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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50년이 넘게 한 집에서 살아 온 이번 사연의 주인공,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보은 주택은 그 어떤 집보다 매우 낡고 위험한 상태였다. 흙벽이라 수리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채와 별채가 분리돼 있고, 구식 가옥의 특성상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이 넓었다. 대지 면적 186평에 용적률 100%, 신축을 하면 최대로 지을 수 있는 바닥 면적이 74평까지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건축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골조인 중목 자재만 해도 기존 주택들보다 2배 이상 사용했다. 철거 후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 땅에 어떤 마법이 펼쳐졌는지 되짚어 보겠다.

 중목 전문 건축가 감은희(㈜단감건축사사무소 소장), 건축가 양진석
사진 이남선, 러브하우스 플랫폼, 건축가 양진석

HOUSE NOTE
DATA
위치 충북 보은군 수한면 장선리
용도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중목구조(철물공법)
설계기간 2016년 6월 ~ 12월
공사기간 2016년 12월 ~ 2017년 2월
대지면적 720.00㎡(217.80평)
건축면적 152.88㎡(46.24평)
건폐율 22.57%
연면적 146.68㎡(44.37평)
용적률 20.35%

MATERIAL
외부 지붕 - 갈바륨
        외벽 - 세라믹사이딩
내부 천장 - 벽지
        내벽 - 벽지
        바닥 - 온돌마루 한화 L&C
단열재 지붕 - 경질우레탄폼
           외단열 - T100 압출법 보온판 2종 3호( ‘가’등급)
           내단열 - T89 글라스울( ‘다’등급)
창호 한화 L&C
주방기구 한화 L&C, 주방 상판 칸스톤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경동보일러

설계 ㈜플래닝와이그룹 건축사사무소 02-511-4379
중목설계 중목 전문 건축사 감은희 010-6889-1129
중목구조 시공 ㈜아이앤하우징 02-6217-8752

오뉴월에도 연탄난로를 때는 집
충북 보은의 한 시골 마을엔 아직도 흙과 나무로 만든 초가가 있었고, 그 집에서 두 아이와 부모님, 시부모님 그리고 베트남에서 온 아이들의 외할머니까지 모두 일곱 식구가 함께 살았다.

삼대가 함께 사는 이 주택은 50년 전에 지은 것으로 지붕엔 슬레이트를 얹고, 벽엔 패널을 덧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흙으로 지은 주택의 특성상 수시로 흙을 바르면서 관리해야 하지만, 형편이 좋지 않아 응급 처치만 간신히 하며 살았다. 오래전 개축할 때 마무리하지 못한 바닥엔 균열이 생겼고, 거실 한쪽은 푹 꺼져 기울어졌다. 대들보는 썩어 비가 오는 날이면 누전의 위험까지 있었다.

삼대가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거실과 주방을 오픈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현관에서 복도를 지나면 나타나는 주방/식당

주택은 본채와 별채가 ‘ㄴ’자 형태로 나뉘어 있어 공간 자체가 협소한 편은 아니었다. 어릴 적 시골집 마당에서나 보던 수세식 화장실에 아궁이가 떡 하니 자리 잡은 부엌까지 영락없는 구식 가옥이었다. 물론 별채엔 신식으로 지은 화장실과 부엌이 있지만, 협소한 공간에 세면대도 없고, 난방조차 되지 않아 수도가 얼기 일쑤였다.

며느리 녹자우 씨는 “겨울이면 입김이 나오는 화장실에서 아이들을 씻길 수가 없어 부엌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부엌에서 목욕을 한 번 하고 나면 온통 물바다가 된다”고 한다. 구식 가옥의 특징 중 하나인 낮은 천장과 높은 문턱도 가족이 생활하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연로한 시부모님이 식사하러 별채로 건너오거나 화장실을 드나들 때마다 높은 턱을 오르내려야 하기에 무릎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고 한다.

장방형 대지를 이용해 계획한 복도

우리에게 향수로 남아 있는 연탄은 이 집의 중요한 필수품이다. 먼 타국으로 시집을 와 가장 먼저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을 배웠다는 녹자우 씨.

“연탄을 때면 부엌은 언제나 연기로 자욱해졌고, 사방의 벽면과 천장은 불에 탄 것처럼 까맣게 그을렸어요. 습기가 차 바스러진 벽 사이로 항상 바람이 들어오고, 구조 때문에 햇빛이 들지 않아 꽃피는 봄이 와도 집 안엔 늘 한기가 돌기에 10월부터 5월까지 늘 이 연탄을 땠고요. 특히, 한겨울이 되면 시부모님은 그나마 온기가 도는 별채의 부엌에서 간신히 누워 주무셨어요.”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부모님 방

3평도 채 되지 않은 단칸방 생활
이 주택에서 그나마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은 별채의 3평 남짓한 안방뿐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연령대를 가진 7명의 식구가 모두 이 단칸방에 모여 생활하고, 끼어 앉아 식사해야만 했다. 이 주택에 사는 그 누구에게도 개인적인 공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부모님과 한방을 쓴다. 첫째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어 부쩍 몸집이 커졌다. 또래 아이들처럼 장난감이 많지 않고 책도 없어 항상 동생과 벽에 낙서하며 논다. 비좁은 집 안에서 뛰어놀다 큰 상처를 입은 적도 있다. 

