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
전원카페 ‘산속’은 깊이 막힌 산으로 둘러싸여 사람의 왕래도 적고 조용한 곳이다. 사장 이희남 씨는 2년여에 걸쳐 건물을 직접 지었다. 50여 평의 카페를 운영하며 객이 찾아와 전원을 즐기다 보면 어두운 산길을 내려보내기가 걱정돼 재워 보내던 것을 계기로 민박도 함께 운영 중이다. 본관 1층에는 카페, 2층에는 2개의 객실과 부부의 생활공간이, 3층에는 다락방 겸 침실이 있다. 사계절 독특한 특징을 지닌 이곳은 철마다 풍경을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외로움이나 적적함을 느낄 겨를도 없다.
---------------------------------------------------------------------------

산세가 특이하고 정취가 뛰어난 소요산, 아담한 산세로 초겨울 가족 산행지로 알맞은 왕방산은 동두천에서도 잘 알려진 등산코스다.

서울 근교의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고자 하는 이의 발길은 오늘도 끊이지 않는다. 이들이 지친 다리를 풀고 휴식을 갖기에 충분한 카페가 있다. 바로 꿈과 희망의 집 ‘산속’이다.

동두천시 광암동에 진입하는 길, 자그마한 시골길과 미군훈련장을 지나 산골로 접어들면 쇠목길이 나온다.

전원카페 ‘산속’은 “계곡의 큰 폭풍과 작은 폭포에 살았던 용이 농부의 하나밖에 없는 소를 잡아먹고 승천하였다”하여 이름 붙여진 쇠목계곡에 위치한다.

외진 곳이라 이 길이 아닌가 싶어 되돌아가던 일을 반복해 좀 더 아늑한 곳에 위치한 카페에 도착했다.

나무 울타리로 꾸며진 카페 입구에 들어서자 덩치가 산만한 개가 안기고 짖는다. 평소 강아지도 무서워하던 터라 주인이 나와 어찌해주기를 바랐으나, 모자를 눌러 쓴 바깥주인은 인사만 건넨 뒤 유유히 사라진다.

잠시 후 돌아온 그는 들어오려면 들어오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가던지 알아서 하란다. 잠시 망설이다 하는 수 없이 용기를 내어 카페 현관으로 빠른 걸음을 재촉했다.

그 호통의 주인공은 바로 이희남(43) 씨다. 부인 윤은경(36) 씨와 함께 이곳에서 전원생활를 시작한 지 올해로 3년째다.

1998년 동두천 수해로 가옥이 침수됐고 형과 동업하던 앨범공장마저도 연이은 수해로 두 번이나 침수되자 재기불능의 상태가 됐다. 하지만 이들에게 시련은 곧 또 다른 기회가 됐다.

동생의 도움으로 1999년 당시 전(田) 형태인 토지 350평을 평당 28만 원에 매입할 수 있었고 미군부대(보급창고)에서 나오는 각재와 나무를 구입해 집짓기를 시작했다.

사업을 하며 전원생활을 결심하고 2년 동안 공장 한켠에 모아온 나무도 5톤 차로 열대 분량이나 됐다.

건물은 용마루로 얹는 나무를 이용해 6″×12″ 기둥을 세우고 각재를 우물 정(井)자로 엮어 평면 보를 만들었다. 2달 동안 재활용 목재에서 못 빼는 작업이 이어졌고 그 분량만 해도 드럼통으로 가득했다고 하니 작업의 고단함을 헤아릴 만하다.

공사기간은 2000년 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어졌고 그 달 30일 카페를 열 수 있었다. 하지만 천천히 진행되는 야무진 집짓기 작업은 지금도 계속 이어진다.

“어느 날인가 절 데리고 이곳으로 오더니 황무지에 집을 짓겠다고 하더군요. 집에 돌아와서는 며칠을 울었어요.” 라고 말하는 부인의 눈가엔 그간 고생이 떠올랐는지 투명한 보석 같은 무언가가 맺힌다.

벽체는 나무 골조로, 스티로폼을 이중으로 사용해 단열에 신경 썼고, 그 사이를 또 벽돌을 이중으로 쌓아 완성했다.

