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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서울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이래서는 오늘 주택취재가 가능할지 의문을 갖고 취재처인 남양주시 수동면으로 향했다. 서울을 벗어나면서 하늘은 파란빛을 찾아갔다. 남양주시를 지나 수동면에 거의 다 도착할 즈음에는 하늘을 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파랗다 못해 코발트 빛 하늘과 선명하게 보이는 산자락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속 깊은 곳까지 깨끗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강원도 어느 시골 같기만 하다.

부동산 컨설팅을 하고 있는 박성길씨(이하 건축주)는 충남 부여에서 아내와 연년생 아들 둘을 데리고 얼마 전 남양주시 수동면에 2층 스틸하우스를 짓고 이주를 했다. 이주 하기 전 건축주는 경기도를 다 뒤지며 집지을 자리를 찾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수동면이다. 직업이 부동산 컨설턴트인 만큼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교육환경, 생활편의시설 등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이주 지역을 결정한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의 눈으로
경인방송에서 부동산 강좌를 한 부동산 컨설팅 전문가인 건축주는 그의 실력을 이번 기회에 십분 발휘했다. 가족을 위해 선택한 곳이니 이것저것 안 따져 볼 수가 없었다.
그가 말하는 수동면 지역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곳은 최근까지 저평가 지역이었지만, 주5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앞으로 호평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수동지역은 현재 성장관리권역, 수질보호2권역이며 362번 국도가 남양주까지 확장되어 10여 분 거리면 접근이 가능하다고 한다. I.M.F. 전까지만 해도 별장지 1위로 손꼽혔다.

지금의 집이 들어서 있는 이곳은 2003년 4월에 이주를 결정했는데 250평의 임야와 농지를 평당 40만 원에 구입했다. 지금은 건축주의 집 옆, 그리고 뒤편으로 택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앞으로 19가구가 더 들어오고 4가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현재 분양을 마친 상태다.

바른길을 가라는 도진재
집의 이름은 건축주의 호를 딴 도진재. 굳이 본인의 호를 딴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불교신자인 건축주가 스님에게서 바른길을 가라고 ‘도진’이라는 계를 받았는데 연년생의 두 아들이 이 집에 살면서 바른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붙인 것이다.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엉성한 글씨체에 어설프게 만들어 놓은 문패.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정겨워 보인다.
‘남양주시 수동면 운수리 산 xx번지’
최경희 박성길
박경만 박경호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서 이집을 지었다는 건축주의 말처럼 문패에는 자신의 이름보다 아내의 이름을 먼저 넣고 아래는 두 아들의 이름을 넣었다. 딸 많은 집의 셋째딸과 결혼한 운 좋은 사나이 박성길 씨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 보인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건축주의 아내가 만든 십자수가 집안 곳곳에 장식 되어 있다. 시골에 살면서 따분하다고 느끼기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생겨 그 시간을 활용해 만들어 둔 것이라 한다. 비싼 그림 한 장 벽에 떡하니 걸어두는 것보다 더 값어치 있어 보이는 것은 그 속에 사랑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전원으로 이주를 하려는 젊은 부부들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아이들의 교육문제다. 서울과 한 시간 거리이긴 하지만 서울에 비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건축주는 잘라 말한다.
“전 아이들의 I.Q 발달보다는 E.Q를 키워주고 싶습니다. 밖에서 흙도 만지고 바람도 느껴보고 동네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놀고, 그리고 여기라고 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학습지 선생님들이 여기까지 다들 오시거든요.”

아이들 방에는 대나무 블라인드가 걸려있어 물어보니 항상 꼿꼿하고 푸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걸었단다. 올해 7살인 경만이와 6살인 경호는 방을 같이 쓴다. 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같이 쓰게 하는 건 두 아들들의 사회성을 키워주고 싶어서다. 또 아이들에게 조상의 소중함을 가르쳐주기 위해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사진을 서재에 걸어두고 골동품을 집안 곳곳에 진열했다. 자신의 뿌리를 제대로 알아서 제대로 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거실에 있는 괴목은 일흔아홉의 건축주의 아버지가 선물로 준 것인데 약간 부서졌다. 그래도 아버지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괴목이라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사랑받고 큰 사람이 사랑을 줄 줄도 안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듯하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막내 동서가 건축기술사이고 건축주는 건축회사를 직접 운영해 본 적이 있었다. 시공사 선정이 얼마나 까다로웠는지 보지 않아도 알만 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시공사는 스틸하우스 전문 업체인 남양하우징 이었다. 골조는 H빔인데 목조주택 벽체와 똑같이 2"X4"의 목구조 형식으로 목조주택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 선택을 했다. 공사가 시작된 것도 장마철이 시작될 즈음이었는데 시공이 빠르고 간결한 스틸하우스 공법이라 장마 때도 그렇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집은 동사택 개념으로 앉혔다.
부엌을 크게 만들어 집 안의 중심을 부엌과 거실로 나누었고 부인과 아이들을 위한 집인 만큼 침실보다는 공동의 공간을 넓혔다. 1층은 38평인데 가족들의 주생활공간이다. 2층의 18평은 아이들 손님방(아이들 손님도 손님대접을 해야 한다는 건축주의 생각)과 손님방 1실이 있다. 언제든 놀러와서 하룻밤 자고 가라는 건축주의 따스한 말 한마디가 정겹다.

창간호부터 현재까지의 전원주택라이프지를 간직하고 있는 건축주는 이 집을 지을 때도 책에 나오는 광고를 보고 자재를 선택했다고 한다. 장작 3개면 하룻밤 동안 따뜻하게 보낼 수 있고 온돌보일러 기능까지 겸하는 벽난로도 마찬가지다.

내가 너를 모르는데
이곳에 집을 지을 당시에는 이미 세 가구가 공사를 마치고 거주를 하고 있었다. 한전에 다니는 사람, 동화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 그리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러 다니는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건축주는 공사현장에 살다시피 하며 이웃사람들과 교류를 나누었다고. 그러다 보니 정작 가족들이 부여에서 이사를 왔을 때에도 전혀 어색함도 없이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건축주의 옆집인 동화 일러스트 작가와는 벽난로 구입을 하러 같이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에 자리잡은 4채의 집은 동네 위쪽에 있어 약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것으로 보였으나 의외로 동네주민들과 교류가 많은 편이었다. 동화 일러스트 작가는 동네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고 있었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사람은 나무로 장난감을 만들어 주는 역활을, 그리고 건축주는 동네주민들을 위해서 무료로 부동산 재테크 컨설팅을 해주고 있었다. 내가 너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는 단순한 논리보다는 내가 먼저 다가섬으로써 한 공동체사이에 들어서는 것이 바른길이라 생각한 것이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에게는 고향이 될 동네이고 두 부부에게는 황혼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이곳. 그래서 건축주는 이웃사람들 동네사람들과의 꾸준한 친분으로 가족들의 따뜻한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田

■ 글 박 일 / 사진 김혜영

■ 건축 정보

위 치 :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운수리
건축형태 : 스틸하우스, ‘2X4' 혼합
부지면적 : 225평
건축면적 : 58평
실내구조 : 침실5, 거실1, 식당1, 주방1, 욕실3
외벽마감 : 시멘트사이딩
내벽마감 : OSB합판,석고보드,벽지
창 호 재 : 기노시스템창호
지붕마감 : 이중그림자슁글
공사기간 : 2003년 6월20~10월27일
건축비용 : 평당 320만원

■ 설계/시공 : 남양하우징(031-555-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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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해 지은집 ‘도진재’,남양주 수동면 2층 스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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