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주택은 메타세콰이어 길이 환상적으로 펼쳐진 채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마당에 들어서면 메타세콰이어 너머로 수북면의 확 트인 곡창지대를 내다볼 수 있다. 시선을 살짝 옆으로 향하면 저 멀리 삼인산 능선이 겹겹이 싸인 채 끝 모를 여운을 남긴다.
글 김경한 사진 강창구
취재협조 아스카건설
HOUSE NOTE
DATA
위치 전남 담양군 수북면 한수동로
대지면적 1,063.00㎡(322.12평)
건축면적 149.52㎡(45.31평)
연면적 195.37㎡(59.20평)
1층 144.23㎡(43.71평)
2층 51.14㎡(15.50평)
건폐율 14.07%
용적률 18.38%
건축구조 노출 중목구조
용도 보전관리지역, 준보전산지
설계기간 2015년 1월~2015년 1월
공사기간 2015년 2월~2015년 5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테릴 점토기와 (주황색)
외벽 - 파벽돌내부마감
천장 - 규조토, 편백나무
벽체 - 규조토, 편백나무
바닥 - 모르타르 위 원목마루
창호 - LG 3중 유리 시스템 창호
단열재 지붕 - 인슐레이션 R32
외벽 - 인슐레이션 R21
내벽 - 인슐레이션 R11
주방가구 한샘 싱크대
설계 및 시공
아스카건설 1688-2975 www.askaconst.com
도시와 시골이 공존하는 부지
원래 건축주 이일오·김정화 씨 부부는 이 주택을 세컨드하우스로 쓰려고 했다. 그런데 부부의 주생활권인 광주광역시가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우면서도 시골의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해 상주를 결정했다.
“이 부지를 보는 순간 ‘여기로 꼭 와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는 광주와도 가깝고 시골 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아내 김정화 씨는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 10년간 전원주택을 꿈꿔 온 남편 이일오 씨와 대립각을 이뤘지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풍광과 도심지와 인접한 이 부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더군다나 주택지 뒤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담양군 청소년 수련관과 성암 청소년 야영장이 있어 진입로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낙엽이 지면 담양군에서 낙엽을 치워주고 눈이 쌓이면 제설작업을 해주기 때문이다.
견고하면서 아늑한 느낌의 중목 구조
건축주 부부는 처음 건축 구조를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다. 목구조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흔히 시공하는 경량구조는 뼈대가 약한 듯싶어 심적으로 불안했다. 부부는 고심 끝에 중목구조로 뼈대를 세우기로 했다. 시공은 프리컷 시스템을 도입해 중목구조 시공을 체계화한 시공업체에 맡겼다.
프리컷 시스템은 공정들을 CAD/CAM으로 도면화한 후 기계를 통해 부재를 가공하는 시스템이다. 시공사는 프리컷 시스템을 통해 부재를 크로스 커팅기로 정밀하게 가공하기 때문에 구조물들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암수 형태의 홈만으로 끼워 맞출 수 있다. 이렇게 가공해 세우는 중목구조 골조는 그 어느 주택의 것보다 견고함을 자랑한다. 특히 북미산 홍송으로 시공한 담양 주택은 목재가 웅장하고 관리가 쉬운 점도 강점이다.
아내 김정화 씨가 중목구조로 시공한 후 특히 맘에 들어 하는 부분은 노출 지붕이다.
“경량 목구조로 지은 주택을 가보면 노출 지붕을 인위적으로 덧댄 것이기 때문에 마치 도토리 모자를 씌워놓은 것처럼 위에서 짓누르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주택을 시공하면서 중목 구조의 지붕과 벽면 골조를 모두 노출했습니다. 그랬더니 지붕을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면서 아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시공사 권길상 대표는 “중목구조의 목재를 건축물 내부로 노출하면 썩거나 자외선에 바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부재가 너무 커지지 않아 터짐소리가 덜하며 상부로부터의 중압감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목재의 향과 질감, 못을 사용하지 않은 구조미를 즐길 수 있는 점이 최고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담양 주택은 기둥이 그대로 노출된 형태이면서 뼈대 주위의 벽면은 모두 규조토로 마감한 것이 특징이다. 규조토는 숯보다 5,000배 이상의 공기층을 형성해 본체의 절반을 수분으로 채울 수 있는 강한 수분 흡착력을 가진다. 이러한 원리로 규조토는 습기와 악취를 잘 흡수하고, 암을 유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을 흡착하는 장점이 있다. 건축주 부부는 규조토로 벽면을 마감한 덕분에 집 안에서 악취나 습기 걱정 없이 대자연 속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게 됐다.
개방감을 극대화한 공간 구성
건축주 부부는 집 안의 모든 공간을 남향으로 배치해 따스한 햇볕을 충분히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대지가 길다 보니 거실과 주방을 남향으로 하면 안방이 서쪽에 배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부부는 이를 극복하고자 거실과 안방 사이에 공간을 뒀다. 이를 통해 안방에서 남향으로 공간이 생겼고 여기에 창문을 내 조망권을 확보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거실과 안방의 떨어진 공간을 보고 마치 집이 두 채인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노출 지붕이나 안방 구조에서 알 수 있듯이 건축주 부부는 주택 시공 시 시원한 개방감을 강조했다. 이는 거실과 주방을 잇는 복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원래 복도는 최대 1,500㎜ 폭으로 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되면 나무 골조의 두께로 인해 실제적인 복도 폭은 1,300㎜이 된다. 그런데 건축주 부부는 이 복도가 현관과 바로 이어져 있으므로, 이 공간이 좁으면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답답한 느낌부터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건축주 부부는 복도 폭을 1,800㎜까지 넓혔다.
이런 개방감은 거실 계단과 주방 조리대에도 나타난다. 계단은 원래 시공사가 ㄱ자로 꺾어지는 형태를 제시했지만, 건축주 부부는 그렇게 되면 거실에서 2층을 바라볼 때 계단으로 막혀 답답할 것 같았다. 이를 해결하고자 건축주 부부는 거실에서부터 2층까지 계단을 일자로 쭉 뻗는 구조로 시공했다. 주방 조리대도 아일랜드 식탁을 탈피하고 조리대 양 옆으로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건축주 부부는 주택을 시공하며 기존 주택과는 다르지만 자신들의 개방적이고 여유 넘치는 성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주 부부의 시공 경험담을 들으며 이미 틀이 짜여진 아파트에 눌러 사는 이들은 절대로 누릴 수 없는 ‘만들어 가는 기쁨’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