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의 깊은 골짜기. 초보운전자라면 엄두 못 낼 산길에 ‘집이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의문이 맴돌다 걱정이 밀려올 때쯤, 우거진 숲 사이로 언뜻 집이 보인다. 이내 10여 채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글과 사진 백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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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NOTE
DATA
위치 강원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4,474.00㎡(1,355.75평)
건축면적 115.56㎡(35.01평)
용도 계획관리지역
건폐율 2.58% 용적률 4.11%
연면적 184.26㎡(55.83평)
1층 115.56㎡(35.01평)
2층 68.70㎡(20.81평)
다락 10.26㎡(3.10평)
설계기간 5개월
공사기간 4개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이중 그림자 슁글
외벽 - 시멘트보드, 스타코 플렉스, 징크, 루바(포인트)
내부마감
벽 - 실크벽지, 포인트타일
천장 - 실크벽지
바닥 - 동화자연마루 크로젠
창호 - 알바트로스 이중창
단열재
지붕 - 이소바 R30
외벽 - 이소바 R19
내벽 - 이소바 R11
바닥 - 통기초
주방기구 우노인테리어가구
위생기구 INUS, 한국 GAT
조명기구 크리스털 샹드리에, 줄조명
설계 및 시공 태성하우징 1577-9148 www.태성하우징.kr
고개가 높고 험해 ‘아홉사리’라는 지명을 갖게 된 이곳에 마을이 들어선 건 불과 10년도 안 됐다. 그전엔 집 한 채만 있었다. 건축주 부부가 은퇴 후의 삶을 지낼 곳으로 정하고 18년 전에 장만해둔 집이다.
낡은 옛집을 대수선하고 은퇴 후 10년간 부부만이 살았다. 당시만 해도 좁은 산길이라 큰길에 차를 세워두고 1㎞를 걸어 들어왔다고 한다. 인적이라고는 출가한 자녀들 외엔 찾는 이가 없는 곳에서 어느 날부터 황영자(73) 씨 홀로 지내게 되었다.
마을을 만들다
첩첩산중에 홀로 남겨지자 마음은 헐거워지고 생활은 무뎌졌다. 살갑게 지낼 이웃이 있는 마을이 부러워졌다. 갖고 싶다고, 불러들인다고 마을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니 그저 흘러가는 세월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발 벗고 나선 게 아들이다.
“18년 전엔 낡은 집하고 주변의 산 15,000평 사놓고 살기만 했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들이 다 알아서 했어요.”
임야를 용도 변경하고 산을 깎아 토목공사를 마친 뒤 단지를 조성했다. 도로도 넓혔다. 그러나 깊은 산골이라 누가 들어올까 싶었다. 아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며 정보를 모으고 분양에 나섰다. 조용하고 한적한 청정지역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하나둘 늘었다. 대부분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다.
그렇게 다양한 계층의 은퇴자들이 모인 작은 마을이 만들어졌다. 대중교통과 시내와 거리 두고 있어 마을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이뤘다. 도심의 편의성에 길들여진 외부인에겐 심리적 고립감이 들 수 있지만, 이들에겐 더없는 지상 낙원이라 한다.
집을 새로 짓다
황영자 씨는 올해 1월에 입주했다. 마을 형성이 목적이라 집을 짓는 건 생각하지 않았었다. 새집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아들이 또 나선 것이다.
“예전 집을 대수선했지만, 그래도 추웠어요. 생활도 좀 불편했고, 아들이 따뜻하고 좋은 집에서 살아보라고 새로 지어줬어요. 예전 집은 노래방 기기를 설치해 동네 노래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하하).”
정남향으로 앉힌 집엔 햇살이 풍부하게 들어와 따뜻하다. 데크는 테이블을 배치해 카페와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다. 날이 풀리면 마당에 정자도 만들어 마을 쉼터 역할을 할 참이다. 집은 모던 스타일로 징크와 시멘트 보드, 스타코, 루바 사이딩으로 포인트를 넣어 완성했다. 지붕은 적설량이 많은 지역이라 경사지붕을 택했다. 집 뒤 공터에는 이웃과 손님을 위해 당구대와 탁구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배 모양의 포인트 타일이 눈에 띈다. 간접조명이 현관을 환하게 밝혀 집 안 분위기를 예고하는 듯하다. 역시 실내 요소요소에 설치한 LED 조명으로 그날 분위기에 맞춰 조명과 조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집의 전체적인 콘셉트와 계획을 맡은 아들에게 물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지.
“조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죠.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조명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외부에도 조명에 신경 썼어요. 일반적으로 조명에 평당 7만 원 정도 사용하는데 이 집엔 20만 원 정도 들었죠.”
오픈 천장의 크리스털 샹들리에 조명과 2층 단조 난간이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모든 층높이를 2m 80㎝에 맞춰 공간감과 확 트인 시야를 확보했다. 공간감은 창호를 통해 외부로 이어진다. 특히, 침실은 침대에 누워서도 밖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넓은 창과 가로창을 추가했다. 그리고 은은한 간접조명을 사용해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주방은 리빙룸과 다이닝룸을 구분했다. 간단한 식사는 아일랜드 식탁을 이용하고, 가족이나 손님과 식사할 때는 다이닝룸을 이용한다. 다이닝룸은 사각 등박스와 간접조명으로 식사 분위기를 차분하게 또는 밝게 비춘다. 다이닝룸은 데크와 동선을 연결해 야외활동의 편의성을 추가했다.
인연으로 엮이다
건축을 맡은 시공사는 3년 전 이웃의 집을 먼저 시공했었다. 당시 공사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 황영자 씨가 내심 마음에 담고 있었다.
“집 짓는 모습을 보니 열심히 하고 꼼꼼하게 일 처리했어요. 당시 이서연 사장과 얘기 나누면서 나중에 집을 짓게 되면 이 사람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했죠.”
인테리어 전문가로 발을 들여 건축까지 하게 된 이 대표는 “하나뿐인 나만의 집을 짓는 건 건축주와 시공자가 한마음으로 건축주의 꿈과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황영자 씨는 이 대표와 짧은 만남을 잊지 않은 덕에 평생 잊지 못할 집을 얻었다. 피천득은 수필집 「인연」에서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고 했느니 이를 두고 하는 말 같다. 풀과 나무, 산짐승을 소중하게 대하는 황영자 씨. 그러니 사람과의 인연을 어찌 소중하지 않게 대할까! 이 세상에 하찮은 건 없다는 말에 다시금 피천득 「인연」의 한 구절이 입안에 맴돈다.
“사람과의 인연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인연으로 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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