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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생두 공급 업체를 운영하는 건축주가 사업장 바로 옆에 올린 주택이다. 당초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않는 커피나무를 키울 온실과 커피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교육할 건물을 올릴 요량이었지만, 설계자와의 만남을 통해 주거용으로 용도를 바꿨다. 온실과 붙은 주택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1층은 거실, 주방/식당과 욕실, 2층은 침대만 놓은 침실로 구성했다.

  홍정기 기자  사진 최영희 기자

건축정보
위치  경기 여주시 점동면 사곡리
건축형태  복층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990.0㎡(300.0평)
건축면적  131.1㎡(39.7평)
연면적  158.6㎡(48.1평)
외벽재  치장벽돌, 징크패널, 목재패널
내벽재  자작나무, 도장
바닥재  강화마루
지붕재  징크
식수공급  상수도
설계 및 시공  AMD

설계를 맡은 AMD 이기정 실장은 건축주와 몇 번의 만남을 통해 “과연 이 분이 주택을 짓고 싶긴 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모든 일을 설계자에 일임한 채 뒤로 물러선 건축주를 볼 때마다 “짓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대부분의 건축주는 설계 과정에 적극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결과물을 가족과 상의한 후 또 수정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기 마련이다.

2층 침대에서 내려다본 거실은 층고를 높게 올려 개방감을 살렸다. 전면과 정원이 있는 좌측면으로 큰 창을 내 조망과 채광에 신경 썼다.

방문한 날,
이 실장은 “이제 와 털어놓는다"라며 건축주 나송열(59세) 씨에게 작심한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물론 설계자가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과물을 내놓지만 완벽할 수는 없어요. 제가 살 집이 아니기에 처음부터 가족 구성원에게 맞는 정확한 설계를 뽑아내는 게 사실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런데 처음부터 설계안에 대해서는 몇 말씀 안 하고 다른 이야기만 하니 ‘집에 관심이 있긴 한 건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실에서 주방/ 식당을 거쳐 파우더룸으로 향하는 복도. 파우더룸 좌측에 욕실이 있다.

나송열 씨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국내 굴지의 중공업 회사에 근무하다 커피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커피 생두를 볶는 로스팅 기계를 직접 만들었을 정도로 기계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지녔다.

2층 벽면. 계단과 연결된 이곳은 벽 전체에 자작나무 합판을 붙여 건강함을 불어넣었다. 천장은 채광 성능을 높였다.

“어찌 보면 집을 짓는 일이 기계를 만드는 것과 비슷해요. 기계도 집처럼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설계도가 중요하지요. 그런데 최초 설계도가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요.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렇게 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어요. 공간이 필요했어요. 내 요구 사항은 커피 사업을 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전부였어요. 내 몫은 거기까지고 나머지는 전문가인 이 실장 몫이지요. 주택 비전문가인 내가 끼어들면 억지 맞춤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어요.”
이에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라며 이 실장이 말을 받았지만, 나송열 씨는 “커피나 한 잔 하라"라며 대화 주제를 넘겼다.

텅 빈 공간에 나무로 생기를 불어넣다
주택은 나송열 씨가 운영하는 카페와 커피 공장과 나란히 놓였다. 대로변에서 진입하는 순서에 따라 카페, 공장, 주택 순이다. 이미 부지 조성이 완료된 상태여서 주택이 들어설 자리를 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공장과 가까이 붙여 올릴 것인지 멀리 떨어트릴 것인지만 정하면 됐는데, 떨어트릴 경우 주택 프라이버시는 확보할 수 있겠지만 정원이 공개되는 게 문제였다.

결국 붙이는 쪽으로 결론이 났고, 대신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온실을 완충지대로 삼기로 했다. 온실을 거쳐 현관으로 진입하게 함으로써 조금이나마 프라이버시 확보가 가능하게 한 것이다. 외벽은 치장벽돌을 주 마감재로 쓰고 지붕재로 쓴 징크 패널을 벽체 일부분까지 내려 포인트로 삼았다.

침대만 있는 2층 침실

내부는 실 구성을 단순하게 하면서 개방감을 강조했다. 1층과 2층 각각 단일 공간으로 구성했는데 1층은 거실, 주방/식당이 놓인 공용공간이고 2층은 침실이 있는 개인 공간이다.
채광을 고려해 앞쪽에 배치한 거실은 전면에 큰 창을 내고 2층까지 오픈해 개방감을 줬다.

개방감은 전체를 아우르는 콘셉트다. 모든 공간이 거실을 향해 시원하게 뚫려 있어 어디에서도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러한 개방감은 계단실을 통해서도 구현된다. 계단실을 매립하지 않고 측면에 붙여 오픈함으로써 개방감뿐만 아니라 풍부한 공간감도 선사하고 있다.  

구성이 단출하고 개방감과 공간감이 풍부해 자칫 휑해 보일 수 있는 내부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나무다. 불규칙한 사선을 그은 자작나무 합판은 그 자체로도 조형미가 훌륭해 인테리어를 살리는 데 톡톡한 구실을 한다. 전면과 좌측면 전체에 적용한 나무는 모던한 분위기에 자연미를 입히는 데에도 제격이다.

거실과 맞닿은 주방/식당

또한 눈여겨볼 것은 조명 계획이다. 이곳은 천장에 달려 내려온 등이 하나도 없다. 모든 등을 매립해 설치했는데 ㄱ자 혹은 직사각 형태로 만들어 모던한 분위기를 낸다.

주택 배면
거실부를 전면으로 길게 뽑아 조형미를 냈다.
공장 부지와 주거 공간 사이에 온실을 놓아 완충지대로 삼았다.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온실

건축주는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커피 교육장으로 사용하려다 AMD 이기정 실장 덕분에 좋은 주택을 갖게 됐다며 연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회사 일로 지칠 때마다 찾게 되는 이곳에서 그는 꿀맛 같은 휴식을 갖는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그에겐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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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전원주택】 개방감과 공간감이 살아 있는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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