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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내에서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삼천동에 위치한 전원카페 ‘광수생각’. 10년 전, 김광수 사장이 직접 기둥을 쌓고 흙을 발라 완성한 목구조 초가집이다. 19평 카페는 아담하고 남루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갖가지 민속공예품과 골동품, 조각품이 눈길을 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며 장승과 솟대 조각을 시작한 그는 1년에 서너 차례 전시회를 열어 그동안의 솜씨를 맘껏 뽐내기도 한다.

젊음의 섬 중도와 아름다운 의암호를 감상하러 가는 길. 강원도 춘천은 이미 문화관광도시로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다. 시원한 경춘선에 몸을 맡기고 소양댐, 청평사에 들러 김유정의 고향인 실레마을에 이르기까지……. 구경하다 지치면 매콤한 양념 맛이 일품인 춘천닭갈비와 막국수로 주린 배를 채운다.
장승과 솟대가 어우러진 또 하나의 공간, 행정구역상 강원도 춘천시 삼천동에 위치한 전원카페 ‘광수생각’은 춘천시내에서 10분 거리다. 마을 어귀에는 길 가운데 큰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가 먼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넨다. 15년 전 나무가 있는 자리에 길을 닦을 때 인근 주민들은 이 마을의 영물인 큰 나무를 베지 못하게 했고, 덕분에 평온한 마을이 됐다고 한다. 춘천은 막국수 축제, 소양댐과 중도유원지, 빙상경기장 등 인근에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아 외지 방문객이 항시 끊이지 않는다.
카페를 중심으로 1000여 평에 이르는 토지는 30년 전 김광수 사장(46)의 집안에서 구입했다. 그는 어린 시절, 마을 어른들이 구들장을 놓거나 헌집을 보수하면 호기심 어린 눈망울을 반짝이며 들여다보곤 했는데, 이를 계기로 손수 집까지 짓게 됐다. 공사기간은 달포 남짓 걸렸다. 19평의 아담한 카페는 통나무 골조를 세우고, 벽돌을 쌓고, 샌드위치패널을 이용해 내·외부를 황토로 마감했다.
흙 밟고 뛰노는 아이
10년을 전후해 농촌에서는 농가주택을 개조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김 사장은 토속적인 물건에 관심이 많았고, 이때 빈집에서 문틀과 소품 등을 하나둘 모으다 보니 이젠 카페의 중요한 테마로 자리잡게 됐다. 그는 이곳에서 부인 이은수(38) 씨와 2남 1녀의 자녀, 형님과 아버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파트생활을 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나고 자란 막둥이 영후(4)가 적응을 못하더군요. 흙을 밟고 뛰놀던 아이들은 역시 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다시 이곳으로 옮겨왔어요.”
전원생활과 함께 취미로 시작한 장승과 솟대 조각은 매년 서너 차례의 전시회를 가질 만큼 훌륭한 실력을 쌓았다. 어린이회관, 김유정 문화촌, 공지천 다리 등에서 한 해에 서너 차례 전시와 함께 판매 행사를 갖는다. 조각을 배우러 오는 교육생도 오륙 명 정도 된다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장승이 무섭다고들 하더군요. 앞으로는 장승을 좀 더 친근하게 해학적으로 연구해서 접근하기 쉽고, 마음에 와 닿는 소중한 문화재로 만들 계획입니다.”

추억을 선물하는 메뉴 개발
이곳에선 ‘추억의 도시락’이란 메뉴가 눈길을 끈다. 사각 양은도시락에 김치를 깔고 밥을 담아 계란 프라이를 얹는 것이다. ‘여고시절’이나 ‘단발머리’라는 단어를 떠올리다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추억의 도시락을 인기메뉴로 개발했다고. 특히 나이든 손님에게는 난로 위에서 따끈하게 데워지던 그것을 떠올리고, 젊은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이어서 인기가 좋다. 이밖에도 반합을 이용한 메뉴도 개발 중이라며 넌지시 귀띔한다. 카페 내부에는 호야불, 풍로, 교복, 가방, 타자기 등 옛 물건들이 많다. 김 사장도 어린 시절에 호야불을 켜고 생활했기에 그것을 대하는 느낌이 사뭇 다르단다.
봄이면 공터에 텃밭을 가꾸고 상추, 고추, 고구마 등을 직접 재배한다. 카페 옆으로 닭갈비와 막국수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을 함께 운영 중인데, 닭갈비의 생명과도 같은 양념장을 만드는 고추는 직접 농사지은 태양초를 이용해 맛을 낸다.
“소망이 있다면 30분∼1시간 정도 더 시골로 들어간 거리에 구상해 오던 집을 짓고 싶습니다. 생업과 취미생활이 가능한 200∼300평 정도의 공간을 꾸며 산과 나무를 배게 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전원생활을 톡톡히 즐기고 싶은 거죠.”
어느덧 서산으로 지는 해가 부끄러운 듯 서둘러 발그레한 얼굴을 감춘다. 카페를 돌보며 틈틈이 조각칼을 번갈아 드는 행복한 조각가 김광수씨의 전원에서 하루는 짧기만 하다. 田

■ 글·사진 김혜영 기자

건축정보
·위치: 춘천시 삼천동 중도유원지 앞
·건축구조 : 목구조 초가집
·부지면적 : 1000평
·건축면적 : 19평
·외벽마감 : 황토
·내벽마감 : 황토
·지붕마감 : 법면녹화용소재
(굵은 황마사로 짠 거친 그물조직)
·바닥마감 : 시멘트

■ 전원카페 ‘광수생각’ : (033)252-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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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사랑하는 행복한 조각가의 집 ‘광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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