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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이 내다보이는 산 중턱에 들어선, 그야말로 전망이 일품인 주택이다. 강을 향해 치달을 듯 고개를 쭉 내민 주택은 어쩌면 수상스키를 즐기는 건축주 부부를 형상화했을 수도 있겠다. 전망과 빼어난 조형미만으로 이곳 여연재餘然齋를 설명하면 곤란하다. ‘현대’의 그릇에 어떻게 ‘전통’을 담아냈는지 차근차근 짚어봐야 한다.

홍정기 기자  사진 최영희 기자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대지면적 973.0㎡(294.8평)
연면적 311.0㎡(94.3평)
건축면적 182.5㎡(55.3평)
건축형태 복층 경량 목구조
외벽재 적삼목 사이딩, 스터코, 징크, 하디스패널
내벽재 도장, 실크벽지, 편백나무
바닥재 온돌마루, 콜크 마루판(지하층)
설계 (주)노바건축사사무소 02-333-5863 www.studio-nova.co.kr
시공 (주)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동선을 따라 가보자. 진입로와 맞닿은 곳에 놓은 대문에서 주택에 이르는 길이 두 갈래다. 계단을 타고 오르는 길과 좌측으로 꺾인 면을 만들어 덱을 깐 작은 경사 오르막길이 그것이다. 상주하는 노모를 배려하고, 무거운 짐을 옮기기에 편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계단이나 오르막길을 올라 1층 마당에 닿으면 우선 정원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뒤로 ㄱ자 주택이 보인다.

설계를 맡은 강승희 건축가는 “안방과 거실 매스를 따로 계획하고 분리함으로써 공간이 갖는 기능적인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다”면서 “멀리 떨어진 안방과 거실을 응접실로 활용하는 긴 회랑식 복도가 잇는 형상인데, 이는 한옥의 채나눔 기법을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면도
2층까지 오픈해 개방감을 강조한 거실. 전면 창으로 테라스를 설치해 조망을 감상토록 했다.
모던하게 꾸민 주방.

눈길을 잡는 건 현관 옆 폴딩도어를 전면에 설치한 응접실이다. 거실과 주방, 안방을 잇는 주요 동선에 큰 면적을 할애했는데, 식탁만 보더라도 한 가족이 거주함에도 열 명이 넘는 사람을 수용할 만큼 크다. 내외부에서 이 응접실이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주택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강승희 건축가의 설명을 되짚으면 안방과 거실을 잇는 응접실은 한옥의 대청과 같다. 접으면 완전히 개방되는 폴딩도어로 응접실과 정원(마당)이 소통하고, 낮게 깔린 덱(전퇴, 댓돌)이 이들을 잇는다. 양반집 대청은 권위의 상징이었지만, 사가에서 대청은 휴식처이자 간단한 접대 공간으로 활용했다. 장손인 건축주는 수시로 방문하는 친인척이나 지인을 이곳 응접실에서 맞는다.

응접실 전면을 폴딩도어를 달아 접으면 완전히 개방되는 구조다.
열 명이 앉아도 부족함이 없는 식탁.

대문에 인접한 현관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다. 글루램을 써 경량 목구조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한 거실은 누마루를 닮아 넓고 개방감이 풍부하다. 외관을 보면 누마루의 이미지가 더욱 명확해진다. 경사지를 활용해 지하층을 만들고 1층 바닥 선에서 전면을 향해 테라스를 길게 뽑았다. 그리고 테라스와 맞닿은 거실과 노모 방 앞으로는 개방형 창이 있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건축주가 북한강 조망을 탐해 부지를 마련했듯 건축가는 북한강을 쫓아 테라스를 만든 것이다.

지하층에 마련한 와인바.
안방 머리맡 위로 해가 드는 방향을 따라 작은 창을 내 채광 효과를 높였다.
2층 복도에서 본 장면으로 건축사는 이곳에서 본 시야를 고려해 창의 위치를 잡았다.

강승희 건축가는 “한옥의 누마루에 서면 마을이 한눈에 잡히는 것처럼, 이곳 거실과 테라스에 있으면 끝없이 펼쳐진 시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르막 통로에서 본 모습으로 주택은 특이한 모습의 조형미를 뽐낸다.

그리고 주택은 한옥 전퇴의 기능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안방, 응접실, 노모 방, 거실 앞에는 어김없이 낮고 작은 덱을 놓았다. 전퇴는 쉼의 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외부와 내부의 충격을 줄여주는 완충 역할을 하기도 한다. 드나듦에 있어 전퇴를 거치면서 우리 몸과 마음은 다른 장소로의 이동을 감지하고 준비를 하게 된다. 남양주 주택 주요 실 앞에 높인 덱도 이러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북한강을 보며 얼굴을 내민 모습. 안방 앞에 설치한 낮고 작은 덱은 한옥의 전퇴와 같은 구실을 한다.
(주)노바건축사사무소 강승희 대표이사
건축 스토리
수려한 산세에 자리한 여연재餘然齋는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훌륭한 자연환경을 갖춘 경사지에 지어진 주택으로, 노모가 상주하고 성장한 자녀와 수상스키를즐기는 부부의 주말주택으로 사용된다. 여러 차례 대지를 방문해 이 땅이 가지고 있는 자연에 감사함을 느끼고, 자연을 즐기는 건축주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자연을 담는 주택을 구상했다.

부지는 개발 업체에 의해 택지개발이 돼 분양된 땅이다. 처음 대지를 접했을 때 주변에 들어설 주택들은 모두 도로에서 최소 5m 이상 높이로 기준레벨을 잡아 대지를 평탄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었지만, 여연재가 자리할 땅은 기존 지형 그대로 둘 것을 요청했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평탄한 땅 위에 올린 집이 아닌, 땅이 지닌 지형적 조건과 건축주 요구 등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 계획하고자 한 것이다.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도록 볼륨을 나눠 배치하고, 분리된 매스 사이로 마당을 둬 자연을 담고자 했다. 경사지인 기존 지형을 고려한 단면을 계획하고, 산세의 흐름을 수용하는 지붕 형태를 디자인해 자연 속에 동화되도록 했다.

어머니를 위해 뒷마당에 텃밭을 조성하고, 어머니 방은 마당과 인접하게 배치해 출입하는 사람을 쉽게 인지하도록 배려했다. 안방은 별채로 만들어 공용공간과 분리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건축주가 개방감이 있는 2개 층이 열린 거실과 멋진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넓은 개구부를 요청해, 이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경골 목구조의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지만, 전문가에게 자문하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기존 경사 지형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범위로 작업을 진행했지만, 여름철 폭우로 뒷마당 경사지의 자연석 쌓기를 한 부분에 누수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훼손된 자연으로 재해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고 이를 통해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지역 건축가가 아닌 이유로 산지전용, 적지복구, 개발행위에 따른 행정적인 문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택지개발을 한 개발업자의 무책임한 처사, 인근 부지의 계획 레벨에 대한 정보의 부재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만큼 많은 공부를 하게 해 준 프로젝트였다
주택은 산세 흐름을 수용해 지붕 형태를 잡았다.
현관과 응접실은 창과 덱을 통해 정원과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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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전원주택】 현대의 그릇에 전통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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