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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거제, 진도, 남해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 강화도는 아름다운 낙조와 환상적인 해변 드라이브, 전등사와 마니산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 유적지로 유명하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건교부의 김포신도시개발 발표로 세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지난 달, 이 곳에서 집 한 채가 태어났다. 강화도 길상면 초지리에 터를 닦고 목조로 틀을 잡아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올린 김돈회 씨 댁.

시멘트 사이딩으로 말끔하게 마감되어 척 보기에도 ‘새집’티가 줄줄 나는 그의 집은 슬레이트 지붕을 이고 있는 여느 농가주택들 사이에서 위풍도 당당하게 서 있다.

전원주택의 보편적인 외형이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원주민들의 생활권 안에 전원주택을 지을 때는 일종의 텃새에 밀려 나름의 고단함이 있게 마련인데, 그렇게 마을 복판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새집’이 들어서다니. 그 집주인 참 대단해 보인다.

고향에 살어리랏다
전원주택이라 함은 ‘도시 사람이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도시 외곽에 지은 집만을 일컫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중심적인 우리의 생각 속에 전원주택은 낭만과 여유로 충만한 ‘꿈’처럼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실상 전원 생활이란 낭만만으로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이야기다.

여기 ‘꿈’이 아닌 ‘현실·삶’으로서의 전원주택이 있다. 집이 부의 상징이나 재산 목록이 되기 전에 생활의 터전으로 기능 하는 것이 현실·삶으로서의 집일 것이고, 이 집은 그 조건에 부합하는 면이 많다.

그것은 어느 날 고향이 그리워 귀농한 것도, 전원 생활에 대한 탐미적인 욕구로 낙향한 것도 아닌 사람, 이 곳 초지리에 태를 묻고 40여 년이 넘게 살아온 김돈회 씨가 이 집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도시 중심적인 경제 발전 과정에서 대다수 농민들은 자녀를 도시로 보냈다. 이들 농촌 부모는 자신의 농사보다 도시로 간 자녀의 성공이 훨씬 중요했고, 이를 위해 농가의 온갖 자원을 털어 지원했다.

여윳돈이 있으면 농업개선보다는 도시 자녀의 학업·취업·사업을 위해 썼고, 심지어는 농업지원 정책 자금의 상당 부분까지 도시 자녀에게 보냈다. 이렇듯 농촌에서 도시로 순자본이 이출되고 국가 경제 자원의 대부분이 도시 지역에 투입된 결과가 현재의 농촌 현실을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는 요즘의 원정출산, 조기유학, 기러기아빠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개개인의 현실 이탈 시도들은 엄청난 자본 이출과 함께 사회의 지속적 발전 기반을 붕괴시킨다.
그래도 아직 우리의 농촌에 희망이 있고, 한국 사회에 희망이 남아있는 것은 그 와중에도 꿋꿋이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김돈회 씨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 번듯한 집을 앉혀놓자 그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이웃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고, 주인은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듯했다.

햇살 가득한 집
잔뜩 흐린 날씨에 비라도 오는가 싶더니 마침 해가 나타나고, 지은 지 한 달이 채 안된 건물의 하얀 벽이 그대로 햇빛을 반사시킨다. 마을 복판에 담도 없이 서 있는 집. 길을 향해 열려있는 마당으로 들어서니 주인은 보수 중이고, 잡견 한 마리만 소란을 피운다.

경사진 대지를 닦아 집을 앉혀서 인접도로와 집터는 최고 한 층 정도의 레벨차가 난다. 도로에서 볼 때 지하지만, 남쪽에 면한 마당에서 볼 때 지상층인 지하층은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염려했음인지 철근 콘크리트구조에 인조석으로 마감을 했고, 그 위층부터 시멘트 사이딩 마감의 2˝×4˝목조로 건축했다.

농가주택으로 지어진 것이므로 지하 30평의 면적은 모두 널따란 창고로 쓰이고, 주출입은 서측 마당에서부터 계단을 통해 1층으로 이어진다. 현관을 들어서면 좌측에 거실과 우측에 할머니 방이 있고, 좀더 진입하면 좌측에 아들 방이, 우측에 식당 겸 주방이 자리잡고 있다.

