책 한 권이 인생에 영향을 끼쳐 성공한 그녀처럼, 살다 보면 책 한 권에 의해 삶의 지표가 달라지기도 한다. 30대의 젊은 건축주 부부도 그렇다. ‘두 남자의 집짓기’라는 책에서 영향받았다.
“아파트 생활은 원래 싫어했어요. 늘 우리만의 공간을 생각했죠. 그러다 ‘두 남자의 집짓기’라는 책을 보며 ‘집을 짓는다면 아이들이 뛰어놀며 함께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시기에 도전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용기를 얻었죠."
이들의 ‘내 집 갖기’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부족한 예산에 맞춰 농가를 개조하려 했던 시도는 사전 정보가 부족했던 탓에 교훈만 얻고 실패했다. 그러나 이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늘 집짓기와 인테리어에 관심을 두고 그들만의 공간을 그렸다. 기회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길가다 단독주택 단지를 보고 땅값이나 알아보자는 생각에 들렀어요.
그때만 해도 7~8억은 있어야 집을 짓는 건 아닌가 생각했죠. 그래서 저렴한 농가를 알아봤었죠. 그런데 땅값이 1억 3천만 원이라 당시 살던 아파트를 정리하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도전했어요.” 집도 옷처럼 기성과 맞춤이 있다.
기존 설계도를 바탕으로 약간의 변경만 주고 시공하는 일괄발주는 비용이 저렴하지만, 원하는 형태의 집을 짓기 어렵다. 설계와 시공을 분리한 개별발주는 설계비용이 적지 않게 들지만, 그만큼 거주자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맞춤집을 지을 수 있다. 부부의 선택은 후자였다.
틀에서 벗어난 우리만의 공간
건축주 부부가 아파트를 싫어한 이유는 집에 맞춰 자신들의 삶을 구겨 넣어야 했던 점이다. 그래서 “아파트 구조를 벗어나 우리의 가치관에 맞는 집을 짓자,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라는 생각에서 설계를 시작했다. 집은 향후 자녀 계획에 따라 2층 집에 아이 방 두 개를 뒀다. 부족한 창고와 거주 공간을 확보하려고 마당 한편에 컨테이너 하우스를 설치했다. 본채와 별채(컨테이너 하우스)가 마당을 감싸며 아늑한 공간을 연출한다.
주차장에서 연결한 포치는 깊다. 깊은 만큼 매무새를 돌아볼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있다. 중간엔 개구부를 두어 안쪽 깊이까지 밝혀 답답하지도 않다. 포치를 지나 들어선 현관은 수납장 없이 넓고 깔끔하다. 현관에 있어야 할 신발장은 복도에 배치해 다양한 수납공간으로 활용한다. 내부 구조는 기다란 복도에 양쪽으로 실을 하나씩 나열한 구조다. 그리고 각 실 경계엔 슬라이드 도어를 설치해 복도와 거실, 침실 공간을 분리했다. 2층은 현재 게스트룸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이가 독립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게스트룸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1층 거실과 집 뒤편에 테라스처럼 꾸민 데크다. 1층 거실은 4중주음악 모임을 진행하는 이혜영 씨 연습 공간을 겸한다. 데크는 작은 테이블과 조명을 갖춰 차 한 잔의 여유와 독서를 즐기는 공간이다. 그 옆으로 작은 텃밭도 마련했다. 이혜영 씨의 손길이 가장 많이 거친 공간은 단연 주방이다. 일본의 빈티지와 북유럽 스타일로 전체 분위기를 연출하고, 선반, 싱크대 손잡이, 개수대 수전 등 직접 소소한 소품을 이용해 솜씨를 발휘했다.
작년 9월 갓 100일이 지난 아이와 함께 입주한 부부는 집을 꾸미기에 바쁘고 힘들어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가벼웠다고 한다. 이젠 그들만의 집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는 부부. 앞으로 이들 가족의 삶이 스쳐 가며 남길 이 집의 흔적은 세월의 낡음이 아니라 생의 기쁨과 행복의 자국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