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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캐나다 벤쿠버 브리시티 컬럼비아대에 높이 53m의 18층 목조빌딩이 완공됐다. 세계 최고층 목조빌딩이다. 놀라기는 이르다. 스웨덴은 30층, 영국은 80층의 목구조빌딩 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비밀은 CLT 공법에 있다.

백홍기  |  사진 김수진
취재협조 건축주 이전제 교수/목재문화진흥회 회장 www.kawc.or.kr / 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 기사 하단에 이 주택과 관련된 영상을 링크시켰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이  알고 싶으시면 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대지면적 597.00㎡(180.90평)
건축면적 119.22㎡(36.12평)
연면적 267.05㎡(80.92평)
     지하 92.16㎡(27.92평)
     1층 118.05㎡(35.77평)
     2층 56.84㎡(17.22평)
건폐율 19.97%
용적률 29.29%
건축구조 지하_철근콘크리트조
     1,2층_ CLT(구조용 면재료) 목구조
용도 보전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자연경관지구
설계기간 2014년 8월 ~ 2014년 11월
공사기간 2015년 1월 ~ 2016년 4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외벽 - 목재 사이딩
내부마감 거실천장 - 수성페인트 + 글루렘 노출
              거실벽체 - CLT + 수성페인트
              거실바닥 - 목재 온돌마루
              침실천장 - 수성페인트 + 글루렘 노출
              침실벽체 - CLT + 수성페인트
              침실바닥 - 목재 온돌마루
              창호 - PVC 시스템 창호(이노틱)
주방마감 수성페인트 + 타일
욕실마감 타일
단열재 지붕 - 유리섬유단열재 R46
           외단열 - 유리섬유단열재 R39
           바닥 - 스티로폼 150㎜(가급)
주방기구 한샘
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
난방기구 가스보일러(경동 콘덴싱)
설계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  02-3143-0057
시공 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02-518-1090

기후 온난화에 따라 세계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전 세계 수많은 건축물을 구성하고 있는 철근과 콘크리트도 생산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반면, 나무는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목재 활용은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떨어진 수령이 오래된 나무를 사용한다. 그리고 빈자리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뛰어난 어린 나무로 대체한다. 게다가 일단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나무는 목재로 가공해도 다시 배출하지 않는다. 이러한 탄소 선순환 과정은 목조건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전체 온실가스의 64%가 건축물에서 배출된다. 건축물 구조재를 생산하는 과정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에너지 절감 정책은 결국, 매년 여름 반복되는 전력 수급난 해결과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3년까지 모든 신축 건물에 대한 제로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만약, 지금부터 신축 건물을 목조건축물로 대체한다면, 온실가스 감축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고급스러운 질감의 현관문은 고효율 에너지 기준에 맞춰 단열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사용했다. 밝은 공간에 검은색 테두리로 세련된 느낌이 든다.

새로운 건축기술로 대안을 제시하다
최근 국내 기후에 맞춘 한국형 고효율 에너지 절감 주택 수퍼-E 하우스 제2호가 완공됐다. 이 주택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는 한국 최초로 CLT 공법을 적용해서다. 이 두 가지 최신 건축기술을 접목한 이는 목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건축주인 이전제  서울대 교수다.

“우리나라 주택시장과 목조건축물에 관심이 많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CLT 공법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기왕 짓는 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으로 완성하고 싶었죠.” 

벽면에 노출한 자재가 구조용 CLT 자재다. 벽체를 하나의 패널로 만들어야 하지만, 국내엔 아직 생산 시스템을 갖춘 공장이 없다. 건축주가 직접 합판 크기로 패널을 만들어 이어 붙였다. TV 장식장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CLT 자재로 만들었다.
깔끔한 흰색 바탕을 선택한 주방은 목재 느낌을 살리고 색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가느다란 줄에 매달린 펜던트등은 차분하고 무거운 공간에 살짝 긴장감을 주면서 편안함을 유도한다.

CLT 공법이란 구조용 면재료Cross Laminated Timber를 말한다. 나무를 여러 겹 쌓아 압축해서 만든 게 집성목과 비슷하지만 방식이 다르다. 집성목은 한 방향으로 붙이고, CLT 자재는 서로 엇갈리게 직각으로 붙이는 방식이다. 이러한 공법은 나무의 약점인 뒤틀림과 휨을 방지한다. 한 방향으로만 하중을 견디는 집성목과는 다르게 모든 방향에서 하중을 견딜 수 있으며, 강도도 훨씬 뛰어나다.

