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대지의 형태와 공간을 공유할 사람들의 삶을 투영해 결과를 찾는다. 간단한 단층의 건물일 수도 있고, 여러 개의 공간을 조합한 건물이 될 수도 있다. 지대가 높은 부산 구포동에서 맞이한 배경윤(47)•조현숙(47) 씨 부부의 집은 2층인지 3층인지 미묘하다.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의문은 사라진다. 스킵플로어 공간을 잇는 계단이 모든 설명을 하는 듯 방문객을 반기기 때문이다.
글 백홍기 사진 강창구
취재협조 리담건축
HOUSE NOTE
DATA
위치 부산 북구 구포동
대지면적 152.90㎡(46.33평)
건축면적 91.30㎡(27.66평)
연면적
142.80㎡(43.27평)
1층 주차장
2층 87.88㎡(26.63평)
3층 54.92㎡(16.64평)
건폐율 59.71%
용적률 93.39%
건축구조 스틸 스터드, 철근 콘크리트구조
용도 제2종일반주거지역
설계기간 2015년 1월 ~ 2015년 3월
공사기간 2015년 3월 ~ 2015년 8월
설계 건인자건축사사무소 053-753-0470
시공 리담건축 1599-0380 www.ridam.co.kr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로저 컬러강판, 프린틸
외벽 - 케뮤 사이딩, 스타코
내부마감
벽, 천장 - 타일, 벽지
바닥 - 타일, 구정마루, 헤링본
단열재
지붕 - 1층 이소바에코 R30, 2층 열반사단열재 6T
외벽 - 1층 이소바에코 R19, 2층 스카이텍 8T
내벽 - 1층 이소바에코 R19, 2층 이소바에코 R11
바닥 - 비드법보온판
창호 융기, 베카드리움, 삼중유리 시스템 창호(독일식)
주방기구 (주)한샘
환경은 극복, 이웃과는 행복하게
부산 구포동 남쪽의 경사를 힘겹게 오르면 멀리 낙동강과 구포대교가 시원스레 내려다보인다. 해 질 녘이면 도심의 야경은 풍경화가 된다. 좋은 풍경을 선사하지만, 집을 앉히기엔 심한 경사가 문제였다. 대지 경사가 14°에 달해 낮은 쪽과 높은 쪽의 레벨차가 사람 키를 훌쩍 넘긴다. 언뜻 생각해도 기초공사에만 상당한 시일과 비용이 소비될 것이다. 그렇다고 어렵게 찾은 땅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건축주는 아버지를 모셔야하는 상황에서 단독주택을 선택한 것이고,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아파트가 먼저 팔렸다. 마음이 급했다. 우선 땅부터 매입했다. 그리고 건축주는 회사이념에 관한 글을 읽고 신뢰한 시공사 대표에게 연락했다.
“경사 때문에 공사가 어려울 거 같아 고민했었죠. 시공사 안영수 대표의 의견을 들어보니 재미있을 거 같다며 흔쾌히 해보자고 했어요. 믿고 맡겼죠. 결과는 매우 만족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공간’ 리담건축의 슬로건이다.
집을 잘 짓기 위해선 설계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책임지는 현장소장의 역할도 크다. 건축주의 집은 심효준(36) 소장이 맡았다. 심 씨는 시공을 맡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민원처리라고 했다. 의외의 답이다.
“이렇게 경사가 심하면 기초공사가 힘들죠. 그런데 민원이 심해서 그것을 해결하는 게 더 힘들었어요.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건축주 가족의 이웃이 되는 분들이기 때문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죠.”
시공하면서 이웃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건축주가 입주해서도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간 마술사 ‘스킵플로어’
설계는 건축사사무소 건인자建人自에서 맡았다. 계획부터 1층을 아버지의 공간으로 생각한 건축주는 공간 활용이 중요했다. 건축주와 시공사와 의견을 나눈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대지 형태와 공간 배치를 고심한 끝에 스킵플로어 구조를 제시했다.
먼저 집으로 들어서는 현관은 정면 우측에 배치했다. 두 대의 주차장이 필요한 건축주 의견으로 주차장은 도로에서 오르면서 진입하기 쉬운 좌측에 필로티로 계획했다. 실내 공간은 긴 쪽이 9m 정도인 직사각형 대지 평면을 반으로 나눠 스킵플로어로 처리해 반 개 층씩 변화를 줬다. 공간은 좁지만 위아래 두 개 층을 볼 수 있어 시야가 넓어진 덕에 답답하지 않다. 나뉜 공간은 다시 공용 공간과 사적 공간으로 구분했다. 용도에 따라 나뉜 공간은 평면 중심에 위치한 목조 오픈 계단으로 연결한다.
3층 거실과 내실은 일조권 사선 제한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북서쪽 지붕에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는 옥상 테라스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주택의 남쪽은 도시형주택으로, 북서쪽은 리조트 펜션 성격을 지닌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집이 탄생했다.
예전 가구를 그대로 사용하고 싶다는 건축주 요구에 따라 가구에 맞춰 각 실 평면 일부를 약간씩 건물 바깥쪽으로 돌출했다. 외부 벽면으로 돌출된 구조는 자연스럽게 단조로운 형태에 변화를 줬다. 창호는 각 공간에서 필요에 따라 적절한 크기와 다른 모양으로 계획했다. 모든 구성을 마치고 나니 독특한 외형이 나타났다. 층수 구분의 모호성, 단조로운 사각 평면과 변화된 입면 형태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건축주 가족은 그동안 아파트 생활을 했다. 몸과 마음은 평면적인 삶에 익숙했다. 공간과 공간을 계단으로 연결하는 스킵플로어 방식은 이들의 몸에 낯설게 다가왔다. 입주한지 이제 한 달을 넘기는 시점에서 몸은 벌써부터 낯선 환경에 적응했다. 각각 분리된 공간은 자녀들이 더욱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부의 생활도 편해졌다. 한 공간이지만, 둘 만의 공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1층 현관 옆에 있는 방은 건축주의 아버지가 머무는 공간이다. 정체가 궁금했던 현관문 옆의 또 다른 문이 아버지 방과 연결되는 현관문이었다. 아버지의 사적인 생활을 고려해 현관문을 두 개 설치한 것이다.
편리함을 따지자면 단층 평면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한 아파트가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풍족한 삶은 편리함만으로 채워지진 않는다. 약간의 불편함을 풍성한 에너지로 채운다면 몸은 더욱 활기로 가득해진다. 사소하고 귀찮았던 일도 특별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이 집의 가족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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