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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미국에서 거주한 김환종· 김정아 부부가 정원을 일본풍으로 꾸민 것은 다소 의아스러운 일이다. 하려면 미국 스타일로 해야 하지 않았을까. 부부의 설명대로라면, 미국 정원 스타일이라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으며 그 이유인즉, 유럽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고, 공공 정원이 더 발달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원은 집 앞에 잔디를 깔고 간단히 나무를 심는, 매우 심플하지요. 지역에 따라 동부 쪽은 영국이나 프랑스식으로 꾸미기도 하지만 좀 심심해 보이기도 합니다.”
    
김환종 씨의 말이다.   
부부는 은퇴와 함께 한국에 돌아와 남해에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도 목조주택에서 살던 이들은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도시에서는 살 엄두가 나지 않아 한갓진 전원에 목조주택을 올리게 됐다. 부부는 정원을 재미나게 꾸며 보자고 의기투합하고 아내 김정아 씨가 일본에서 조형학을 전공하면서 겪은 경험을 살려 일본풍 정원을 꾸미기로 했다. 일본 느낌을  그럴듯하게 살리기 위해 주택 외관도 일본풍으로 디자인했다.
    
정원 디자인은 김정아 씨가 손수 진행했다. 부부는 정원에 대한 생생한 아이디어도 얻을 겸 여행도 할 겸 후쿠오카로 떠나 정원을 견학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일본 여행을 통해 드디어 정원 콘셉트를 정하게 됐는데 바로 지금의 정원을 있게 한 일본의 무사 정원, 그중에서도 지천회유식 池泉回遊式 정원이다. 그리고 ‘花水木 화수목’이라는 정원 이름을 붙였다.  

글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취재협조  남해 원예예술촌 055-867-4702 www.housengarden.net

•motive  일본풍 정원 연출
•item  연못, 계류, 다리, 석등, 소나무, 은목서, 일본풍 목구조물
•location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 원예예술촌

관목과 초화류로 꾸민 연못 정원.
소나무가 눈에 띄는 정원. 입구엔 일본풍의 작은 가게가 있다.
정원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연못. 언덕을 만들어 물줄기가 자연스레 흐르게 했고 그 주변을 다양한 조경물로 꾸몄다.
정원 입구엔 가을 팬지 등 색깔 있는 꽃을 심었다.

  
물소리가 마음을 정화하는 정원
일본의 정원은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문화와 사상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형태를 구축했다. 기본적으로 대자연을 모체로 한 이상향을 정원에 담아낸다. 이는 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들여온 서양식 정원과 구분되는데, 일본 정원은 자연 속의 경관 중 좋아하는 부분만 따서 축소한 모습을 추구한다.
    
불교를 기반으로 한 우주의 모습, 신선神仙 세계와 자연미를 응축한 경치를 소재로 입체적인 정원을 연출한다.
    
일본 정원 디자인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화도 花道 즉, 꽃꽂이의 구성 이론과 맥락을 함께한다. 정원 각각의 요소마다 개성을 살려 큰 것은 더욱 크게, 작은 것은 더욱 작아 보이도록  강조하거나 차이를 만든다. 나무마다 높이를 각기 달리해 원근감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정원 구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花水木은 일본의 지천회유식 정원을 축소해 놓은 모습이다. 지천회유식 정원의 기본 요소 중 하나는 연못. 연못을 큰 줄기로 두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나무와 풀, 조경물을 설치해 볼거리를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花水木에는 경사지 물매를 이용한 긴 연못을 만들어 물이 흐르게 하고 계류 위로 다리를 만들고 석등을 놓았다. 일본의 절이나 신사 등에선 이렇게 물이 잔잔하게 흐르는 정원을 큰 규모로 조성해 그곳에서 다도모임을 갖기도 한다. 잔잔하게 들리는 물소리가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정신을 맑게 해 주기에 물 주변을 즐겨 찾는다.
    
우리나라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꽃이 만발하지만 일본 정원은 꽃을 많이 심지 않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전반적으로 절제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정원은 전통적으로 꽃이 많지 않습니다. 수국이나 방울꽃을 조금씩 심는 정도인데, 이곳 자연에 따르다 보니 봄엔 철쭉이, 연못가엔 붓꽃이 피도록 했어요.”
    
갈대도 조금 심었다. 갈대는 넓은 면적에 군락을 만들면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하지만 花水木 정원의 넓이를 고려해 소규모로 식재했다. 은목서와 소나무도 눈에 띈다.
    
일본식 정원엔 향나무나 소나무가 잘 어울려요. 우리도 소나무를 많이 심고 매화나무와 은목서를 심었는데, 따듯한 곳에서 아주 잘 자라더라고요. 은목서가 한창 자랄 땐 향기에 흠뻑 취할 정도예요.”
    
부부는 연못 옆 소나무 두 그루와 입구 소나무를 심으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소나무 생김새에 따라 적합한 위치가 있음을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한 채 대강 심었다가 나중에 어색함을 발견해 옮겨 심었다고. 수목은 위치와 놓는 방향에 따라 그 가치가 확연히 달라짐을 알게 됐다.
    
물소리가 마음을 맑히는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와 진입로 위쪽에서 내려다보면 정원 입구 쪽 일본 전통미가 물씬한 목구조물이 花水木을 더욱 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후쿠오카의 시골 조그만 만주 가게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하다. 이렇듯 부부는 정원을 감상하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구조물까지 일본풍으로 통일감을 표현했다. 

덱을 꾸미는 조경물. / 정원에 꽃이 적은 편이라서 덱 주위에 꽃으로 장식해 은은한 포인트를 줬다.
입구에서 정원으로 이어지는 길.
외부에서 바라본 정원과 주택의 모습. / 집 현관으로 이어지는 진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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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원예예술촌 주택정원】 일본 무사 정원의 재해석, 지천회유식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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