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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남쪽 능선 아래쪽에 자리한 흥국사 바로 밑, 앞으로는 불암산을 바라보고 뒤로는 수락산을 등지고 있는 아담한 천혜의 터에 자리 잡고 있는 전원카페 ‘목향원’을 찾은 때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갈 무렵이었다. 돌담길을 따라 걸어들어 가면 정면으로 초가집 숲으로 둘러싸여진 소박하게 생긴 초가집 두 채가 보이고 길옆에는 장독대들이, 건너편에는 감나무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감들이, 벽 한쪽에는 꽂감용으로 말리기 위해 걸어놓은 감들이…. 다른 어떤 경치보다도 도시 사람들이 보고 싶은 정겨운 고향집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왔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경기도 의정부시 그리고 남양주시 별내면과 경계지점에 위치한 수락산은 예부터 은둔의 산이라고 알려졌다. 서울에서 좀 떨어져 있어 조용히 숨어 지내기 좋은 곳이었다. 수락산에 은둔한 대표적인 인물이 매월당 김시습이다. 세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공부하던 책을 모두 불살라 버리고 정처 없는 유랑의 길을 떠나 첫 번째 숨어든 곳이 수락산 석림사 계곡이라 한다.

이런 수락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목향원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도로가에 자리한 다른 전원카페와는 다르게 도로에서 산 속으로 들어간, 경사면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어 이곳을 목적지로 삼지 않고서는 도저히 찾아갈 수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미리 전화통화를 통해 만난 한성우 원장(46)은 기자가 취재를 요청하자 며칠 전까지 아름답게 불타던 낙엽은 떨어져 버렸고 아직 눈도 내리지 않아 취재하기에는 별 볼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목향원에 도착하자 한성우 원장의 말은 멋진 풍경만을 보고 생활해 눈이 높아진 사람의 엄살이었음이 드러났다.

돌담길을 따라 걸어 들어 가면 정면으로 초가집 숲으로 둘러싸여진 소박하게 생긴 초가집 두 채가 보이고 길 옆에는 장독대들이, 건너편에는 감나무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감들이, 벽 한쪽에는 꽂감용으로 말리기 위해 걸어놓은 감들이…. 다른 어떤 경치보다도 도시 사람들이 보고 싶은 정겨운 고향집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왔다.

카페는 총 3동으로 되어 있다. 황토로 지은 초가집이 두채 그리고(한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무로 날림으로 만든 계절의 정취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원두막이 한 채다. 각 건물마다 어울리게 주문 제작해 만든 난로와 진달래, 벚나무, 싸리나무 등을 이용해 직접 만들어 달아 놓은 천장 등이 카페의 분위기를 더욱 정겹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고집이 담겨 있는 집
목향원은 한성우 원장의 고집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서울시내 예식장에서 식당업을 하던 한 원장은 돈은 벌었지만 시장거리 같은 번잡함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 조용히 생활하며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전원카페를 지을 결심을 했다.

서울 인근의 조용한 곳을 찾다가 96년 초에 평당 30만 원을 주고 이곳에 1000평의 땅을 샀다. 하지만 땅을 사고부터가 문제였다.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6개월 간을 부지런히 이곳저곳의 관공서를 쫓아다녀야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설움도 많이 받았다는 한 원장은 카페를 짓는 일 중에서 관청의 허가를 받는 일이 제일 힘들었고 허가 문제 때문에 건물 배치를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 제일 아쉽단다.

허가를 받은 후 드디어 시공, 6개월에 걸쳐 공사를 진행했다.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모두 한 원장이 직접 손을 댔다. 한때 건축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배웠던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모르는 것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배웠다. 자재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목수가 실수하면 또 다시 한성우 원장은 기둥 하나를 세우는데 몇 번을 다시 시공했는지 기억조차 안난다고 한다.

덕분에 공사비는 턱없이 올라갔다. 영수증 처리를 못하고 지출한 돈이 많아 정확한 공사비가 얼마나 들어갔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한 원장은 “직접 시공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자재 하나까지 꼼꼼하게 검토하며 짓는 것은 꿈도 못 꿨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지었기 때문에 집에 대한 자부심은 더욱 높아졌단다.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담아
목향원은 옛날 집을 거의 그대로 복원해 지은 집이다. 진부에서 구해온 소나무로 골조를 세웠고 영월에서 채취해 온 황토로 벽을 쌓았다. 그리고 아는 사람을 통해 경북 봉화에 있는 마을에 부탁해 짚을 엮어 초가지붕을 덮었다.

옛 집을 그대로 복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술엔 문제가 없지만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당장 초가지붕을 얹기 위한 볏짚만 해도 구하기 힘들다. 요즘은 콤바인으로 추수를 하는데 콤바인을 한번 거쳐 나온 벼는 금방 썩어 버리기 때문에 초가를 잇는데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원장이 이렇듯 짓기 힘든 옛집을 끝까지 고집한 이유는 어렸을 적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시골에서 올라온 많은 30~40대들이 옛날 시골집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말하는 그는 “나 역시도 지금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고, 도시를 떠나 전원의 향기를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손님도 많은 편이니 카페운영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란다. 기자가 찾아간 날이 평일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꾸준히 드나들었으니 금전적으로는 성공임이 분명해 보였다.

혹시 겨울이 깊어져 가는 계절에 도시가 주는 차가운 느낌에서 벗어나 고향집 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싶다면 목향원을 찾아가 보길 권하고 싶다. 돌담길 지나 투박한 분위기가 풍겨나는 황토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보며 나무문 앞에 서면, 고향집 할머니가 문을 열며 나와 반겨줄지도 모를 일이다. 田

■ 글·사진 양희석 기자
■ 목향원 (031-527-2255, http://mokhyangwon.co.kr)
■ 건축 정보

·위 치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덕송리
·건축형태 : 황토
·부지면적 : 1000평
·건축면적 : 본채 1동 30평, 2동 20평, 별채 30평
·외벽마감 : 황토
·내벽마감 : 황토
·천장마감 : 소나무, 황토
·지붕마감 : 볏짚
·단 열 : 단열재 사용하지 않음
·식수공급 : 지하수

■ 설계·시공 : 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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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는 남양주 전원카페 ‘목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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