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 정순곤(69) 씨의 ‘좋은 집짓기’는 건강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집을 잘 지었는지 적어도 2년 이상은 살아봐야 알 수 있다고 하니, 부부가 부푼 기대와 희망을 안고 입주한 지난 3년여의 세월을 되짚어 봤다. 집짓기는 성공작임을 알 수 있었다.
글과 사진 | 백홍기
HOUSE NOTE
DATA
위치 경남 사천시 신벽동
대지면적 1,138㎡(344.84평)
건축면적 157.30㎡(47.66평)
연면적 214.74㎡(65.07평)
1층 154.46㎡(46.80평)
2층 60.28㎡(18.26평)
건폐율 13.82%
용적률 18.87%
건축구조 중량 목구조, 황토벽돌
용도 자연녹지지역, 준보전산지지역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점토기와(라파즈)
외벽 - 점토벽돌
내부마감 벽 - 게르마늄 황토블록
천장 - 홍송 루바
바닥 - 게르마늄 황토벽돌(바닥용)+ 황토미장
창호 - 시스템 창호
단열재 지붕 - 샌드위치 패널
외벽 - 열반사단열재
바닥 - 스티로폼 단열재
주방기구 홈퍼니처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보보
설계
조은강현룡건축사사무소
시공
게르마늄황토집 031-798-3544
010-3830-8500 www.게르마늄황토집.kr
8년 전 아내 한영희(62) 씨 건강에 변화가 찾아왔다. 서서히 알듯 모를 듯…. 손끝과 발끝의 둔해짐은 천천히 퍼져갔다. 유명하다는 병원은 모두 찾아다녔다. 진행은 멈출 줄 몰랐다. 어차피 현대 의학으로 어찌하지 못했다. 그래서 몸에 좋은 집을 짓기로 했다. 그게 4년 전이다. 현재 아내의 둔해짐은 눈에 띄게 줄었다.
“아내하고는 오랫동안 함께 교직 생활을 해왔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진주초등학교 교장을 맡았을 때 아프기 시작했어요. 은퇴를 앞두고 집짓기 계획을 세웠어요. 2011년에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집짓기를 시작했죠.”
친환경에 견고하고 이로운 집
아내의 건강을 위해 집은 친환경으로 생각했다. 단순히 친환경이 아니라 몸에 이로운 환경을 바랐다. 그래서 튼튼하고 견고하면서 친환경 재료인 나무와 몸에 유익한 황토를 선택했다. 나무는 퇴직하기 전에 부산의 ㈜한국목재에서 마련하고 시공 일정에 맞춰 11개월간 건조과정을 거쳤다. 황토는 여러 효능이 더해진 게르마늄 황토벽돌을 개발한 ‘게르마늄황토집’시공사로 결정했다. 여러 차례 시공현장을 둘러보고 목재 다루는 솜씨를 살펴보며 골랐다. 그리고 은퇴하고 바로 집짓기를 시작했다. 먼저 정순곤 씨가 설계에서 강조한 내용은 환경호르몬 제로다.
“기초는 어쩔 수 없이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하지만, 기초를 제외한 모든 재료에서는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했어요. 구조재와 합판, 마감재도 본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어요.”
부부가 머무는 방에는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바닥전용 게르마늄 황토벽돌에 황토미장으로 마감해 황토방을 완성했다. 황토 찜질방의 효과를 집 안에서 누리기 위함이다. 침대를 사용하면 효과가 반감돼 온돌을 고집했다. 처음 계획대로 해로운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 집을 찾는 사람 모두 하나같이 편안하고 아늑하면서 잠자리가 편하다고 한다.
집은 동서로 긴 장방형 땅에 바다가 보이는 서쪽과 남쪽으로 마당을 넓게 확보해 개방감과 조망을 충분히 확보하고 앉혔다. 전체적으로 높고 낮은 박공지붕으로 계획하고, 정면 중앙의 거실을 높게 해 팔각 모임지붕과 박공지붕의 혼합한 형태로 강조했다.
