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기 좋은 땅을 찾기 어려워졌다. 마음에 들라치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젠 좋은 땅을 사려면 발품 팔아야 한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예산이 여유롭지 않다면, 남은 건 주어진 공간에 “어떻게 지을 것인가”이다.
글과 사진 백홍기 취재협조 (주)그린홈예진
HOUSE NOTE
DATA
위 치 경남 창원시 진해구 남문동
대지면적 233.00㎡(70.60평)
건축면적 73.40㎡(22.24평)
연 면 적 137.59㎡(41.69평)
1층 21.18㎡(6.41평)
2층 66.35㎡(20.10평)
3층 50.06㎡(15.16평)
건 폐 율 31.50%
용 적 률 59.05%
건축구조 스틸 구조
용 도 도심지역, 제2종 일반주거지역
설계기간 2015년 7월 ~ 2015년 10월
공사기간 2015년 10월 ~ 2015년 12월
공사비용 2억 2천7백만 원(3.3㎡당 4백만 원)
ME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외벽 - 스타코 90T + 합성목재 사이딩
내부마감 벽 - 합지벽지
천장 - 합지
벽지바닥 - 강화마루
창호 - 독일식 시스템 창호
단 열 재 지붕 - 글라스울 R30 + EPS 100T
외벽 - 스타코 125T
내벽 - 글라스울 R19
난방기구 기름보일러
설 계 김성진 010-9337-0334
시 공 (주)그린홈예진 055-758-4956 www.yejinhouse.co.kr
길쭉한 형태의 대지. 이미 여러 사람이 땅을 보고 아쉬움만 달랬다. 위치는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제법 규모를 갖춘 마을에 있어 살기엔 좋은 곳이다. 아쉬워 한 사람은 많지만, 선뜻 손을 내미는 사람이 없었다. 이 땅을 김성진(35) 씨가 본 것이다.
“집 짓기에는 별로 좋은 땅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한번 지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계약했어요.”
건축을 결정한 김성진 씨는 건축주의 아들이다. 건축을 전공한 그는 현재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설계는 당연히 김성진 씨가 맡았다.
대화로 공간을 풀어내
간혹 ‘말 안 해도 알지?’라는 말을 듣는다. 절대 모른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의 마음속 깊은 내면까지 알 순 없다. 원하는 게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
이 집의 설계를 맡은 김성진 씨는 최초 설계안을 대폭 수정했다.
“처음엔 제 욕심대로 설계했어요. 그러다 부모님과 누나의 얘기를 들어보니 애초에 내가 설계했던 계획하고는 도저히 성립되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원하는 공간, 부엌과의 연결성, 필로티 등등. 결국, 다시 설계했어요.”
1층에 필로티와 창고를 두자는 건 아버지의 의견이다. 김 씨는 계단이 많으면 부모님이 생활하기에 불편할 것 같았지만, 아버지가 원하는 방향을 따랐다. 독립성과 디자인을 중요시했던 아들, 공간 활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아버지의 의견이 적절하게 융화돼 지금의 건물이 만들어졌다.
집은 땅의 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여 직사각형으로 지었다. 단순하고 깔끔함을 추구하는 김 씨는 스타코로 외부를 마감하고 전면에 합성 목재로 다른 느낌을 표현하면서 무게감을 실었다. 간결하고 땅의 활용성을 높인 건물의 지붕과 테두리엔 리얼징크로 포인트를 넣었다.
창이라는 건 크기와 형태, 위치를 고려해 기능을 넘어 디자인적인 요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집도 전면에 창을 대칭으로 배치해 긴장감을 유도했다. 필로티와 창고를 둔 1층은 어두운 색 벽돌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아래쪽에 무게감을 두어 안정감이 들게 했다.
가족의 요구, 자신의 의견 담아내
예전에 집을 배치할 땐 남향을 고집했다. 햇빛이 잘 들어야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습기가 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축 기술이 발달한 요즘엔 매뉴얼대로만 지으면 단열과 결로에 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주변 풍광에 맞춰 배치도 자유롭게 한다.“어머니가 생활공간 중심을 거실과 주방에 두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주방과 거실을 나란히 밝은 남향에 두고, 잠만 자는 공간으로 생각한 안방은 북쪽에 아늑한 공간으로 설계했죠.”
남매가 생활하는 3층은 아기자기하고 간결하다. 포인트는 창이다. 작고 낮게 설치한 창은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기에 좋다. 창 앞엔 선반을 설치해 책장과 책상의 기능도 추가했다. 이렇게 가족의 요구와 자신의 의견을 담은 공간으로 집을 완성했다.
집을 구성하는 구조는 목조, 콘크리트, ALC, 황토 등 다양하다. 어떤 게 가장 좋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건축주의 취향과 비용, 각 구조의 특성과 장단점을 따져보고 선택한다.
“처음엔 중목 구조를 생각했었죠. 비용이 많이 들어 다른 구조를 알아보다 스틸 구조로 결정했어요. 가격 대비 성능과 기능이 괜찮아요."
스틸 구조는 도면에 맞춰 공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현장에선 조립만 하면 된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게 장점이다. 금속이라고 해서 단열에 취약하지도 않다. 시공사 전희수 대표는 “자연재해가 심한 외국에선 단단하고 견고한 스틸하우스를 선호한다"라며 “얇고 ㄷ자 형태의 구조재 안에도 단열재를 채우기 때문에 단열에 관한 문제는 전혀 없다"라고 전한다.
단열 성능은 올해부터 강화된 단열기준도 글라스울 R19 하나면 충분히 만족하지만, 김성진 씨는 옥상과 외단열에 EPS 100T를 덧대 패시브하우스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단열은 겨울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중요하며 특히, 금속 지붕이라면 한여름의 복사열이 실내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EPS 하나를 덧대고 맞이하는 올해 첫 여름. 그는 에어컨 없이 견뎌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진 씨가 본받고 싶은 20세기의 위대한 건축가 루이스 칸은 ‘건축가가 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 인간의 영혼을 담고, 건축의 정신을 느끼기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건축은 단지 기술과 기능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건축가는 살아있는 공간과 죽은 공간을 가려내는 눈과 자신과 타인의 욕망을 아우르는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좋은 집이란?’ 질문에 김성진 씨는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답한다. 해답을 찾기 위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자신도 모른다고 한다. 단지, 이 집도 자신만의 건축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쌓은 또 하나의 초석이라고 웃으며 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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