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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양지면 남곡리 골 깊은 곳에 들어선 건축주 엄기선 씨의 주택은 대문을 통과하고도 한참을 지나야 볼 수 있다. 약 3000평에 달하는 구릉지를 상·하단으로 다듬어 도로를 내고, 하단부에 도로 좌우측으로 손수 농사를 짓는 밭을 일구고, 상단부에 일조日照·조망·안전성을 고려해 집을 앉히고, 그 주위에 아담한 정자와 창고 겸 주차장을 배치했다. 터가 워낙 넓다 보니 단독주택 부지에서 보기 드물게 지목地目이 도로인 필지가 있다. 주택은 녹음 짙은 산 사이로넓게 내려앉은 하늘을 품에 안듯이 처마 선을 살포시 들어 올린 139.5㎡(42.0평)단층 목구조 한옥이다. 자연과 집과 사람 그리고 전통미와 현대미가 어우러진 한옥의 멋을 만끽해 보자.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HOUSE NOTE
위치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남곡리
건축면적 139.50㎡(42.0평)
건축형태 단층 한옥 목구조
외벽마감 황토색 줄눈마감
지붕마감 팔작지붕 겹처마, 한식 기와
내벽마감 닥종이 하단: 편백루버
바닥재 우물형 온돌마루, 한지 장판
창호재 외부 우드샤시 2중창+내부 세살 목창
난방형태 보일러
식수공급 상수도, 지하수
설계 및 시공 행인흙건축 033-344-0983 www.hangin.co.kr

조선 숙종 때 홍만선은《산림경제》에서 집을 짓기 전에 농사를 짓고, 땅과 교감하며, 식물이 잘 자라는 비옥한 땅인지파악한 연후에 집을 지으라고 일렀다. 건축주 엄기선 씨가 바로그러하다. 준비 기간은 무려 10여 년. 터를 마련한 후 무려 15년간 서두르지 않은 채 옷매무시를 만지듯 정성스레 다듬고 가꾸었다.

집터를 제외한 부지에 고추, 옥수수, 배, 사과, 블루베리, 인삼, 오미자 등을 심어 자급자족하는 삶을 실천했다. 그렇게 땅과 교감한후 일조, 조망, 건강, 안전 등을 고려해 기품과 단아함이 묻어나는 42평 현대 한옥을 앉혔다. 집 좌측 전면 정원에 정자를 놓아 온 가족이 편안히 조경을 감상하도록 했고, 그 옆에 기암괴석과 골이 어우러진 자연 지형을 살린 연못을 만들어 청량감을 더했다.

"대부분 사람은 집을 지은 다음에야 조경에 눈을 돌리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집과 정원이 잘 어우러지지 않죠. 최소 몇 년은지나야 둘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예요."

건축주의 말대로 산으로 둘러싸인 부지에 앉힌 한옥은 친근하게다가온다. 예전부터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늘 그 자리를 지켰던 우리네 살림집처럼… 그 일원으로서 유유자적하는 건축주에게 온화함과 평온함이 배인 까닭이리라.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인 것을 고려해 거실 천장을 오량천장으로 구성했는데, 그로 인해 확장감과 개방감이 느껴진다. 거실 바닥을 우물형 온돌마루로 마감해 전통적인 느낌을 살렸다.
거실에서 통유리로 바라보이는 전망은 일품이다.
현대식 부엌으로 깔끔하게 구성했다. 싱크대, 싱크볼, 간이 식탁 등을 ㄱ자 형태로 배치해 동선은 줄이고 가사의 편의를 도왔다.

한옥, 현대 주거 생활과 만나다
한옥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에 밀려 살림집형태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여기에는 지가地價로 말미암은 수직적 건축 양상 못지않게 현대식 주거 생활에 맞지 않는 공간 구조와 취약한 단열도 한몫했다. 그러나 다양한 건축 자재와 공법의 발달로 한옥은 정체성을 유지한 채 시나브로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며 현대식 주거 생활을 수용했다. 옛것과 새것의 접목, 바로 온고지신溫故知新속에서 한옥 부흥기를 구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건축주는 본지本誌를 2년간 구독하며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질 건축 구조로 한옥을 택했다. 한옥의 부드러운 선은 자연과 소통하고 건축재인황토는 원적외선을, 소나무는 피톤치드를 내뿜기에 심신을 건강하게 만"2년간 잡지를 구독하고 건축 박람회도 다니며 한옥에 대해 공부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전국의 잘 지었다고 소문난 한옥을 찾아다녔죠. 그렇게 안목을 넓힌 다음 차근차근 건축을 진행했어요. "설계와 시공은 시공 실적이 많고, 건축주들에게 평판이 좋은 '행인흙건축'에 맡겼다. 이동일 대표의 '한옥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의미 있는 발전을 이뤄왔다'는 자부심도 맘에 들었다고 한다.