“집은 손길 따라 달라져”
집은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 역시 그 못지않다. 아무리 뛰어난 주택이라도 내버려두면 몇 해 지나지 않아 낡고 허름해진다. 장인의 사소한 도구가 시간이 지나도 빛나는 이유는 매일같이 소중하게 다루는 장인의 손길 때문이다.
이 집을 처음 봤을 땐 이제 갓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3년이나 지난 집이라니! 실내를 둘러보며 더욱 의아해했다. 통나무를 사용한 중량 목구조는 1년만 지나도 기둥과 보, 용마루 곳곳에 갈라짐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 집은 갈라짐이 거의 없다. 이 정도라면 족히 3년 이상 건조한 목재를 사용했어야 한다. 그런데 1년도 채 건조하지 않은 목재를 사용하고도 이처럼 갈라짐이 적은 집은 처음 봤다. 의문은 정순곤 씨의 정성에 있었다. 함께 자리했던 게르마늄황토집 최을룡 사장이 증언한다.
“입주하고 1년 뒤 겨울에 집이 어떤지 찾아왔었어요. 당시 거실 바닥에 젖은 수건 수십 장이 깔려 있었어요. 나무가 터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습도 조절을 위한 거였어요. 그동안 수많은 집을 지으면서 이렇게 세심하게 관리하는 건축주는 처음 봤습니다. 다른 집은 6개월만 지나도 나무가 터지기 시작해 심하면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죠.”
나무의 갈라짐은 건조한 겨울에 심해진다. 난방까지 더해져 실내 습도는 급격하게 낮아진다. 나무는 수분을 빼앗긴 만큼 수축하면서 여기저기 갈라짐이 발생한다. 조용하고 차분하며 우직한 집을 마주하고 있으니, 세월의 무게에 변함없는 고택의 모습이 스쳤다.
고된 전원생활에서 얻은 건강
마당은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을 만들거나, 먹거리를 심어 텃밭으로 이용할 수 있고, 조용한 쉼터나 놀이터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필요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하며 전원생활을 풍족하게 만드는 마당은 ‘전원생활의 꽃’으로 봐도 부족하지 않다.
정순곤 씨의 마당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고요함’이다. 그러나 대문 앞은 한 단어로 압축하기엔 많은 요소가 담겨있다. 작지만 위풍당당한 소나무가 바위에 버티고 있고, 양 옆으로 돌계단이 현관과 연결된다. 현관이 거친 남성의 느낌이라면, 마당은 가지런하고 정갈한 여성의 느낌이다. 나무는 적당한 간격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 정원사의 손이 스쳐 간 듯한 이 모든 건 정순곤 씨의 작품이다.
“3년간 직접 가꿔왔어요. 제초제는 아내에게 좋지 않을까봐 사용하지 않았어요. 틈나면 풀 뽑고 잔디 정리하는 게 일이죠. 지난해엔 너무 오랫동안 풀을 뽑다 손에 이상이 와서 수술도 했죠. 그래도 직접 할 생각입니다.”
정성이 도가 지나쳐 보인다. 고된 노동처럼 보여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있다.
“전원생활은 직접 가꿔야 제맛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마당은 아내가 운동하는 공간이라 예쁘게 가꾸려고 합니다. 디딤석과 모래밭도 아내가 천천히 디디면서 운동할 수 있게 만든 거죠.”
날개 잃은 새가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스스로 “아내가 없는 삶은 날개 없는 새”라고 하는 건축주. 8년 동안 고된 생활을 탓하기보다 오히려 많이 걷고 움직이면서 즐거운 전원생활까지 하게 됐다며 지금의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몸과 마음도 더없이 건강해졌다고 한다. 주변에선 인생 선배로서 고참에 속하지만, 체력만큼은 신참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건강한 삶은 아내와 함께 오래 지속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