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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씨의 정원은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나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겐 낙원 같은 곳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정우 씨가 관리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단다.
흙 한 줌 쥐어 본 일이 없는 그가 멀리 남해까지 와서 흙과 풀을 벗삼은 사연을 들어봤다

•motive 아드리아해를 끌어안은 이탈리아 북부 정원
•item 포도나무, 키위 나무, 블루베리, 잔디, 치자나무, 억새
•location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 원예예술촌

아담한 지중해풍 목조주택과 꾸밈이 지나치지 않은 정원이 조화롭다

흙 한 줌 쥐어 본 일이 없던 이정우 씨는 이탈리아 북부 여행에서 그곳 정원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빛바랜 붉은 기와, 색이 화려한 정원, 코발트 아드리아해까지… 그 어울림이 왠지 모를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 순간 그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 같은 집과 정원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여행의 잔상은 남해에서 되살아났다. 발아래 산봉우리 사이사이로 은근히 드러나는 쪽빛 바다가 아드리아해를 연상케 했고 120m 고지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에 망설일 틈 없이 서울에서 남해로 이주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이태리 스타일의 차분하고 이국적인 정원을 드렸다.

그는 “식물과 내가 하나가 되는 신기한 체험을 하고 있다”면서, “내가 기운이 없으면 이들도 축 처지고 며칠 집을 비웠다 오면 금세 활짝 펴 반겨준다. 정원을 ‘가꾼다’는 말보다 ‘돌본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내 자식을 키우는 기분이다”라고 할 정도로 정원에 애착이 크다.

‘향기 정원’이란 이름을 붙인 정원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시각적으로 먼저 와 닿는다. 은빛 억새와 너른 잔디 마당 그리고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이 시야에 가득 담겨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린다. 평평한 마당은 잔디만 깔아 단정하게 했고 경사진 기슭은 지형을 살려 억새를 비롯한 번식력 강한 식물들로 풍성하게 만들었다. 정면에서 우측 덱으로 이어지는 경사지에는 무성한 수풀 사이로 오솔길을 내고 디딤 목을 깔아 정원 일이 수월하도록 했다.

기슭에서 덱 옆으로 통하는 계단. 단풍나무, 배롱나무 등이 나란히 서 있고 경사지에는 누운향이 심겼다.

잔디 정원의 좌측 끝부분. 키 큰 나무가 작은 꽃들에 그늘을 만들어 준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시야를 가리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마당을 전부 잔디로만 채운 거죠. 세 살배기 손녀딸이 뛰놀다 넘어져도 푹신하게 받아 주니 크게 다치지 않아 좋고요.”

옹벽이 높게 쳐진 자리라 정원 끝자락은 낭떠러지 같은 느낌인데 치자나무로 자연스럽게 울타리를 대신했다.

벽돌로 자그마한 공간을 구획해 식물을 분리해 놓았다. 양옆에 길을 터 이동에 편의를 돕는다.

집 우측에 심은 키위 나무. 이리저리 엉킨 덩굴 아래로 오동통한 키위가 주렁주렁 달렸다.

작은 과수원 이룬 포도, 블루베리, 키위 나무
경사지 중앙부와 우측에 탐스럽게 열린 포도, 키위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외에도 정원에는 30가지 허브, 블루베리 등 다양한 종이 뒤섞여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포도는 이태리 스타일 정원을 가꾸려다 보니 와인이 떠올라서 도전해 봤어요. 화학비료 하나 주지 않았는데 당도가 꽤 높아요.”

해충이 먹지 않도록 하얀 종이옷을 입히는 작업도 일일이 직접 해낸다. 처음에는 포도나무 관리 방법을 몰라 지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가며 가까스로 했다. 특히 빠르게 자라나는 이파리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데 포도에 제공돼야 할 당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란다.

덱 옆으로는 지지대 위로 키위 덩굴이 이리저리 엉켜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런데 포도가 주렁주렁 달린 데 비해 키위는 한쪽에만 드문드문 매달려 있다.

“키위 재배가 더 어려운가 봐요?”

“아니에요. 키위는 원래 암수 구별이 있어도 그루를 같이 심어줘야 열매가 열린대요. 그걸 몰랐지 뭐예요. 총 네 그루 심었는데 하나만 암나무였나 봐요. 한쪽에만 통통한 키위가 매달리네요. 그런데 원래 암수 구분은 꽃이 필 때가지 알 수가 없다네요. 내년엔 암나무를 몇 개 더 갖다 심으려고요.”

블루베리는 이미 다 따 먹은 지 오래다. 농약을 일절 치지 않아 오며가며 재미로 하나씩 따 먹은 게 벌써 가지를 앙상히 드러냈다. 라벤더, 로즈마리, 멕시칸세이지 등 30가지 허브 잎도 기분에 따라 차로 우려 마시는 묘미를 준다.

이정우 씨의 정원은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겐 낙원 같은 곳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그가 손수 관리한다는데 뭐든지 쑥쑥 자라주니 그 넉넉함을 닮아 손님에게 베푸는 인심도 넉넉하다. 포도 한 아름, 찻잎으로 쓰라며 라벤더 잎 한 움큼 선사한다.

집을 가리지 않을 만큼 자라는 식물로 집 테두리만 깔끔하게 둘렀다. 창문을 나뭇가지가 은근히 가려줘 프라이버시를 보호다.

키 작은 대문이 활짝 열려 있다. 대문과 대조적인 높다란 상록수가 집 지키는 보초병인 듯 입구 양쪽에 서 잇고 현관 양쪽에선 행인바스켓이 손님을 반겨준다.

"식물과 내가 하나가 되는 신기한 체험을 하고 있다”는 그는 “내가 기운이 없으면 이들도 축 처지고 며칠 집을 비웠다 오면 금세 활짝 펴 반겨준다. 정원을 ‘가꾼다’는 말보다 ‘돌보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내 자식을 키우는 기분이다”고 할 정도로 정원에 애착이 크다.

집 전경. 밖에서 보면 잔디가 깔린 곳만 정원인 것처럼 보이나 그 아래 경사를 그대로 살려 향기 나는 식물과 번식력 강한 식물 위주로 심었다
집 외부 낮은 울타리에 걸어 놓은 바스켓. 빨강, 노랑, 비비드한 컬러가 눈길을 끈다. 옹벽 위 치자나무는 울타리를 대신하고 여름이면 옹벽 아래로 덩굴장미가 흘러내린다.

바스켓을 이용해 외벽 곳곳을 색색으로 물들였다. 뒷마당에 만든 텃밭. 부엌과 바로 닿아 안주인이 시선ㅇ에 방해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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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원예예술촌 주택정원】 달콤한 향 일렁이는 이탈리아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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