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자형 전통 한옥 구조를 현대 주거 양식에 맞게 풀어낸 밀양 정낭근·윤연자 부부의 99.3㎡(30.1평) 단층 전통 목구조 신新한옥. 우리네 전통 한옥이 주위에서 구하기 쉽고 친숙하며 건강에 유익한 흙과 나무와 돌로 지었듯이 자연 재료만으로 지은 한옥이다. 나아가 전통 공법으로 못 하나 시멘트 한 줌 들이지 않고 구조재인 기둥과 보와 도리를 짜 맞추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인방을 걸고, 욋가지를 엮고, 안팎에 황토로 초벽·맞벽을 바르고, 다시 순수 황토만으로 마감해 전통미를 자아낸다. 화강석 기단을 두 벌 쌓아 집터에 위계를 주고 시선이 안에서 밖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한 점이 눈길을 끈다.
글·사진 윤홍로 기자
건축정보
위치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용성리
건축형태 단층 전통 목구조 신新한옥
대지면적 1509.0㎡(457.3평)
건축면적 99.32㎡(30.1평)
평면구조 현대식 한옥구조‘ㄱ’자형
실내구조 구들방, 안방, 거실, 주방/부엌, 전실, 욕실, 다용도실, 현관, 툇마루
벽체구조 황토 이중 심벽치기(두께 20㎝)
내벽재 황토 맞벽 후 황토 마감 미장, 닥종이 벽지
외벽재 석회 마감 미장
창호재 외부 - 우드컬러 하이새시, 내부 - 목창·문(세살문)
바닥재 구들방 - 황토, 운모, 백모래 혼합 황토 미장. 안방, 거실, 주방 - 맥반석
지붕재 한식 기와
난방시설 전통 구들, 기름 온수 보일러
정화조 10인용 부패 탱크 방법
공사기간 5개월
설계 및 기술지도 한국전통가옥연구소 052-263-3007
무릇 사람이 살 자리는 첫째 지리地理가 좋아야 하고, 다음 생리生理가 좋아야 하며, 다음 인심人心이 좋아야 하고, 그다음에는 산수山水가 좋아야 한다. -이중환《택리지》
유서 깊은 고장일수록 이중환이《택리지》에서 얘기한 주거지의 요건을두루 갖춘 곳이 많다. 동쪽엔 청룡산이 자리하고, 서쪽엔 응천강이 흐르며, 북쪽엔 넓은 들판이 펼쳐지는 경남 밀양시 상랑진읍 용성리가 그러하다. 이곳이 고향인 정낭근 씨는 외지인 부산에서 40년 가까이 생활하다 귀향해 99.3㎡(30.1평) 단층 전통 목구조 신新한옥을 짓는다. 그가 들려주는 귀거래사다.
용성리는 스물다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아담한 마을로 산으로둘러싸여 지형이 좋고 들이 시원스레 펼쳐져 풍광이 빼어나다. 인심이 넉넉하고 누구네 숟가락은 몇 개다 할 만큼 서로 잘 알고 대소사를 함께하며 의좋게 지내는 마을이다. 1975년 외지인 부산으로 나가 일가一家를 이루고 생활하다 40년이 다 되어 귀향한 이유다.
정낭근·윤연자 부부는 한옥 외엔 생각지 않았다. 어릴 적 나고 자란 한옥 기와집에 대한 향수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부부는 본사에서 출간한《황토집 따라 짓기》를 읽었는데 우연히 이 책의 필자인 한국전통초가연구소 윤원태 박사를 삼랑진 한옥 시공 현장에서 만난다. 이를 계기로 윤 박사에게 설계 및 기술 지도를 의뢰한다.
어릴 적 살던 한옥을 현대식으로
현대 살림집 신한옥으로 지붕은 기와를 얹은 우진각 홑처마이고, 가구架構는 삼량 구조이며, 평면은'ㄱ'자형이다. 좌측엔 거실과 주방을 우측엔 좌우로 툇칸을 뽑고, 그 뒤로 욕실, 안방, 구들방 순으로 앉혔다. 좌측을 단란 공간으로 우측을 사적 공간으로 계획하고, 안팎에서 접근하기 좋은 곳에 화장실을 배치한 구조다. 한옥에서 보기 드문 전실을 욕실앞에 배치한 게 눈에 띈다.
좌측 단란 공간은 거실과 주방을 앞뒤로 배치하고, 그 사이에 공간 분할과 개방감을 고려해 네 짝 미닫이문을 달았다. 거실 창호는 전망, 일조, 단열을 넉넉히 확보하고자 외부는 우드컬러 하이새시로 내부는 세살목창으로 시공했다. 우측 전면 툇칸은 공기 순환이 잘되도록 복도식으로 구성하고 외풍을 차단하고자 창호를 두 겹으로 처리했다. 외부는 유리 목창이고 내부는 거북 문양 목창으로 언뜻 보면 두 창이 하나의 거북문양 목창으로 보인다.
벽체는 외를 엮어 황토로 초벽과 맞벽하고 내부는 순수 황토로 미장한 후 닥종이 벽지로, 외부는 석회 미장으로 마감했다. 바닥엔 화강석 두벌대 기단을 설치하고, 건강한 주거를 위해 하방 밑으로 황토, 마사, 참숯, 마사, 황토, XL 설치 후 굵은 마사, 황토 미장, 맥반석 마감 순으로 시공했다. 이 한옥의 정자는 경북 영주산 호박돌로 두른 담 밖에 있다. 정낭근 씨는 귀향을 환대해 준 이웃을 위한 것이라고.
"정자를 이웃과 함께 사용하고자 담 밖에 앉히고 사계절 편히 지내도록 문을 달았어요. 집을 지을 때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좁은 시골길에 큰 트럭들이 무수히 지나다녔음에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귀향을 따듯하게 맞아준 주민에 대한 감사의 표시죠."
고향에서 부르는 귀거래사
귀향해 두 해째 전원생활을 하는 정낭근 · 윤연자 부부. 도시와 전원생활은 무엇이 다를까. 정 씨는"도시의 아파트에선 리모컨이 친구인데 전원에선 밭과 정원 가꾸기, 구들방 땔감 구하기 등 손 갈 데가 많다 보니 삶에 활력소가 된다"하고, 윤 씨는"잠이 보약이라는데 한옥이라 그런지 자고 일어나면 개운한 게 마치 30, 40대처럼 새 몸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부부는 무엇보다 전원생활이 만족스러운 것은 고향이라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고.
"사실 도시의 아파트에선 벽을 서로 맞댄 이웃임에도 마주치면 눈인사 하고 문을 닫으면 그만이에요. 그러나 이곳에선 특별한 음식이 아님에도 이웃과 나눠 먹고자 넉넉하게 만들어요. 간밤에 제사를 지내면 점심때 마을회관에 음식을 차려 놓고 주민을 초대하죠. 도시에 일 보러 나갔다 오는 길에 과일 한 상자를 사서 마을회관 어르신들께 인사를 겸해 드리면 좋아하세요. 중요한 건 과일이 아니라 정인 것 같아요. 집 앞에 텃밭을 만들었는데 필요 없어요. 이웃이 제 밭에서 맘껏 채소를 뜯어가라고 권하거든요."
이웃 간 단절이니, 마을 공동체 붕괴니 하는 말은 용성리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인심이 넉넉하고, 정이 넘치고, 사람 사는 맛이 물씬한 용성리, 정낭근·윤연자 부부가 귀거래사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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