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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초량동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의 판자촌에서 시작된 동네다. 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어깨를 겹치듯 다닥다닥 집을 지었고 그사이 좁은 골목도 생겨났다. 그렇게 초량동 주민들은 알뜰살뜰 집을 가꾸며 긴 시간 자리를 지켰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생겨났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달동네로 불리던 초량동은 몇 년 전부터 여행자들이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마을 중 한 곳이 됐다. 개발 논리로 옛것이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현대사의 아픔을 안고 있는 초량동은 그리움 그 자체가 됐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이러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골목의 향수와 옛것의 익숙함을 담은 집을 짓고 싶었다. 다섯 채의 게스트하우스는 그렇게 생겨났다. 기억도 발걸음도 잠시 머물러 쉬는 집, ‘다섯 그루 나무’다.
글. 김수진 사진제공. 사진작가 노경

HOUSE NOTE
DATA
●위치 부산 동구 초량동
건축구조 경량목구조 (용도 일반상업지구)
대지면적 136.68㎡(41.34평)
건축면적 76.59㎡(23.16평)
연면적 135.96㎡(41.12평)
◇ 1동( 3F )
     건축면적 : 16.31m²(4.94평), 연면적 : 19.17m²(5.80평)
     층별면적 : 1F : 0m² ( 주차장 ), 2F : 5.07m²(1.53평), 3F : 14.10m²(4.27평)
◇ 2동( 2F )
     건축면적 : 15.18m²(4.60평), 연면적 : 30.36m²(9.20평)
     층별면적 -1F : 15.18m²(4.60평) -2F : 15.18m²(4.60평)
◇ 3동( 2F )
     건축면적 : 16.20m²(4.90평), 연면적 : 25.55m²(7.74평)
     층별면적 : 1F : 11.44m²(3.46평), 2F : 14.11m²(4.27평)
◇ 4동( 3F )
    건축면적 : 14.50m²(4.39평), 연면적 : 33.09m²(10.02평)
    층별면적 : 1F : 13.48m²(4.08평), 2F : 9.92m²(3.00평), 3F : 8.69m²(2.63평)
◇ 5동( 2F )
    건축면적 : 14.40m²(4.36평), 연면적 : 28.80m²(8.73평)
    층별면적 : 1F : 14.40m²(4.36평), 2F : 14.40m²(4.36평)
건폐율 56.04%
용적률 98.04%
설계기간 2014년 4월 ~ 2014년 10월
공사기간 2014년 12월 ~ 2015년 4월
공사비용 2억 4천만 원(3.3㎡당 583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외벽 - 시멘트 뿜칠, 벽돌 쌓기, 알루미늄 징크
내부마감 벽 - 실크벽지. VP도장
바닥 - 데코타일
창호 -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 70mm EPLUS
단열재 글라스울 R19, R21
주방기구 한샘
위생기구 대림
※설계 : 정영한 아키텍츠 02-762-9621  www.archiholic.com
※시공 : TCM 글로벌 010-8727-6345 www.tcmglobal.co.kr




정면도

좌측면도

How did build
서울에서 동생과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던 건축주는 부산 동구 초량동에 여행객을 위한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마침 정영한 아키텍츠 사무실이 동생의 게스트하우스 인근에 있어 인연이 닿아 ‘다섯 그루 나무’를 짓게 됐다.

원 대지에는 적산가옥敵産家屋과 슬레이트집, 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아직도 초량동은 오래된 가옥들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좁은 골목, 계단이 이어지는 오래된 동네다. 정영한 소장은 신축할 건물이 주변을 해쳐선 안 된다고 판단하고 어떻게 하면 주변과 어울릴 수 있는 건축물을 지을지를 고민했다. 또한, 과거의 경험이 축적된 대지의 본연 성질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역색을 살리고 이용자 편의를 추구한 설계·시공 덕분에 다섯 그루 나무는 2015년 한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건축 베스트 7’에 선정되기도 했다.

알루미늄 징크로 외벽 마무리한 모습. 반지하로 파 내려간 공간의 채광을 위해 중정쪽으로 긴 창을 냈다.

각 건물은 이용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입실 동선을 다르게 설계했다. 2층 객실로 바로 올라가는 계단을 놓아 타 이용객과의 만남을 최소화한 모습.

건물이 좁게 붙어있지만, 채광과 환기가 잘 이뤄지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상쾌하고 밝은 내부를 연출할 수 있다.

좁은 계단을 오르면 커뮤니티룸을 만날 수 있다. 아래로는 게스트룸을 배치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안마당에서 올려본 다섯 그루 나무 모습. 다섯채 모두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공유하며 방문객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부산 초량동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다섯 그루 나무. 벽돌과 시멘트 등 초량동의 오래된 건축물들이 주로 사용한 재료로 마감하고 8m 정도로 높지 않게 설계해 신축 건물이 줄 수 있는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Q_ 좁은 대지에 다섯 채나 지었던데 이유가 있나요.
정영한 소장(이하 정)_스트하우스인 다섯 그루 나무는 건축주가 1인 주거로 사용하는 한 채와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는 4채, 모두 5채로 구성돼 있습니다. 초량동의 골목 정서를 집으로 구현하고자 건물을 5채로 작게 나누어 지었습니다.
대지의 가장자리에 최대한 붙여 계획했고, 다섯 채 간의 다양한 간격에 의한 틈으로 주변 골목길과 관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창의 위치와 각 건물로의 진입로도 각기 다른 형태로 구현했습니다. 각각의 건물들은 가깝게 붙어 있지만 각 건물의 창들이 서로 교차하지 않고 채광과 주변 조망을 확보했으며, 채 별로 천창을 만들어 거주자가 자신만의 하늘을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현재는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후 용도가 바뀌더라도-이를테면, 한 채씩 장기임대를 두고 작업실 또는 스몰 세컨드 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미래 가능성을 열어놓고 설계했습니다.

