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 과정은 고민의 연속이다. 땅을 구매하면 집의 형태와 구조를 고민하고, 형태가 정해지면 내부를 어떻게 채울지 고민이다. 다행히 고민 끝에 찾은 결과가 좋으면 행복으로 귀결된다. 악조건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도출해낸 집이 있다기에 대전으로 향했다.
글과 사진 백홍기
※ 기사 하단에 이 주택과 관련된 영상을 링크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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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NOTE
DATA
위치 대전광역시 유성구 탑립동
대지면적 306.40㎡(92.84평)
건축면적 131.50㎡(39.84평)
연면적 192.01㎡(58.18평)
1층 102.65㎡(31.10평)
2층 89.36㎡(27.07평)
건폐율 42.92%
용적률 62.67%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용도 도시지역, 제1종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설계기간 3개월
공사기간 4개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1층 KMEW 컬러베스트, 알루미늄 징크
2층 KMEW 컬러베스트
외벽 - KMEW 사이딩, 이낙 스타일 , 라스코, 알루미늄 징크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 벽지
내벽 - 2×12 구조재 노출, 친환경 벽지
바닥 - 복합 대리석 타일, 강화마루
창호 - 융기 베카드리움(독일식, 미국식)
욕실 - 포세린타일, 친환경 벽지
현관문 -Ykk 베나토
단열재 지붕 - 크나우프 에코베트 R32
외벽 - 크나우프 에코베트 R21
내벽 - 크나우프 에코베트 R19
설계 및 시공 더존하우징 1644-3696 www.dujon.co.kr
지재유경(志在有逕)
집을 지을 때 땅의 모양과 방향이 늘 일정하고 사방이 확 트이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늘 대지와 환경에 맞춰 집을 설계해야 한다. 여건이 좋다면 쉽게 해결되지만, 이런저런 상황이 맞지 않으면, 설계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이 집은 후자에 속한다.
단지는 대전 시내와 가깝고 교육환경이 좋아 분양을 시작하면서 거의 끝났다. 주택이 하나둘 들어서 마을 모양새가 갖춰갔지만 유독 팔리지 않은 땅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건축주가 집을 지은 땅이었다.
양옆이 이웃집에 가려지고 어설픈 남서향이라 땅만 두고 보자면 옆집을 바라보며 살아갈 모양새다. 대지 앞의 공원은 보기엔 좋지만, 높은 레벨차로 공사를 방해하는 요소다. 공사도 어렵고 대지 위치도 그다지 좋지 않아 홀로 주인 없는 신세였다. 그 땅을 건축주가 매입했다. 인근 아파트에 살면서 자주 봐오던 지역이라 집만 잘 지으면 문제 될 게 없어서다.
건축주는 시공사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쉽지 않은 설계에 담당 팀장은 집의 이름을 지재유경으로 지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양옆과 앞이 다른 집으로 막혀 부지의 가치는 낮았어요. 건축주와 오랜 상담과 협의를 하면서 거실을 45°틀어 지형 핸디캡을 극복하고 채광과 조망권을 확보했죠.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하나의 집’으로 방향을 잡고 건축주와 고민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해나갔어요.”
담당 윤 팀장은 주택설계는 건축주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이해에서 완성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초안은 한 번의 수정만 거치고 완성했다. 설계에 따라 삼각형의 주택은 남서향으로 배치했다. 그래도 거실은 조망이 좋은 정남향의 공원을 바라본다. 기하학적인 삼각형의 형태는 북쪽의 진입로와 조망을 확보하고 외부 시선을 차단했다.
“윤 팀장과 의논하면서 ㄱ이나 ㄴ 형태의 주택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윤 팀장의 과감한 디자인이 좋아 그걸로 결정했죠. 올해 2월 오픈 하우스에 많은 손님이 왔는데 다들 만족해했어요. 저도 기대 이상이고요.”
재료의 변신!
외형의 기대가 크면 내부도 궁금해지기 마련. 공간 분할은 어떻게 했는지 상상하며 내부로 들어선다. 현관을 지나 시야에 들어온 첫 느낌은 도서관이다.
“아내가 아이들을 위해 북카페처럼 꾸미고 싶어 했어요. 책도 많아 책장 한 두 개로 해결하기도 어려웠고 공간 분위기를 맞추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구조재를 이용한 책장이죠.”
책장으로 이용한 구조재는 목구조의 스터드에 해당한다. 수직 하중을 지지하는 스터드는 일정한 간격으로 시공한다. 건축주는 구조체의 특징을 이해하고 형태를 이용해 새로운 모습을 생각해냈다. 등급이 높은 벽 구조체의 구조재를 이용해 스터드 간격을 좁히고 고급스럽게 꾸며 독특한 책장을 만든 것이다. 2층 천장까지 시원하게 열린 공간은 책들로 둘러싸여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을 전한다.
1층에는 침실과 거실, 식당 외에 놀라운 이색적인 공간이 하나 더 있다. 안방 앞에 있는 거문고를 연주하는 공간이다. 음악을 전공한 부모의 권유로 거문고를 연주하는 아들의 취미 공간이다. 2층에는 건축주 왕성일(41)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 피아노를 설치한 음악 방이다. 피아노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한쪽 벽 면 전체에 거울을 설치한 것과 천장을 피아노 형상으로 디자인해 드라마틱한 공간을 연출해서다.
구조와 구성, 배치 등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맞춘 주방은 아내 박세정(36) 씨의 애정으로 넘치는 공간이다. 기성 제품화된 아파트의 주방과는 다르다. 아파트는 남의 것에 맞춰 사는 기분이지만, 이곳은 본인에게 맞춘 공간이라 진정으로 ‘내 것’이라는 의미가 강해서다.
봄에 입주해 여름을 지나고 있는 현재 가족은 새로운 공간에서 각자 만족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집을 짓기로 할 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다. 아파트의 편안한 생활과 편리한 공간에서 즉흥적인 결정으로 터전을 옮기게 되고,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공사현장의 허술함과 이해하기 어려운 공간은 아내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웠다. 왜 이래야 하는지 불만도 컸다. 그러나 완공된 집의 새롭고 신선한 환경은 아내의 마음에서 봄날 눈의 흔적처럼 모든 불만을 지웠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집을 커다란 그릇으로 비유하자면, 건축주 부부의 새 그릇에 앞으로 무엇이 채워질지 사뭇 궁금하다. 어쩌면 이미 다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가족의 건강한 몸짓과 웃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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