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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향하는 길가에 자리한 박정열·배덕임 부부의 집은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아기자기한 돌담이 그 너머를 궁금하게 만든다.

•motive 천편일률적인 형식을 벗어난 자연스러운 정원
•item 자연석, 분재, 소나무, 야생화, 돌담
•location 경남 진주시

마당 안에 가둔 정원이 아닌 자연의 일부가 된 박정열, 배정임 부부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 뒤로 펼쳐진 정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시야에 가득 담긴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수놓듯 배치한 각양각색의 바위, 그 위로 유난히 또렷한 색의 야생화,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분재 그리고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허리 굽은 소나무…. 

수석과 분재 그리고 야생화와 나무가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나를 이룬다. 어느 누구의 정원에서도 본 적 없는 고유의 느낌이 이곳에 있다.

박정열 씨는 결혼 전 공예 관련 일을 하다 분재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자연을 날마다 더 가까이하고 싶었던 그가 정원을 가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동안 분재에 미쳐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계유지 수단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조경 사업을 하고 있어요. ‘조경造景’은 경치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의미하는데 꽃과 나무 그리고 수석 등이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해요. 꽃과 각종 식물 그리고 바위, 결국은 하나인 것이죠.”

야생화를 유난히 좋아한 아내는 꽃집을 열고 몇 해 전까지 운영했다. 지금이야 야생화, 산야초 등을 파는 꽃집이 흔하지만 부부가 처음 야생화를 파는 가게를 열었을 때만 해도 생소한 사업이었다고.

“그때가 벌써 30년도 넘었으니 지금까지 운영했다면 아마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꽃집이 되지 않았을까요?”

주택 우측 대문에서 정원으로 향하는 길. 다각형 자연석들이 집 현관으로 가는 길을 만들고 그 틈에서 자란 푸릇한 식물 그리고 길옆의 분재가 거니는 즐거움을 준다
정원 중심부에 숨겨져 있는 연못은 습지 형태로 만들어 사람의 손길보다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강하다. /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각양각색의 야생화, 그 색이 청초하고 은은하기에 오래 머무는 이만 볼 수 있는 특권이다.

변화무쌍한 자연을 닮다
자연 그대로의 것에 가치를 두는 박정열 씨는 사람들이 구사하는 천편일률적인 형식에는 손사래를 친다. 자연은 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시시각각, 사시사철 변화하는데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정원은 하나같이 획일적인 모습이라는 것. 계획적으로 정원을 조성하면 도리어 자연과 멀어진다는 생각에 만드는 과정부터 인공적인 요소를 배제했다고. 정원 조성 당시 언덕을 낮추는 과정에서 자연석은 그대로 두고 흙은 지반을 형성하는 용도로 활용해 경비 절감 효과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수집해 온 자연석을 적극 활용했다. 대문에 들어선 순간 정원 바닥 전체를 덮고 있는 바위는 그 종류와 색이 얼마나 다양한지….

“사실 우리 집 정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에요. 잔디는 없고 마당 전체가 울퉁불퉁한 돌로 덮여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이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위험하지요. 자연이 주인공이지 사람을 위한 놀이터는 아니에요.”

후정後庭 또한 매력적이다. 이주 당시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덕분에 신비스럽고 독특한 효과가 가미됐다. 후정이지만 오후에 빛이 충분히 받는 위치이기에 종류 선정할 때 특별히 신경 쓴 것은 없다.

다만 집이 진주시 외곽에 위치해 시내보다 기온이 2~3℃ 낮아 내한성이 강한 식물을 심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토양과 기후에 맞는 식물을 심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기술을 떠나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죠. 심고 나서 눈여겨보다 보면 마음에 걸린다거나 눈에 거슬리는 것이 보여요. 그때마다 적절한 곳에 다시 옮겨 심어요. 그러면 식물들이 스스로 주변 환경에 적응해 본연의 자태를 나타내지요.”

세월과 취향이 녹아있는 부부의 정원,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멋을 풍긴다.

정원을 구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편한 신발과 순발력, 울퉁불퉁한 자연석과 숨겨져 잇는 작은 야생화, 사마귀 개구리 같은 벨레들을 밟지 않기 위함이다.
어느 오후, 다사로운 했살을 듬뿍 받고 잇는 꽃 세송이. 주택 정원이 아니라 산속에 와있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려거든
그는 정원 가꾸는 방법에 나름의 원칙과 습성이 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라면 직접 가보는 노력은 물론이고 책과 잡지 등을 통해 간접경험을 쌓는 것에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책을 통해 접한 것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원천이 된다.

그리고 정원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투자하는 만큼 마당에는 동일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집에 드는 비용의 1/10만 투자해도 훨씬 보기 좋은 정원이 나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원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그는 정원 설계 시 조감도를 반드시 그려보라고 조언한다. 조경 전문 업체에 의뢰할 경우 생각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원하는 이미지에 대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에 그렇다.

“단순히 말로 전하면 서로 그리는 이미지가 다를 수 있어요. 원하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남기거나 책, 잡지, 신문 등에서 스크랩해서 보여주고 최종적으로 집에 알맞은 조감도를 그려 100% 만족했을 때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아요.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은 한눈에 느낌을 전달받을 뿐만 아니라 쉽게 수정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고요.”

제한된 공간인 마당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부 담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원하는 이미지를 어떠한 방법으로 구현할지에 대해 충분한 교감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걸 차치하고, 그의 표현처럼 “고마 좋다”면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식물과 같은 높이에서 바라본 정원. 다양한 형태의 바위가 동물을 연상 시킨다.
낮은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키 큰 소나무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인사라도 하는 듯 허리 굽혀 주인과 손님을 맞는다. / 우람한 밑등에서 아담한 잎을 피워내는 소사나무 분재.

꽃송이가 작은 국화 소국. / 오래된 기와 지붕에서 잘 자란다 하여 와송으로 불리는 바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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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를 사랑한 남편과 야생화를 사랑한 아내의 진주주택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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