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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에 대한 철학을 가진 디자이너와 좋은 것을 알아볼 줄 아는 안목에 인덕까지 겸비한 건축주 내외가 만나 그럴싸한 집 한 채를 지어냈다. 경기도 용인 미르마을의 화여제. 철이라는 어감이 주는 튼튼함에 스틸하우스로 칸막이를 하고, 안주인이 가꿀 수 있을 만큼 아담한 정원도 두었다. 또 꽃과 음악을 사랑하는 안주인을 위해 집 중앙에 아트리움을 두고, 거실 천장은 오페라하우스 식으로 꾸며 사시사철 꽃내음과 음악으로 가득한 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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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대답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하나의 예시가 되는 집이 있다.

특히 이 집은 자신의 탄생과 더불어 인간의 관계 역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약간은 소원했던 가족관계가, 생면부지의 건축주와 업자들의 관계가, 이 집을 통해 정립된 것이다. 따뜻하고 믿음직한 관계로 말이다.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미르마을에 위치한 ‘화여제(花黎齊)’. ‘꽃과 같이 곱고 새벽 여명과 같이 아름다운’ 건축주 내외의 사는 모습을 담아 업체 대표가 헌사한 이름이지만, 이는 다시 和如齊(화여제)란 의미로 다가온다.

건축 설계, 인테리어 설계, 구조설계, 시공, 조경 등 모든 작업 과정에서 개개의 부분들이 모여 하나의 뜻을 이룬 집. 무엇이 이 집을 그리도 특별하게 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따뜻한 땅, 개성 있는 집을 위해
밥벌이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도시에 살아왔던 건축주 내외. 그들은 시골이 그리웠다. 뚜렷하게 구구절절 이유를 댈 순 없지만, 무작정 시골이 좋았다. 아니, 명확히 말하자면 자연이 좋았다. 그래서 찾아 나섰다. 내가 살 곳은 어디인가.

산 좋고, 물 좋은 땅, 많이 보러 다녔다. 입지가 좋은 곳은 자연이 많이 훼손됐고, 자연이 좋은 곳은 기반시설이 없었다. 많은 후보지들을 물색하고 발품을 판 결과, 건축주 부부가 선택한 곳은 용인 미르마을.

좀 더 조용하고 깊숙한 땅이길 바랐으나, 넘치도록 쏟아지는 햇살의 따스함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 게다가 이 곳은 도시가스며, 상수도며, 기반시설들을 잘 갖추고 있었다.

부부는 자연과 기반시설의 절충점으로 이 곳을 잡고, 본격적으로 집을 짓기 위해 또 한번 길을 나섰다. 예쁘다는 집, 좋다는 집을 보러 다닌 것이다.

업체들도 찾아다니고, 직접 집도 답사하면서 느낀 것은 한 가지. 많은 전원주택들이 개성 없이 비슷비슷하게 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판교에 있는 한 집을 방문했는데, 현관의 위치며 거실의 위치며, 전체적인 설계와 외관이 지금껏 보아왔던 집과 다르게 만족스러웠다. 그 길로 그 집을 지은 업체를 찾아갔다. 바로 ‘포스홈’이다.

미리 찾아보고 골라서 갔기 때문일까. 건축주의 아내가 포스홈 황윤현 대표에게 처음 던진 말은 딱 두 마디였다.

“저는 건축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라요. 알아서 지어주세요.”

좋은 집이란 주인을 닮은 집
디자이너는 좋은 집이란 주인을 닮은 집이라고 생각했다. 어떠한 감각적 디자인도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집 역시 그 주인을 닮을 것. 처음부터 그리 결심했다. 이 집 주인 내외와 꼭 닮은 집을 짓겠다고. 이를 위해 건축주, 사용자를 파악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건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믿고 맡기는 건축주 내외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냈다. 자식은 장성해 분가했고, 건축주 내외만 기거할 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대화가 진행되면서 꽃과 음악을 사랑하는 안주인의 마음이 남다름을 느꼈다.

