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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을 바라는 사람들의 유형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층간 소음이나 도심의 답답함 등 기존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한적함을 누리며 편안한 삶을 바라는 사람들과 도시에서 누리던 편안함을 버리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땅을 일구고 수확의 결실을 거두며 고된 삶을 선택한 이들이다. 건축주 장동철(63) 씨는 후자에 해당한다. 은퇴 이후 전원생활을 해오며 거칠어진 손이 지난 그의 삶을 대변한다.

글·사진 백홍기 기자

건축정보
위치 가평군 하면 대보리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형태 경량 목조주택
대지면적 694.21㎡(210.00평)
건축면적 99.17㎡(30.00평)
연면적 143.34㎡(43.36평)
           1층 99.17㎡(30.00평), 2층 44.16㎡(13.36평)
지붕재 철기와
외장재 벽돌
내장재 벽지
바닥재 온돌 마루
난방형태 심야전기
식수공급 지하수
창호재 유럽식 시스템 창호
설계·시공 건축주 직영

건축주 장동철 씨는 지난 27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은퇴 이후의 삶을 계획했다. 노후 생활 자금은 임대 수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한 끝에 은퇴시기에 맞춰 지난 2008년 6월에 입주하게 된다. 올해 63세를 함께 맞이한 건축주 부부의 전원생활은 그렇게 시작했다.

1층 현관과 안방.

주변 경관에 매료돼
장동철 씨는 집터를 찾아다니던 당시 기억을 더듬으며 운을 떼었다.

“처음엔 고향인 전남 광주로 내려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서울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멀어지면 오가는데 힘이 들겠다는 생각에 서울과 1시간 거리 내에 있는 지역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넓은 마당을 원해 300~400평 정도의 땅을 알아보는데 마땅한 게 없었어요. 그러다 이곳을 발견했어요. 대지가 200평이라 원하는 것보다 작았지만 주변 풍경에 반해 마음을 굳혔죠.

벽돌과 벽난로로 구성된 거실이 아늑해 보인다.
창밖으로 보이는 조망이 뛰어나 집이 앉혀지는 위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식당 공간은 넓지 않지만, 넓은 창으로 풍경을 끌어들여 피크닉 분위기를 자아낸다.

집터가 있는 대보리 남쪽으론 조종천이 흐르고, 북쪽으론 금광이 발견됐다 하여 대금산(大金山)이라 불리는 산자락이 펼쳐져있다. 호젓하고 맑은 공기로 가득한 대금산은 봄이면 철쭉으로 인해 온통 연분홍색으로 물든다. 집이 앉혀진 대금산 둥지마을에서 대금산 정상까진 약 3.5㎞에 불과해 아침 산행코스로 최적이다. 

둥지마을은 크리스탈 밸리(CC)가 있는 큰길가부터 1㎞ 정도 떨어져 있어 조용하면서 서울과 접근성이 뛰어나다. 조만간 큰길에서 집 앞까지 폭 2m의 도로가 5m로 확장될 예정이라 차량 통행은 더욱 수월해질 예정이다.

2층 복도. 거실을 내다볼 수 있는 난간을 둬 개방감을 준 덕에 답답하지 않다.

“하루 종일 일하지만 힘들지 않아요”
자연 비탈을 이루는 집터를 계단 형식으로 토목공사하고 위쪽에 집을 앉혔다. 건물과 마당의 레벨 차에 의해 외부시선이 자연스럽게 차단되고, 집 안에서 밖을 향한 조망은 더욱 좋아졌다. 수년간 건축주의 손길을 거친 조경은 작은 공원을 방불케 한다. 특히,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 무려 260종에 달하는 꽃들이 마당 곳곳에 심어져 있어 눈을 즐겁게 하고 찾아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목공예에 조예가 깊은 건축주는 손재주가 뛰어나 집에서 필요한 것은 대부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다 보니 아내가 걱정할 정도입니다. 힘들지만 직접 집을 가꾸며 사는 게 좋아요.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도구와 물품을 관리할 창고가 필요해 전문 시공업체에 알아보니, 창고 짓는데 900만 원 정도 필요하더라고요. 자재를 사다가 직접 지었더니 159만 원에 해결됐어요.”

직접 한 장 한 장 쌓은 아담한 담과 온갖 야생화로 장식한 모습.
덱 모습

그의 생의 철학은 일생을 쇠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철침(磨鐵針)’ 정신이다. 그러한 모습이 속도에 의존하는 현대 문명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그는 여유와 차분함으로 세상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그런 그는 집을 지을 때도 천천히 진행하며 모든 일련의 과정을 즐겼다. 설명과 함께 내민 자료엔 당시 설계 단계부터 집이 완공되기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고 준비했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쪽문
창고와 야외 가마솥

검소함과 배려 담아
그의 애정이 가득한 집은 복층의 경량 목구조이다. 694.21㎡(210.00평) 대지에 1층 99.17㎡(30평), 2층 44.16㎡(13.36평)로 계획했다. 1층은 건축주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으로, 2층은 자녀들이 찾았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눴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마주하고 좌로는 거실과 주방이, 우측으론 안방이 놓였다. 거실에선 식당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방 한편에 놓인 식당이 내력벽에 가려지기 때문이다. 내력벽은 창처럼 적당하게 뚫어놓아 답답하지 않다. 내력벽은 구조상 없앨 수 없는 구조지만, 오히려 손님의 식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차단해 불편함을 덜어주려는 배려처럼 느껴진다. 

차 한 잔을 즐기며 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식당은 안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곳에 놓인 식탁은 안주인의 손때가 묻은 예전 살림살이이고, 식탁에 맞게 공간을 설계했다. 그래서 더 정감이 깃들어있다. 이처럼 각 실의 규모는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에 맞췄다. 대부분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옮겨와 평소 검소하고 비움의 삶을 추구한다는 그의 인생철학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마당만큼은 넓게 사용하려는 욕심에 통행을 위한 공간으로 덱은 최소화 했다. 

주택 입구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 
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장동철 씨가 가슴에 새기고 세상을 대하는 법이다. 담은 집의 경계를 표시하기도 하지만, 담장을 높게 하고 철침을 세워 외부의 침입을 막는 행위를 대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담은 인간 내면에도 쌓인다. 높게 쌓일수록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게 된다. 

손수 한 장 한 장 쌓은 이 집의 담장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여 장식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대문조차 없어 지나는 길에 힘들면 마당에서 쉬었다 가라는 것처럼 보인다. 집은 주인을 닮는다고 했던가. 누구에게나 넉넉하게 열려있는 집의 경계 안으로 들어가면 어느 곳 하나 버려두지 않은 성실한 그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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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전원주택 정원】 작은 공원같은 야생화 정원이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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