할머니 방과 주방 사이의 내부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면 작은 주방과 부부침실, 서재 겸 작은 거실이 마련돼 있다. 1층 거실은 경사지붕의 물매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2층부를 보이드하여 수평보다는 수직을 강조했고, 현관과 가까우면서 넓고 해가 잘 드는 방을 할머니 방으로 하여 정서적 안정감과 함께 거동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사실 주출입구에 도달하려면 계단을 거쳐야하므로 70대 노인에게는 힘에 부칠 수 있겠으나, 나무난간을 꼭 잡은 할머니는 ‘그림 같은 새 집’에 대만족이시란다.
그리고 1층 주방 옆에 위치한 다용도실에는 외부로 통하는 부출입구를 따로 두고 작은 덱을 연결했는데, 이는 밭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흙과 먼지 등을 닦고, 김치 등을 담글 때 필요한 유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전체적으로 집이 남향인데다가 내외벽이 모두 하얀 색이고 창도 널찍하게 내어 햇빛 하나는 지겨울 정도로 들어온다. 이 ‘밝은 집’이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70대의 노모, 김돈회·이양숙 부부에게 가족의 사랑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더 나아가 삶의 희망과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데 남김이 없기를 바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애초에 이 집은 평당 300만 원 미만의 건축비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더 이상 손 볼 수 없을 정도로 노후한 옛 집을 허물고 새집을 신축하기로 결정한 김돈회 씨는 이왕에 새로 지을 집, 예쁘게 짓자는 생각을 했고, 평소 외관의 아름다움 때문에 눈여겨보았던 목조주택을 선택했다.

그 때 도움을 준 것이 평소 친분이 있던 비손 그린 하우징의 최선길 사장. 그는 건축주의 뻔한 주머니 사정을 알고 있던 터였고, 그에 맞춰 가장 경제적인 방법들을 제안했다.그러나 결국 평당 건축비는 300만 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처음에는 최대한 건축비를 줄이려고 했는데, 하다보니 건축주가 조금씩 욕심을 부리더군요.”

그래서 각종 창호와 온돌마루 등은 시공 단계에서 고급재로 바뀌었다. 평생에 한 번 지을까 말까한 집인데, 좋게 지어야 한다는 건축주의 생각 때문이었다. 건축주와 시공자의 마음이.

산세가 아름다운 우리나라에 맞춰 아름다운 집을 짓고 싶다는 시공자와 대대로 물려줄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싶은 건축주는 한 몸이 됐다. 공사는 2개월 반에 걸쳐 순조롭게 진행됐다.

집의 완공은 또 다른 시작
아직 마당의 바닥은 공사할 때의 흙바닥 그대로다. 한 때 목수 일을 했던 김돈회 씨가 손수 정원을 꾸미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 농가주택의 마당은 조경수나 잔디로 가득할 수가 없다.

한가하게 잔디를 다듬을 시간도 없을뿐더러 농민들에게 마당은 ‘보는 곳’이 아닌 하나의 ‘기능실’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은 주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마당 한편에는 큼지막한 조경석들이 가지런히 쌓여져 있다.

김돈희 씨는 그들을 둘러보며 연신 웃음이다. ‘앞에는 조경석을 넣고, 여기는 잔디를 깔고…’ 사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한 가지만은 정확하게 전달 됐다.

자신의 집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집과 주인의 관계 형성에서 그 마음은 중요하다. 아무리 전문가에 의해서 잘 지어진 집이라도 완공된 것만으로 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집은 주인의 삶을 담보해 낼 수 있을 때 의미 있는 것이고, 또 그러한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생성·발전·소멸하게 된다. 따라서 집에 있어서 ‘완성’이라는 개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일례로 집주인의 손길과 관심을 받지 못한, 이를테면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라던가 주인이 게으른 집은 폐가처럼 변해버린다.
김돈회 씨의 집이 그와 가족들의 삶으로 인해 생명력을 얻고, 세월의 흐름을 따라 사람 사는 집다운 집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 田

■ 글·사진 이민선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인천시 강화읍 길상면 초지리
·건축형태 : 경량목구조(내·외벽 2˝×4˝,
지하층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 200평
·건축면적 : 79평(지하 30평 포함)
·내부마감 : 석고보드, 벽지
·외부마감 : 시멘트사이딩, 인조석
·지붕마감 : 아스팔트슁글
·바닥마감 : 온돌마루
·창 호 재 : U-PVC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건축비용 : 평당 350만 원(지하층 100만 원)

■ 설계/시공 : 비손그린 하우징(02-54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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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담은 집, 강화 49평형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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