방과 방 사이에 배치한 놀이방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녹자우 씨는 밭농사는 물론 연로한 시부모님과 개구쟁이 형제를 키우며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바로 농사로 바쁜 자신을 돕기 위해 베트남에서 온 친정어머니이다. 최근 뇌종양 수술까지 한 친정어머니는 단칸방에선 도저히 일곱 식구가 함께 지낼 수 없어 혼자 시내에 방을 구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아이들을 돌봐주러 출퇴근 생활을 한다. 편안한 환경에서 곁에 두고 병간호를 해드리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녹자우 씨는 가슴이 아프다.

아이들이 따듯하게 목욕할 수 있는 욕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큰 욕조와 세면대도 꼭 있었으면 합니다. _엄마 누엔 녹자우

낯선 대한민국 땅에서 힘들게 사는 아내와 장모님의 향수를 달래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_아빠 윤주한

동생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무지개집을 지어주세요. _큰아들

삼대가 모여 사는 글로벌 가족, 일곱 식구 모두를 위한 새 보금자리는 어떤 모습일까? 바람만 불어도 후드득 떨어지는 흙벽이 이젠 단단한 옷을 입고 튼튼한 집으로 변신했다.

새롭게 시도된 건축 개념 
건축은 음악과도 같다. 리듬과 멜로디는 건축의 구조와 같고, 가사는 공간의 스토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있는 공간과 적합한 기능적 구조가 잘 어우러져야 좋은 주택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건축 콘셉트를 잡을 때, 이 가족이 가진 특별한 이야기와 꼭 필요한 기능을 모두 담은 주택을 짓기 위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보은 주택은 장방형 대지를 활용한 긴 복도 옆으로 각각의 공간을 계획했다. 복도를 나무줄기라고 하면, 그 옆에 붙은 4개의 방을 잎사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삼대가 함께 모여 생활할 수 있는 거실을 하나의 큰 열매라고 봤다. 

현관에서 거실까지 나무줄기처럼 길게 늘어뜨린 복도

경계선과 브릿지_현관 앞의 퍼걸러를 시작으로 25m의 긴 복도가 이 주택의 포인트이다. 이 복도는 바람이 들고 나는 통로로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집이 숨을 쉬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복도는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을 완벽하게 분리해주는 경계선인 동시에 가족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축 당시 ‘아시아의 브릿지’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거실과 정자. 한옥의 툇마루와 정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중목구조의 장점을 극대화_중목구조는 말 그대로 무거운 나무라는 의미로, 기둥과 보를 연결해서 주택을 짓는 시스템이다. 중목구조는 기둥이 105㎜(고)×105㎜(폭)가 기본이고, 위에 올리는 보는 구조개선에 따라서 사이즈가 달라지는데 폭은 105㎜를 고수한다. 보은 주택은 이 골조를 그대로 노출해 동양적이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건축적 산책로 프롬네이드Promenade_집 안에서도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회유 동선. 건물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이 회유 동선은 현관 출입구의 퍼걸러 회랑에서부터 내부의 긴 복도까지 연결한다. 그래서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다양한 내·외부 공간을 경험하도록 다채로운 동선을 만든다. 

이 주택엔 3개의 큰 공간이 있다. 들어가는 곳엔 앞마당, 바로 남쪽 방 앞으론 뒷마당 그리고 거실의 면에 정자를 끼고 있는 또 하나의 마당이 있다. 이 공간들은 모두 온도가 다르다. 또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거실이나 주방에서 다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설계의 맥을 짚어보는 핵심 포인트 
▲ 길과 집이 공존하는 마을의 구조를 집으로 표현
▲ 세대와 공간을 잇는 매개체, 25m의 긴 복도
▲ 건축적 산책로(Promenade)를 적용한 동선
▲ 디자인 요소를 접목한 중목구조
▲ 남과 북이 통하고 동과 서가 만나는 십자형 벽면
▲ 중목구조의 장점을 최적화
▲ 개인적인 공간과 공유하는 공간을 분리
▲ 틈의 미학, 빛과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 확보
▲ 동양의 정서를 담은 내부 마감
▲ 한옥과 신식 가옥의 더블 하우스
▲ 한옥의 툇마루와 정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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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내 집이 나타났다'-삼대가 모여 사는 글로벌 가족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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