내벽은 핸디코트로 마감하고 사포로 갈아내 고풍미를 더했고 외벽은 나무로 마감해 목조주택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견고함을 더하기 위해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으며 대못을 박아 균열을 방지하고 하중을 잘 지탱하도록 했다.

본관 1층은 카페 50평, 2층은 2개의 객실과 부부의 생활공간, 3층은 다락방 겸 침실로 공간 구성을 했다.

공사 당시 임시숙소로 이용하던 별도의 건물은 지난해 리모델링을 했다. 별관 1층은 공구 창고와 9평 객실로, 2층은 7평 객실 2개로 구성돼 있다. 유럽(서구식) 분위기로 완성한 집은 골조, 벽체, 문틀 등 하나부터 열까지 재활용으로 완성됐으나 효과적인 단열을 위해 창문만은 신용(新用)이다.

전원카페 ‘산속’은 산으로 둘러싸여 사람의 왕래도 많지 않은 조용한 곳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김장김치와 바비큐 맛을 잊지 못해 반드시 단골이 된다.

동두천터미널에서 광암동 버스를 이용, 종착역에서 하차한 뒤 전화하면 주인은 어김없이 마중을 나온다.

객이 찾아와 전원을 즐기다가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는 게 걱정돼 재워보내던 것을 계기로 현재는 민박도 함께 운영 중이다. 특히 넓게 천창(Top-Light)이 뚫린 방은 손님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이 사장은 매년 번 돈을 집 짓는 데 투자하고 있다. 하기에 정성으로 치자면 10억 원 정도의 가치를 훨씬 넘긴단다.

여름에는 집 앞 계곡에 물놀이 오는 사람들이 많고 겨울엔 산속의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외로움이나 적적함은 느낄 시간이 없다.

오전 9시에 기상, 애완견과 함께 조깅하고 운동으로 하루를 연다. 손님의 예약전화는 부인 담당이고, 건축주는 또다시 집짓기와 보수에 들어간다.

이날은 부인을 위한 세탁실을 설치하는데 손이 바쁘다. 카페의 문을 닫아놓는 일은 절대 없다. 산 깊은 외진 곳까지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서다.

인근에는 8가구의 주민들이 함께 생활한다. 난시청지역으로 디지털 위성방송을 보고 인터넷 전용선이 안 들어와 모뎀을 사용하며, 9·11테러 소식을 이틀이 지난 뒤 접했지만, 이곳은 분명 꿈이 있고 행복이 함께 하는 곳이다.

카페 ‘산속’이 위치한 곳은 계곡보전지역이며 산촌개발마을이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마을 전체를 잇는 정화조를 이용한다.

지하수는 천연 암반 1급수이고, 전기요금은 월 30만 원정도다. 월 매출액은 주인 내외가 ‘먹고 살 만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얼마전 커다란 평면 TV를 장만했다고 하니 그것은 상상에 맡긴다.

이 사장은 “전원생활을 결심하고 있다면 40대 초반에 시작할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전원생활을 그리 쉽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돌아오는 생활을 지루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농부들이 매년 밭갈이를 하면서 기대와 희망으로 즐거워하는 마음과 같죠. 그보다 앞서 중요한 것은 배우자와 가족들도 좋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라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카페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페치카에서 군고구마가 따끈하게 구워질 때면 그리움을 씻지 못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버려진 테이블이며 의자를 닦고, 수리하고, 칠해서 재활용으로 완성된 카페 내부는 그래서 오합지졸(烏合之卒)이지만, 그 어느 곳의 새것보다 더 빛나고 아름답기만 하다. 田

■ 글·사진 김혜영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동두천시 광암동
·건축형태 : 목구조 혼합(조적)
·부지면적 : 350평
·건축면적 : 100평(1층 50평, 2층 54평) + 별관 30평
·실내구조 : 1층 - 카페, 주방, 화장실, 세미나룸
2층 - 거실, 객실2, 발코니
3층 - 침실 겸 다락방
·외벽마감 : 목조사이딩
·내벽마감 : 핸디코드
·천정마감 : 목조노출
·지붕마감 : 나무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 전기패널
·식수공급 : 지하수

■ 홈페이지 : www.sansok.net (031-867-0005)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손수 지은 꿈과 희망의 집 ‘산속’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