Q_ 건물이 각각 다른 모습인데 어떻게 시공했나요.
정_ 게스트하우스 모든 건물은 초량동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구(舊)도심의 건축을 떠올릴 수 있도록 시공했습니다. 건물 외장에 벽돌과 시멘트 뿜칠Cement mortat spray, 알루미늄 강판, 이 세 가지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가장 먼저 벽돌은 초량동 대부분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조립이 작은 것 중 하나로 시공했습니다. 원시적 조적방식과 더불어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고 주변의 재료와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어 선택했죠. 시멘트 뿜칠 또한 초량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 및 공법인데, 과거엔 직접 사람이 반죽이 된 시멘트를 손으로 벽에 던져 뿌려 시공했습니다. 그래서 손 대신 스프레이 건을 사용해 이를 구현했는데 시멘트 뿜칠만이 가지는 독특한 텍스쳐를 만들어냈죠.

각 건물의 면마다 벽돌과 시멘트 뿜칠을 번갈아 사용한 것도 옛 건물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초량동 옛 건물들은 눈에 보이는 면만 벽돌과 타일 등으로 마감하고 뒷면이나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은 도장으로 마감했는데 이 점을 차용한 거죠.

Q_ 이용객의 동선은 어떻게 처리했나요.
정_ 게스트하우스다 보니 프라이버시 보장을 위한 자연스러운 동선이 중요했습니다. 제일 먼저, 사용자의 시선이 최대한 교차하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집으로의 진입방식부터 다른데, 1층에서 바로 건물로 들어가거나 문을 열자마자 실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진입하는 방식, 중정을 통해 외부 계단으로 들어가는 방법, 커뮤니티 공간인 가장 작은 건물로 들어가 방으로 진입하는 다양한 방법을 계획했습니다. 또한, 각 실마다 보안장치를 설치해 안전도 고려했습니다.

Q_ 가장 눈여겨볼 만한 장소는 어디인가요.
정_ 건물 중에서는 중정을 통해 2층으로 진입하는 건물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준공 후 저도 이곳에서 묵었는데, 내밀한 중정과 이어지며 대지 주변의 풍경과 맞닿아 있어 좋더군요.또한, 내부 객실에서는 채광과 환기창이 있는데 구 도심만이 가지는 평온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건물 외적으로 볼 때, 다섯 채의 자연스러운 배치로 생긴 틈과 이 틈과 관계하는 이형적 형태의 중정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러한 형태는 건물 주변의 골목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중정에서 틈을 통해 주변 경관을 바라보는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정영한 건축가는 건축물 자체로 골목의 정서가 남아 있는 초량동만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틈을 통해 골목을 재현했고, 이용객들은 그 틈을 통해 주변을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안마당을 마련해 좁게 배치된 공간에 여유를 줬다. 이용객들의 외부 활동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각 건물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3층 평면도

1. 로비  2. 방  3. 욕실  4. 주방  5. 객실  6, 다용도실  7.테라스  8.파우더룸

Q_ 주변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정_ 공사 시작부터 위화감을 조장할까봐 주민들이 걱정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초량동에 친화적인 스케일(높이 8.17m)과 외장 재료 덕분에 지은 후엔 동네 분들도 좋아해 주셨습니다.

Q_ 마지막으로 구 도심의 구옥(舊屋)을 리모델링 하거나 신축하는 이를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정_ 일단, 노후된 건물이 앉혀진 기존 대지와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를 우선해야 합니다. 오래된 동네에 집을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 건물 자체에만 집중하는데 주변과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기존 건축물의 시간 위에 새로운 시간이 더해지는 것이므로, 주변 환경과의 관계설정이 설계에서 반영돼야 합니다. 구 도심만이 가지는 특징이 있어요. 이곳 초량동을 예로 든다면, 작은 스케일의 건축물들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는데 인간적이고 정감 어린 도시 풍경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특질은 인공적으로 따라할 순 있어도 그 장소에서만 가질 수 있는 경험은 모방할 순 없어요. 오로지 그 장소의 물리적 환경에서 답을 찾고, 그 장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다섯 그루 나무를 설계할 때도 이러한 점을 유의했습니다. 기존 구 도심의 작은 건물과 골목길을 40평이라는 작은 대지 안에 적용했죠. 또한 시간의 변화가 더딘 벽돌과 시멘트 뿜칠과 같은 재료를 통해 최대한 주변과 동화할 수 있도록 신경 썼고요.

덧붙여 구 도심의 시간과 정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요즘 구 도심의 개성을 알아봐 주고 찾아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개발도 이뤄지고 있는데 그곳만의 소소한 가치를 대형개발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역만이 가지는 물리적 환경 내에서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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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동 협소주택 】 오래된 추억으로 세운 ‘다섯 그루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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