구조 방식은 한옥 목구조 민도리 형식을 따르되 전면 기둥은 원형으로,측면과 후면 기둥은 사각 형태로 구성했다. 지붕은 팔작지붕에 개량형한식 기와를 얹고 부연을 길게 뽑아 처마 선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습기로부터 골조를 보호하는 기단은 일반적인 석비레 대신 낙엽이나 눈을 치울 때 편리하게끔 대리석으로 쌓았다. 중인방은 생략하고, 그대신 전돌과 황토벽돌로 외벽의 상·하단을 구분했다.

"문화재 형태 건축물의 느낌에서 탈피하고자 중인방을 생략했어요. 한가지 좋은 점은 중인방을 삭제함으로써 틈새가 발생하지 않아 단열성이 훨씬 좋아졌다는 거예요."

건축주는 설계 협의 시 단열에 신경을 썼는데 실제로 황토 벽돌을 이중으로 쌓은 데다 그 사이에 보온재까지 넣었을 정도다. 대청 격인 거실은 확장감과 개방감이 들도록 오량천장으로, 방은 안정감이 들도록 평천장으로 짰다. 거실 바닥은 우물형 온돌마루로 방은 한지 장판으로 마감해 전통적인 느낌을 살렸다.

한옥에 걸맞은 전통적인 느낌의 창으로 구성했다.
한옥의 창을 대표하는 살창과 앞에 놓인 화분이 조화를 이룬다.
전면에 구성한 원형 기 둥과 그 너머로 보이는 확 트인 전망.

현대 한옥의 매력에 빠지다
집 안 중심에 거실과 주방을, 오른쪽에 드레스룸과 욕실이 딸린 안방을,왼쪽에 두 개의 자녀 방과 공용 욕실을 일자로 배치했다. 그리고 자녀 방앞에 누마루를 배치해 전체적인 구조는 역기역자 형태를 띤다. 예전 가부장적인 권위의 상징이던 누마루를 자녀 방 앞에 배치한 까닭은 집의 밋밋함을 없애고 자녀 부부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지라는 배려에서다. 건축주는 한옥에서 살아 보니 전에 살던 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장점이가득하다고 한다.

"숙면은 기본이고 오랫동안 앓던 비염도 사라졌어요. 한옥의 매력에 푹빠져 아이들 가족이 매주 놀러올 정도예요. 집이 건강하면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낸다는 말이 빈말이 아녜요."

주택 앞 커다란 비닐하우스는 농사를 좋아하는 건축주가 겨울철에 작업하는 공간이다. 왼쪽 구석에 깔끔하게 정돈한 연장에서 꼼꼼한 성격을엿볼수있다.

"겨울에 이 안에서 온종일 푸성귀들을 가꾸면서 시간을 보내요. 배가 고플때는 직접 심은 채소를 따먹거나 군고구마를 구워 먹어요." 싱싱한 오이를 뚝 끊어 건네는 건축주의 얼굴에 웃음이 묻어난다. 농약한 번 안 줘도 튼튼하게 자라난 오이는 꿀맛이다. 집에 있으면 하루가 쏜살같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남곡리 주택은 기품과 단아함을 갖춘 데다 온화하고 평온하다. 건축주의 심성이 집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일까.'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뭔가 업적을 남기고 싶었다'는 건축주는 말처럼 자신의 꿈을 옹골지게 이뤘다. 한마디로 건축주의 한옥은'살고픈 집'이다.

깔끔하게 정돈한 비닐하우스 안. 건축주가 주로 겨울에 즐겨 찾는 장소다. 푸성귀들을 가꾸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약 3000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앉힌 한옥이 멋스럽게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룬다. 부연을 길게 뽑아 처마 선을 살포시 들어 올렸으며, 기단을 편리성을 위해 대리석 기단을 쌓았다. 100년이 넘은 감나무가 한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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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한옥에 울려 퍼지는 청산별곡靑山別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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