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밭이 끊임없이 이어져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건물이 제법 빽빽이 들어선 시내로 접어든다. 주택에서 5분 거리에는 버스정류장 종점이 있고, 각종 병원과 대형마트도 즐비하다. 이런 단지 내에 자리 잡은 경산 주택은 깔끔한 외관이 인상적인 일본식 주택이다. 여기에 더해 두 자녀의 개인 공간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구조로 주택의 실내를 꾸몄다. 최상의 입지 조건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한 주택을 찾아가 건축주 부부의 소소한 얘기를 들어봤다.
글과 사진 김경한
HOUSE NOTE
DATA
위치 경북 경산시 자인면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용도 자연녹지지역
대지면적 661.00㎡(200.30평)
건축면적 111.17㎡(32.92평)
연면적 200.84㎡(60.86평)
1층 111.17㎡(32.92평)
2층 64.55㎡(21.28평)
지하 25.12㎡(7.61평)
건폐율 16.82%
용적률 26.58%
설계기간 2015년 7월 ~ 2015년 8월
공사기간 2015년 8월 ~ 2015년 12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세라믹 기와
외벽 - 스타코플렉스, 세라믹 타일
내부마감
천장 - 인테리어 천장, 등박스
벽체 - 벽지, 아트월, 타일, 디자인판넬
바닥 - 포세린타일, 강마루
창호 - 독일식 시스템 22㎜ 창호 (로이 2중 유리)
단열재
지붕 - 인슐레이션 R32
외벽 - 인슐레이션 R21
내벽 - 인슐레이션 R11
주방기구 한샘
위생기구 대림바스
설계 및 시공
(주)코원하우스
1577-4885 www.coone.co.kr
‘모전자전’으로 시작한 전원생활
건축주 이승재(60) 씨 부모인 이홍우(86)·손봉순(82) 씨는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12명의 아이들을 입양했다. 제 자식 키우기도 힘들텐데, 부모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을 키우고자 12명이나 입양했으니 그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건축주 부모는 이런 점을 인정받아 경북지사 표창을 받는 등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각종 표창을 받았다.
손봉순 씨 입양 가족 중에는 척추장애인인 여동생(42)이 한명 있다. 건축주의 모친은 자신들이 이 세상을 떠나면 오빠 고생시키지 말고 요양원에 가라며 그 여동생에게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이승재 씨는 ‘모전자전’, 어머니의 마음씨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한번은 건축주 이승재 씨가 아울렛 매장에 들러 여동생에게 옷을 사준 적이 있다. 이승재 씨는 당시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여동생 옷을 고르는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여동생을 보고 눈에 보일 정도로 정색하며 몸을 피한 것이다. 이런 가슴 쓰라린 경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 번째 경험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겪었다. 몸이 불편한 여동생을 보고 입주민들이 다들 구석으로 몸을 숨기기에 바빴던 것이다. 이에 이승재 씨 부부는 아파트를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전원주택을 짓고 그곳에 척추장애인인 여동생이 머물 공간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비록 지난해 말에 공사를 마치긴 했으나, 아직까지는 여동생이 건강하게 돌아다니므로 함께 사는 것은 나중으로 미룬 상태다. 앞으로 여동생과 함께 살게 되면 몸이 불편한 여동생을 위해 지하주차장과 1층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개인 공간 극대화
외관은 군더더기 없이 세련미가 돋보이는 일본식 주택이다. 주택 위로는 모임지붕을 얹어 시선을 집중시켰으며, 그 밑으로 이어진 외벽은 스타코 플렉스로 깔끔하게 마감하고 세라믹 타일로 포인트를 줬다. 외관은 어찌 보면 단순하고 정갈함이 묻어난 형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다채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거실과 주방은 약간 어긋나게 배치했다. 이는 공용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로 작용했다. 그러면서 주부가 주방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적절히 감출 수 있게 했다.
안방은 남향으로 벽면 전체를 꽉 채우는 창문으로 시공했다. 동향으로도 세로로 길게 뻗은 고정 창을 내 아침이면 따스한 햇볕이 방 구석구석에 스며들게 했다.
2층 방은 두 자녀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시공했다. 우선 아들과 딸의 방 사이에는 긴 복도를 둬 개인이 머무는 공간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들과 딸의 방에는 각각 개인 드레스룸을 두고 남향으로 난 창문 앞으로는 개인 베란다를 뒀다. 베란다 위로는 지붕을 최대한 넓게 뽑아내 비나 눈이 오는 궂은 날이 와도 베란다에 머물며 운동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건축주 감동시킨 시공사의 열정
건축주 이승재 씨는 가족이 모두 만족할 정도로 개인 공간의 활용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었던 이유를 시공사의 공으로 돌렸다.
이승재 씨에 따르면, 시공사는 시공하는 동안 정확한 타임라인에 따라 공기工期를 준수했다. 보통 건축주들은 무슨 공정이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시공사는 처음 건축주와 약속한 날짜와 시간대 별로 정확하게 공사를 진행해 신뢰도를 높였다. 이승재 씨는 그 덕분에 단열재 시공 등 체크가 꼭 필요한 공정은 스케줄에 맞춰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시공기간이었던 지난해 가을에는 비가 많았는데, 이 시기에 그 넓은 주택 대지를 천막으로 가려 시공하는 열정도 보였다. 담당 디자이너는 공사 진행 중에도 타일이나 문고리 등 사소한 물품의 변경 사항을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며 건축주와 끊임없이 소통했다. 이승재 씨의 시공사에 대한 믿음이 커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건축주에게 유용하다고 판단하면 절대 양보하지 않는 끈질김도 보였다. 예를 들어, 데크의 경우 전원주택에서는 일반적으로 나무 데크가 시공되고 있으나 시공사는 이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무 데크는 처음에는 산뜻해 보이나 2~3년만 흐르면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뒤틀려 다시 보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건축주의 주택에 대한 유지관리도 신경 써주니 건축주는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건축주 이승재 씨는 시공사의 추천대로 현무암 석재로 데크를 시공했다.
건축주 부부는 공기를 준수하고 끊임없이 건축주와 소통한 시공사의 열정 덕분에 공사 시작부터 마무리 시점까지 편안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앞으로는 건축주 부부가 가족과 기쁨을 나누고 그들의 사생활을 존중하며 완성해 가는 이곳에서 향긋한 사랑의 향기를 드러내는 일만 남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