이것을 포인트로 잡고 작업을 진행했다. 화여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아트리움과 2층의 음악실, 그리고 오페라하우스 식의 곡선 천장을 도입한 거실 등은 그러한 대화의 결과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은 단순한 건축주와 업자의 관계를 넘어선 특별한 관계로 발전했다.

아버지를 닮은 건축주와 고운 마음을 가진 안주인. 이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고 덕분에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함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샘솟듯 솟아났다.

좋은 건축물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설계자와 시공자, 그리고 건축주 간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그 점에서 화여제는 성공적이었다. 주인 내외의 인덕 때문인지 집에 관여한 모든 사람이 시종일관 즐거운 마음으로 각자 최선을 다했고, 모두에게 만족스런 결과를 안겨주었다.

건축주 내외는 물론이고, 집에 관여한 모두가 만족했다는데, 더 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할까. 포스홈의 황윤현 대표는 과하지 않은 자신감으로 말한다.

“예전에는 내외분이 별로 대화가 없었다는데, 요새는 저녁에 아트리움에서 와인 한 잔하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생겼다고 해요. 디자인이 생활을 발전적으로 변화시켰다는 데 무척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름다운 꽃 사이로 여명이 밝아오는 집
건축주는 애초 이 집을 주말주택 정도로 계획했다. 출퇴근 문제도 있고, 새집에서 눈 아림, 냄새 등으로 고생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준공된다 하더라도 6개월 후에 입주하려했다.

그러나 천연재료를 중심으로 화학물질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에콜로지(Ecology)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황윤현 대표의 노력은 이들의 계획을 바꿔놓았다. 준공 즉시 입주한 것이다.

고약한 냄새나 눈 아림 등의 증상도 느낄 수 없었고, 다소 길어지리라 생각했던 출퇴근길도 너무 아름답고 좋았다. 물론 집은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화여제에는 각 실마다 벽지 대신 습도를 조절해 주고 항균 및 유해화학물질을 흡수한다는 천연세라믹 타일을 사용했다.

그 외에도 오동나무, 스기목, 라임스톤, 링쿠르스타, 모노쿠쉬, 천연 페인팅 및 천연벽지를 중심으로 마감해 각각의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집 중앙에 위치한 아트리움은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실내 습도를 조절해 주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트리움에서 별이랑 달이 보이는데, 공기가 맑아서 더 가깝게 보이고, 진짜 너무 좋아요. 근데 요즘 아트리움의 석류나무가 철모르고 꽃을 피워서 너무 예쁘긴 한데, 좀 그러네요.”

요즘 한창 식물을 가꾸는 재미에 흠뻑 빠진 안주인이 꽃처럼 웃으며 말한다. 큰 평수는 아니지만, 화여제에 특별함을 주는 공간이 바로 아트리움이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종 야생식물과 제법 자란 석류나무가 운치를 더해 주고, 고사목을 잘라 만든 티 테이블과 간이 의자는 건축주 내외가 와인을 마시며 대화하는 장소가 됐다.
“집짓는 게 저한텐 참 재밌었어요. 모르는 것도 많이 알게 됐고요, 너무 만족스런 집이 됐어요.”

안주인은 이 집이 ‘너무 너무’ 좋단다. 그래서 행복하고, 이 집에 관여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단다.
다시 처음으로 가보자.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田

■ 글·사진 이민선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미르마을
건축구조 : posco steelhouse 공법
부지면적 : 170.30평
건축면적 : 42.66평
실내구조 : 침실 2, 거실 2, 식당 1, 주방 1, 욕실 1, 화장실2, 서재1
내벽마감 : 세라믹 타일, 천연 벽지, 라임스톤, 오동나무 등
외벽마감 : 화강석, 적벽돌, western red cedar siding
지붕마감 : Zinc판 거멀접기 및 다이아몬드 접기
바닥마감 : DAIKEN 온돌마루
창호재 : 시스템 창호
난방형태 : 도시가스

■ 건축설계 : (주)지온건축사사무소 김원철 소장
■ 구조설계·시공 : (주)포스홈 (031-723-7050, www.poshome.com) 인테리어디자인 : 황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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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42평 스틸하우스 ‘화여제(花黎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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