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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의 숲길을 돌아 나오면 왕복 4차선의 큰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슬래브 지붕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어귀에선 나지막한 돌담에 둘러싸여 凹 자형으로 넉넉하게 배치하고 팔작지붕에 기와를 얹은 웅장한 한옥 두 채가 단박 눈에 띈다. 지어진 한 채는 살림집이고 공사 중인 한 채는 전원카페로 사용할 예정이다.

정갈한 마당에 기품 있게 들어선 한옥, 완성도가 꽤 높아 보인다. 하지만 건축주 신동준·장해순 부부는 “툇마루를 창가마다 둘러야 하고, 대문도 달아야 하고, 정원에 아담한 정자도 한 채 지어야 하고… 아직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한 멋과 맛이 배어나는 한옥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천 한옥을 들여다보자.

 소선희 기자 사진  윤홍로 기자

건축정보
위치  경기 이천시 부발읍 가산리
건축형태  단층 한식韓式 목구조 한옥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대지면적  649㎡(196.32평)
건축면적  134(40.53)
연면적  183.40㎡(55.48평)
건폐율  20.65%
용적률  20.65%
구조재  더글라스 퍼
지붕재  전통 기와
외장재  황토벽돌, 회벽 미장
내장재  황토벽돌, 황토 미장, 한지 벽지
창호재  전통 창호, 시스템 창호
설계·시공  이재균 한옥연구소 080-777-7771 / 010-6494-8828
http://hanog.com   

경기 이천시 부발읍 가산리에 凹 자형으로 앉힌 연면적 183.40㎡(55.48평) 팔작지붕 겹처마 전통 목구조 한옥 건축주 신동준·장해순 부부. 한옥 살림집 옆에 전원카페를 짓느라 여념이 없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살림집과 마찬가지로 전원카페도 공정工程별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인부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중인데, 아직 인테리어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아 손볼 데가 많아요”라고 말하는 이들 부부의 첫인상은 여느 건축주와 많이 달라 보인다.

부지 안엔 凹 자형 한옥 두 채가 나란히 자리하는데, 지어진 한 채는 살림집이고 공사 중인 한 채는 전원카페로 사용할 예정이다. 부부는 다양한 건축 구조 중 한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에 살던 집은 슬래브 지붕이라 여름엔 푹푹 쪄 헉헉거리고 겨울엔 오들오들 떨면서 지냈어요. 그래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새집을 짓기로 맘먹었는데, 지붕 구조상 한옥이 잘 맞을 거 같아 전통미와 현대 건축 기술을 접목한 신한옥을 지은 거예요”라고 말한다.
 
부부는 한옥을 제대로 짓고자 여러 시공업체와 그곳에서 지은 한옥 살림집을 답사한다.
우리는 예전부터 갖고 있던 땅에 집을 지을 요량이었기에 입지立地 선정에 따른 어려움은 겪지 않았어요. 그 대신 입지 선정만큼이나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옥 전문 시공 업체를 만나 제대로 된 한옥을 짓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못 한 개 쓰지 않고 기둥과 보와 도리를 사개맞춤을 하여 골조를 짜는 한옥 전문 시공업체를 위주로 살폈는데, 그중 이재균 한옥연구소에서 지은 한옥이 제일 맘에 들었어요. 그곳에서 양평에 지은 한옥 두 채를 둘러봤는데 모두 기품이 있고 전통 한옥의 문제점인 단열성을 개선에 집 안에 온기가 감돌았어요.”

한옥을 한옥답게 만드는 필수 요소, 기와
요즘 지붕에 오지기와를 올린 한옥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오지기와는 자중自重으로 구조체에 부담을 주고 기와장이가 드물뿐더러 현장 시공 과정이 길고 자체 가격이 비싼 데다 시공비가 많이 들며, 시멘트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값싼 개량형 기와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동준·장해순 부부가 가볍고 편리하며 저렴한 개량형 기와 대신 전통 오지기와만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부는 “요즘 개량형 기와는 너무 가벼워 보여 한옥의 멋과 맛을 제대로 내지 못해요. 짙은 검은색이 주는 안정감이랄까, 무게감이랄까… 아직 그런 분위기를 내는 제품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이재균 한옥연구소에다 우리 집 지붕엔 오지기와가 아닌 다른 기와는 올리지 않겠다고 했어요.
멀리서 집을 바라보면 지붕부터 눈에 들어오는데, 마을 어귀에서 우리 집 지붕을 바라보면 품질 좋은 오지기와를 올려서인지 사대부가의 기품이 느껴져 뿌듯해요”라고 말한다.

지붕은 겹처마 팔작지붕 구조로 서까래 위에 개판蓋板, 단열재, 부연附椽, 부연 개판, 방수 시트 그리고 마사와 석회를 섞은 흙(알매흙)을 얹고 오기기와를 이은 형태이다. 부부는 “혹시라도 기와가 깨져 물이 샐까 봐 알매흙을 다소 두툼하게 시공하고,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가 바닥에 고이거나 벽으로 튀는 것을 막고자 처마 밑에 작은 자갈을 깔았다”고 말한다.

사개맞춤한 오량천장. / 애자를 이용한 조명기기.

큰 창과 함께 쪽창을 따로 낸 안방.