규격화한 패널 형태로도 제작할 수 있어 외국에서는 길이 18m, 폭 5m 이상의 패널을 생산하기도 한다. 패널은 자체가 구조용 자재라 기둥 없이 패널 하나가 한 벽면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시공은 건축물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패널을 제작한 뒤 현장에서는 간단하게 조립만 하면 돼 속도도 빠르다. 실제로 캐나다에 지은 18층 고층 목조빌딩을 짓는 데는 불과 70일 걸렸다. 학생 기숙사로 지은 이 건물은 올해 9월 학생 400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노출한 구조재와 흰색 마감재를 적절하게 섞어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완성했다. 가로로 긴 채광용 창이 아늑하게 실내를 밝혀준다. 터널을 들어가는 느낌의 복도는 일정한 간격의 보와 화장대를 보일 듯 말 듯 살짝 숨겨둬 지루하지 않다.
자녀 방 역시 안방처럼 흰색을 두 면에 채워 밝고 안정감 있게 꾸몄다. 창의 위치와 크기도 기능을 고려해 적절하게 배치했다.

한국형 고효율 에너지 절감 주택
수퍼-E 하우스는 캐나다에서 개발한 에너지 효율 성능 테스트를 거쳐 품질 기준을 통과한 주택이다. 캐나다 연방정부 천연자원부에서 수퍼-E 프로그램을 개발해 90년대 말부터 일본, 영국, 아일랜드, 중국, 한국 등 세계 주택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수퍼-E의 ‘E’는 네 가지 주요 혜택을 의미한다.

·Energy-efficient(고 에너지 효율)
·Economical(경제적)
·Environmentally responsible(친환경적)
·Enhances the homeowner’s quality of life(거주자 삶의 질을 증진)

수퍼-E 하우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블로어 도어 테스트하는 ‘기밀성 시험’, 쾌적한 공기 질과 실내 온도 유지를 위한 열 회수 환기장치의 ‘환기 평형 시험’, HOT-2000 소프트웨어로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하는 ‘시뮬레이션’, 내구 성능을 검사하는 ‘벽체 디자인 인증’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와 같은 시험과 검증 결과는 캐나다 연방정부 수퍼-E 프로그램 담당 부서의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검토하고 합격여부를 결정한 뒤 인증서를 발급한다.

거실에서 바라본 1층 계단이다. 왼쪽 현관에서 실내로 들어오면 오른쪽 창을 통해 밖의 풍경이 먼저 반겨준다.
2층 복도는 넓은 창 때문에 실내에 있으면서도 밖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반대편엔 복도 중간쯤에 온돌마루 공간을 만들었다. 창호 문과 한지 장판을 깔아 한옥 분위기를 냈다. 복도보다 두 계단 높은 위치에 있어 좌식으로 생활하는 공간이다. 창호도 앉아서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높이를 낮췄다.

수퍼-E 하우스는 외부 차양막 설치, 창의 크기, 꺾임이 많은 외형 등의 기준 제한이 까다로운 패시브하우스보다 기준이 다소 낮다. 패시브하우스가 외부로부터의 철저한 차단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인 반면, 수퍼-E 하우스는 자연과의 적당한 소통을 유지하면서 단열에 집중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래서 이 집의 입면은 자유롭게 다양한 표정을 지니며, 넓은 창호를 설치해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 들였다. 대신 창호를 설치할 때 바람이 새지 않도록 철저하게 틈새를 막고, 외단열에 28㎝ 두께의 인슐레이션을 시공해 단열 성능을 보강했다. 이 외에 지붕엔 태양광도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지붕의 위치와 방향, 배선 작업도 준비해뒀다.

주차장과 연결되는 지하에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넓은 방을 만들었다. 접이식 문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공간을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다. 복도는 1층과 바로 연결된다. 오른쪽 창고 문은 열 회수 환기장치를 설치해 둔 곳이다.
현관 복도에 설치한 작은 화장실.

국내 모든 목조주택 가운데 가장 견고하고 튼튼하면서, 성능과 기능까지 겸비한 이전제 교수의 집. ‘최초’라는 수식어에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과 어려운 과정이 담겨 있어, 그 결실이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하다. 

