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서 공간을 구성하고 배치할 때 극적인 요소로 전이공간을 이용한다. 공간 연결, 분리, 공공성, 쉼터역할을 하는 전이공간은 현대건축에서 중요한 공간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평범한 주택도 전이공간을 잘 활용하면 독특한 주택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전이공간은 미학적인 요소까지 담는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보이는 전이공간을 활용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집이 있어 양평으로 향했다. 이 집의 이름은 Y주택이다.
글과 사진 백홍기
※ 기사 하단에 이 주택과 관련된 영상을 링크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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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양평군 양평읍
대지면적 420.00㎡(127.27평)
건축면적 135.53㎡(41.07평)
연면적 181.10㎡(54.88평)
1층 111.56㎡(33.81평)
2층 69.54㎡(21.07평)
건폐율 32.27%
용적률 43.12%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
용도 계획관리지역
설계기간 2014년 7월 ~ 2014년 9월
공사기간 2014년 10월 ~ 2015년 8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콘크리트
외벽 - 송판 노출콘크리트, 세라믹 박판 타일
내부마감
벽, 천장 - 페인트, 포세린 타일
창호 - 삼중유리 시스템 창호
단열재
지붕 - 압출법 단열재
내벽 - 경질우레탄
주방기구 한샘
위생기구 대림
난방기구 린나이
설계 스튜디오 메조 02-6204-7773 http://studio-mezzo.com
마술은 예상을 뛰어넘고 불가능에서 가능한 상황을 연출해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건축을 공간마술로도 비유하는 이유도 특별할 것 없는 공간을 조합하고 재편성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숨겨진 공간으로 놀라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뛰어난 공간설계는 공간에 머무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기도 한다. 이만하면 공간마술이라는 말이 괜한 말장난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두 개의 다른 건물을 엇갈리게 배치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Y주택은 새로운 공간을 품고 있다는 것을 슬며시 보여준다.
덜고 포개어 최적의 공간을 찾다
유쾌하고 재미난 형태의 집은 다양성에 있다. 아파트가 심심해 보이는 건 반듯한 사각형 프레임을 쌓아올린 일관화에 있다. 일관화는 효율성과 경제성에 형태가 갇혀 벗어날 수도 없다. 집이란 게 거주자의 삶에 맞춰야 하는데 아파트는 거주자의 삶을 집에 맞춘 꼴이다. 아파트가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집은 거주자의 삶을 재현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같은 형태가 없다. 중년의 건축주 부부는 “적정한 규모이면서 전원의 풍경을 충분히 담아내고, 사적인 공간은 사생활이 드러나지 않는 게 좋고, 필요한 것만 담아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면서 최고의 조망과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수직으로 공간을 나누고 불필요한 공간을 과감하게 잘라냈다. 군더더기를 덜어내 간결해진 두 개의 메스를 엇갈리게 배치하니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공간 속에 공간을 담아낸 이 집으로 진입하려면 북쪽으로 난 길을 이용하면 된다. 집에 들어서면 남한강이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산이 포근하게 감싼 형태다. 부정형의 대지라 설계가 쉽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형태가 다이내믹해졌다.
집의 가장 큰 목적은 ‘쉼터’
차 한 잔의 여유, 운동, 독서, 영화감상 등 쉬는 방법은 달라도 다 같은 쉼이다. 이러한 쉼은 내일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 집의 가장 큰 목적은 충분한 쉼터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건축가는 건축주를 위해 가장 편안한 공간을 찾으려고 거주자의 취향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설계를 시작한다.
건축주는 조용한 서재와 자녀들과 함께 야외에서 즐겁고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건축주의 바람으로 공간을 과감하게 분리하고 수평적으로 어긋나게 건물을 배치해 필로티 공간을 확보했다. 이 공간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공간으로 변하면서 일상에서 쉼표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1층 매스 상부는 자연스럽게 2층 복도와 연결되는 베란다를 제공한다. 베란다는 남한강으로 막힘없이 시야가 펼쳐진다. 건물을 설계한 김태영 소장은 “필로티와 베란다는 중년 부부가 이른 새벽 남한강의 물안개를 바라보며 하루아침을 시작하거나 일몰을 감상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내부의 각 공간을 연결하는 선형의 복도는 햇빛을 받으면 넓은 면적을 지향하는 아파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1, 2층 복도는 모두 남한강을 향해 열려있어 시시각각변하는 자연을 감상할 수도 있다.
본질에 충실한 거주 공간 완성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는 “설계를 의뢰할 때 몇 가지만 요구하고 나머지는 김 소장이 알아서 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주택을 구성하는 자재의 질감과 느낌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를 좋아한다”며, “주택의 외형은 유행을 좇지 않고 주변 환경에 녹아들어 누구나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스타일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어 질리지 않는 주택을 짓는 게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 소장에게 “설계에서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충분히 의논하고 서로 바라는 스타일이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축주의 생활을 세심하게 살펴보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래야 나도 몰랐던 공간을 찾아내고 본질에 충실 한 것 같다”고 답했다.
건축주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출발한 설계는 건축가와 건축주의 의견이 합의점에 달했을 때 최고의 결과물이 탄생한다. 이 집에 하찮은 공간이 없고, 버려지는 공간이 없는 이유다. 담을 쌓은 벽돌 한 장, 거친 면을 들어낸 콘크리트 벽체도 나름대로 의미가 담겨있다.
집은 한 사람을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되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위한 공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성격을 한 공간에 담는 데 필요한 건 균형과 조화다. Y주택은 밝고 풍경 가득하면서 조용한 사적인 공간과 활동성이 넘치며 개방적인 공유 공간을 적절한 연결과 단절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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