주방에 난 쪽문을 이용해 외부로 바로 나갈 수 있다.

뒷마당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거실
집 안에 햇볕이 잘 들도록 메인 거실 창을 뒷마당이 있는 동남향으로 내다보니 현관은 자연스레 북향을 바라본다. 현관에서 중문을 열면 좌우로 복도가 나타나는데, 이것은 노모 방을 집 중앙에 드리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공간이다. 이를 기준으로 좌측엔 주방/식당과 안방이, 우측엔 거실과 두 개의 자녀 방, 화장실이 자리한다. 복도는 공간을 나누는 일종의 파티션인 셈이다. 복도와 주방/식당 사이에 한식 창으로 중문을 설치해 적절히 시선을 차단하면서 공간을 분리한 구조이다.

거실은 오량천장으로 고가 높아 집 안의 분위기가 한층 시원스럽고 밝다. 기둥과 도리, 보 등 기본 자재는 북미산 더글라스 퍼로 외부에 드러난 목재엔 오일스테인 처리를 했지만, 내부 수장재엔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아 소나무 특유의 색상과 향이 느껴진다. 애자를 사용한 천장 조명 기기는 전통 목구조와 어우러져 고풍미를 발산한다. 신동준·장해순 부부는 “천장 조명 기기는 옛날 한옥에서 보던 제품으로 골랐어요. 애자를 사용하면 색색의 전선이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골조와 잘 어울려요”라고 말한다.

현관 앞 복도.

거실의 전경
거실의 전경

전통미에 단열성을 더하다
벽체는 100두께 생황토벽돌을 이중으로 쌓고 벽돌 사이엔 단열성을 높이고자 숯을 채우고, 내벽은 황토를 한 번 더 바른 후 한지로 마감한 형태이다. 생황토벽돌은 생황토에 숯과 왕겨를 넣고 찍어낸 것으로 전통 심벽 방식보다 공법이 간편하고 단열성이 좋아 많이 사용하는 자재 중 하나이다.

신동준·장해순 부부는 “한옥에 잘 어울리면서 몸에 좋은 걸 사용하자는 생각에 생황토벽돌을 선택했는데, 살아 보니 단열성이 뛰어난 게 무척 맘에 들어요. 심야 보일러를 사용하는데 밤새 발생한 온기가 다음날까지 남아 있어 난방비가 적게 나와요”라고 말한다. 기둥보다 벽체가 조금 튀어나온 이유는 단열을 고려해 단열재가 들어가는 공간을 100㎜로 조금 두껍게 시공했기 때문이다.

부부는 “생황토벽돌을 사용해서 그런지 비 오는 날이면 집 안에 흙냄새가 가득해요. 처마에서 빗물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차 한잔 마실 때의 기분은 한옥에서 살아본 사람은 아실 거예요”라며 한옥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바닥은 콘크리트 기초 위에 보온재, 엑셀 파이프, 콩자갈, 황토, 강화마루 순으로 시공한 구조이다. 전통 한옥을 고집하더라도 단열과 기밀성을 생각하면 창호만큼은 현대식 창호를 선택해야 한다.

부부는 “창호는 230㎜ 이중창(16㎜ 복층 유리)이지만, 전통 한옥의 멋을 창호에서도 찾고자 덧문으로 바깥쪽에 한지를 바른 세살 목창을 달았어요. 또한, 환기와 채광, 조망을 고려해 방마다 큰 창과 함께 쪽창을 따로 냈어요”라고 말한다.

낮은 돌담 사이로 핀 들꽃 향연
큼직한 마당을 두른 돌담과 그 안 구석구석을 채운 잔디, 디딤돌, 소나무, 아기자기한 정원 등은 신동준·장해순 부부의 작품이다.

“아휴~ 말도 마세요. 얼마나 힘든지, 조경 공사는 아직도 진행형이에요. 돌담을 따라 꽃을 보도록 하려고 씨앗을 계속 심고 있어요. 지금 핀 꽃들 사이로 할미꽃 씨앗을 심어놨는데 내년엔 더 예쁘게 보일 거예요. 돌담에 쓰인 것들은 모두 자연석이에요. 돌담 위 기와는 고택 지붕에 사용하던 오지기와하고 100년도 넘은 고기와를 섞어 올렸어요. 그래서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이젠 낮은 담장 밖으로 대나무를 심어 시선을 차단할 예정이에요.”

부부에겐 정원 일은 정성스럽게 지은 한옥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처럼 보인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즐겁다는 부부에게서 한옥에 남다른 애착을 읽을 수 있다.   

오지기와를 얹은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사대부가의 기품이 느껴진다.

측면 담장은 무너지지 않게 골재로 다진 후 2단으로 쌓았다.

처마를 따라 가지런히 깔린 작은 자갈은 낙숫물이 고이거나 벽에 튀는 것을 방지한다. / 전통 방식으로 사개맞춤한 기둥과 보, 도리와 추녀의 거까래가 고풍스럽다.

이천 한옥은 공사를 시작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아직 진행형이다. 툇마루를 창가마다 둘러야 하고, 대문도 달아야 하고, 정원에 아담한 정자도 한 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하나씩 해나가야죠. 욕심부리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거든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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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한옥】 느림의 미학으로 시작되는 단층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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