작은 지붕은 향후 태양광을 설치하기 위해 다른 지붕과 방향을 다르게 했다. 태양광 설치 받침과 배선 작업은 미리 마쳐뒀다.

Q. 목재문화진흥회란 어떤 곳인가?
A.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많은 관심에 비해 목조주택을 짓는 비율이 적은 것 같아 어려서부터 나무와 친근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목재라는 재료적인 접근이 아닌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제공해 목재와 친화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공간이다. 

Q. 흰색 목재 사이딩 때문에 집의 첫인상이 따뜻하다. 어떤 자재인가?

A. 부드러운 삼나무의 밝은 변재(바깥 부분) 부분을 사용해 방부와 방의(흰개미) 처리한 자재다. 약품은 10년 전 일본에서 개발한 제품인데, 국내엔 없어 직접 일본에서 약품처리해서 들여온 것이다. 그 전에 성능 확인 차 일본에 방문했었다. 10년 전에 이 제품을 사용한 관공서 건물을 확인해 보니, 흰개미가 많은 지역인데도 지금까지 멀쩡하고 변색도 없었다. 땅속에 묻힌 부분도 문제없었다. 최초 약품 처리 후 재처리나 오일스텐 작업도 하지 않았다. 거기다 친환경이다. 그래서 국내에 알리고 싶고, 직접 테스트도 할 겸 외벽과 데크에 시공했다.

Q. 국내 최초로 시공한 CLT 공법, 어떻게 한 것인가?

A. 집성목 만드는 기계는 크기가 작아 CLT 패널을 제작할 수 없었다. 패널을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기계인 가로 1.2m, 세로 1.4m 합판 제작 프레스를 샀다. 화천에 어렵게 생산할 공간도 마련해 그곳에서 만들었다. 한 벽면에 하나의 패널을 사용해야 하지만, 국내엔 그런 기계가 없어 현장에서 패널 조각을 연결해 벽체를 완성했다. 

Q. 시간과 비용은?

A. 여주 산림조합에서 나무를 구하고 건조와 제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다음 화천에서 패널을 제작한 뒤 시공까지 하는데 만 1년 넘게 걸렸다. 현장 조립도 하루에 한 층 올릴 수 있는 것을, 현장에서 패널 조립 순서가 뒤섞이는 바람에 제자리 찾다 2주 이상 걸렸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직접 제작하고 운송까지 해야 해서 이 집을 기준으로 비용을 따져보면, 인테리어 마감 빼고 철근콘크리드구조로 했을 때의 두 배 정도 든 것 같다.

Q. CLT 공법을 고집한 이유는?

A. 예전에 CLT 공법이 국내 환경에 적합한지에 대한 산림청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충분한 검토와 성능테스트, 현장 답사를 마치고 실현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 그다음 뭔가 보여줄 게 필요했다. 마침 집을 지을 계획을 하고 있어서 내 집에 시도한 것이다. CLT 구조를  노출한 이유도 직접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유는 단 하나다. CLT 공법의 장점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고 싶어서다.

Q. 기본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국내에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A. 사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요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의 시설 투자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CLT 공법은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목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좋은 기회다. 다만, 처음부터 민간 투자에 100% 맡기는 건 어렵다. 투자 지원과 함께 CLT 공법을 알릴 수 있도록 관공서 건축에 CLT 공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Q. 정부의 움직임은 어떤가?

A. 아직은 정부가 나서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CLT 공법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다행히 목조건축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4층 건물을 목조건물로 지어 지난 7월 준공식을 진행했다.

Q.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CLT 공법, 누가 맡아서 시공했을지 궁금하다.

A. CLT 공법은 기능과 성능을 충분히 낼 수 있는 시공이 중요하다. 그래서 누가 이것을 시공할 수 있을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나마 스튜가 김갑봉 사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30년을 알고 지낸 사람인데, 30년 전 김 사장처럼 목조주택 설계와 시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때부터 김 사장는 목조주택을 시공하면서 나름 노하우를 쌓아온 사람이라 가장 적합했다. 

Q.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A. 18년 전 지인들과 전원주택 단지조성 동아리를 결성해서 마련해둔 땅에 정년퇴임을 앞두고 집을 지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준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그래서 고맙다.

추가
[목조, 통나무주택] 국내 최초 CLT 공법 적용한 수퍼-E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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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전원주택】 국내 최초 CLT 공법 적용한 에너지 절감 주택, 수퍼-E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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