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란 예산과의 전쟁이다. 공사 중에 비용이 부족하다고 멈출 수도 없다. 예산이 부족하면 집 짓는 것 자체가 어려운 선택이다. 퇴촌에 네 가족의 보금자리를 찾아 그들의 ‘적절한 예산으로 집 짓기’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과 사진. 백홍기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대지면적 537.00㎡(162.72평)
건축면적 70.70㎡(21.42평)
연면적 130.21㎡(39.45평)
1층 62.85㎡(19.04평)
2층 67.36㎡(20.41평)
건폐율 13.16%
용적률 24.24%
MATERIAL
외부 마감
지붕 - 컬러강판
외벽 - 고벽돌, 스타코
내부 마감
벽 - 에덴바이오벽지, 자작 합판
바닥 - 강마루
창호 - 삼중 로이유리(이건창호),
베룩스 천창
단열재 수성연질폼
주방기구 우림 퍼니처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기름보일러(나비엔)
조명기구 프로 라이팅, 공간 조명
설계 및 시공 봄하우스플랜
010-6345-6177 http://blog.naver.com/polyman10
자고로 터가 좋은 곳에는 사람이나 짐승이 모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터를 찾기 위해 풍수를 따져본다. 풍수의 핵심은 생기生氣를 취하는 것이니 바람과 물의 흐름이 모이는 곳을 좋은 땅으로 친다.
또한, 산이 품에 감싸듯 보듬고 있는 형세여야 좋다. 여기에 드나들기 편하고 적당한 경사와 포근함을 품은 땅을 명당으로 치니, 바로 ‘자궁’의 형상이다. 네 가족은 이곳에 지난해 자리 잡았다.
겪어보니 전원생활 매력 넘쳐나
아이를 위하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같을 것이다. 6살과 13살 두 아이를 둔 이승환(43)·마승애(41) 부부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를 위해 2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처음부터 전원주택에 관심을 두진 않았다.
“남편은 전원생활이 꿈이었지만, 저는 너무 싫었어요. 아파트보다 불편하고 추울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학교와 학부모와의 관계도 밀접하다. 가까이 지내다 보니 그들의 삶도 들여 보게 된다. 마 씨는 학교 인근에서 전원생활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른 삶을 알게 된다.
“어려서 생활하던 단독주택하고는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건축기술이 발전해서 춥지도 않았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집과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게 보기 좋았어요.”
전원생활에 대한 아내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하자 남편은 쾌재를 부른다. 마침 학부모가 모여 마을에 단지 조성이 한창이라 땅도 쉽게 찾았다. 집 지을 계획을 하면서 첫째 난관이 적당한 부지를 찾는 것이니, 일단은 첫 고비를 넘은 셈이다.
“2014년 10월에 땅을 사면서부터 계획했어요. 설계자 찾는데 3개월, 땅 기반 다지는 데 6개월, 집짓고 입주한 게 지난해 8월이니 1년이 안 됐네요.”
밝고 따듯한 보금자리 만들다
건축주 가족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에 마 씨는 “새 둥지”라고 답한다. 알이 부화하듯 집은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설계하기 전에 가족이 모여 각자 꿈과 어떤 집을 바라는지 적어봤어요. 그렇게 즐거운 공간, 가족의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로 ‘둥지 하우스’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집은 화이트와 원목의 느낌을 담아 밝고 따뜻하다. 부부가 바라는 인테리어 분위기를 살려낸 건축가를 찾으려고 여러 곳을 다녔다. 그러다 시공사와 인연이 닿았다. 설계를 마치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미처 반영하지 못했던 것은 현장에서 만들었다. 부부의 사소한 의견도 흘려듣지 않고 꼼꼼하게 반영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입체적인 구성이다. 그동안 평면에서 생활해온 마 씨는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아이디어를 짰다. 현관에 들어서면 계단을 중심으로 분리되는 거실과 아이들 놀이 공간은 높이 차이로 분리하면서 중문을 설치해 손님용 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많은 책을 수납하기 위해 2층 계단실을 둘러싼 책꽂이를 만들어 공간을 확보했다. 1층 놀이방과 계단, 다락으로 연결되는 전체 공간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입체적인 공간으로 완성한 것이다.
눈높이 낮추면 만족도 높아져
건축주는 집 짓기를 시작하면서 그다지 어려운 점은 없었다며, 오히려 가장 힘들었던 점이 건축 허가를 받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상수원 보호 지역이면서 임야와 근접한 지역이라 규제가 까다로웠다는 것. 설계하는 과정에서 경관조례까지 변경돼 수정을 거치며 일정이 길어졌다고 한다.
아쉬운 점은 부족한 예산 때문에 중량 목구조를 포기하고 경량 목구조로 한 점이다. 물론 마감재에서도 눈높이를 약간 낮췄다. 간혹 유혹을 못 이겨낸 건축주 가운데, 예산을 초과해 추가 비용을 마련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들 부부는 비록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나름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예산에 맞춰 진행한 덕에 어려움 없이 공사를 마쳤다.
보통 건축비용이라고 함은 순수하게 집을 짓는 비용만을 말한다. 설계, 인허가, 토목, 기반 시설, 조경 등 많은 부분이 건축 비용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건축 비용에 적어도 30% 이상 여유 자금을 확보해둬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평당 건축 비용만 따져보고 집 짓기를 시작하면 실패한다. 집 짓기를 계획했다면, 적어도 공사의 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비용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정도는 알아두는 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팁이다.
결혼 13년 차인 부부는 그동안 아파트에 생활하면서 생각도 못 했던 전원생활을 맞이했다. “집이 이쁜 게 가장 마음에 든다"라고 말하는 부부는 “집이란 마치 옷과 같다"라고 전한다. 작지만 나에게 맞는 공간, 좁지만 효율적으로 계획한 구성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몸에 맞춘 듯 편안하기만 하다고. 그래서 부족함이 없단다. 다만, 필요한 건 하나씩 만들고 채워갈 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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