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 외암 민속마을이 있다. 옛것의 추억과 신선함을 찾고자 외암마을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진부하지 않고 질리지 않는 삶으로 가득한 건축주의 집은 이곳의 북적거림이 들릴 것 같은 거리에 있다. 산의 품에 안긴 유럽풍의 집에서 조용한 건축주를 만났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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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NOTE
DATA
위치 충남 아산시 송악면 강당리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용도 계획관리지역
대지면적 586.00㎡(177.57평)
건축면적 129.47㎡(39.23평)
건폐율 22.09%
용적률 33.07%
연면적 193.79㎡(58.72평)
1층 129.47㎡(39.23평)
2층 64.32㎡(19.49평)
설계기간 3개월
공사기간 4개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테릴기와
외벽 - 스타코 플렉스, 고벽돌
내부마감
벽, 천장 - 도장
바닥 - 원목마루
창호 - 미국식 시스템 창호
단열재
지붕 - 인슐레이션 R30
외벽 - 인슐레이션 R19
주방기구 리빙핸
위생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
난방기구 가스보일러
설계 ㈜바이핸드
시공 ㈜베른하우스 www.bernhaus.co.kr
새벽 5시. 이미 세상은 아침을 맞이한 지 오래다. 박연희 씨는 시원한 바람이 머문 강당골 자락으로 남편 손에 이끌려 왔다. 자연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에 반한 박 씨는 이곳에 집을 지었다.
사실 전원생활을 주도한 건 아내다. 이미 강당골도 둘러본 곳이다. 박 씨는 인적이 드문 산골을 원했다. 강당골에는 마을이 있어 다른 곳을 알아보려 했다. 그러다 선잠에 깬 이곳의 아침을 맞이하고 마음이 변한 것이다. 오히려 살다 보니 이웃이 있어 좋을 때가 많다고 한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데도 이 마을을 선택하리라고 한다.
인생도 건축과 같아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사람에게 집을 짓고 여유로운 삶을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은 분명 부러움의 대상이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은 부러움을 로망이라는 단어로 감싸 굳어버린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박 씨의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렸다. 그래도 집을 짓고 땅을 일구고 싶은 마음은 남아있었다. 당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시골의 허름한 집을 수리해가며 가벼운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벼운 삶은 채워지고 헐거운 삶은 매워져 갔다. 그렇게 가족도 모르게 조금씩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길 나날이 가까워졌다.
박 씨의 전원생활은 자신만을 위한 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아이들을 위함이다.
“아이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주고 풍요로운 삶을 물려주고 싶었어요.”
아파트를 고집하던 남편 최창락 씨도 결국 아내를 따랐다. 입주한 지 1년을 앞둔 시점에서 남편은 현재의 삶을 충분히 즐기고 사랑한다. 아파트에서 결코 얻을 수 없는 삶과 가족의 밝은 표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난로불 지피며 가족 반기는 게 행복
집을 지은 시공사의 스타일은 따뜻하고 부드러움이다. 이는 시공사가 건축주를 대하는 태도와도 일치한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형태를 고집하며 가장 이상적인 집을 완성하고자 하는 마음은 건축주의 만족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 ‘거실’이라는 박 씨.
“주방과 거실에서 산을 바라볼 수 있고, 거실은 또 텃밭으로 연결돼 동선이 편리해요. 특히, 난로에 불을 지피고 관리하는 게 좋아요. 가족이 다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죠. 요즘처럼 바람이 차면 5시부터 슬슬 난로를 피울 준비하고 가족을 기다려요.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주로 1층에서 생활하는 박 씨는 2층에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집을 짓게 된다면 절대 2층은 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일 정도다. 청소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가족 간에 거리감이 생겨서란다. 반면,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인 2층을 가장 좋아한다. 방의 크기는 자녀의 요구에 맞춰 다르게 했다. 따뜻한 파스텔에 천창으로 쏟아지는 햇빛, 난간에 설치한 환한 커튼으로 늘 봄 같은 분위기인 다락은 막내를 위한 공간으로 놔뒀다.
공간연출은 간결하고 단순하게
인테리어는 조화고 균형이고 통일이다. 어설프게 이것저것으로 꾸미다 보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인테리어가 어렵다면, 깔끔한 바탕에 공간을 비워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공간연출이 중요하다. 기본 바탕이 되는 공간연출이 뛰어나면, 별다른 장식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때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이 계단이다. 계단은 거리가 짧고 폭이 좁으며 이동의 목적만이 있어 스쳐 가는 공간으로 생각하기 쉬워서다. 어둡고 칙칙한 계단은 오르내릴 때마다 우울하고 침울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 계단실 위치와 형태, 색감, 밝기에 신경 써야 한다.
파스텔톤에 부드러운 굴절형의 계단에서 포인트는 창과 선반이다. 벽에 걸터앉은 듯한 선반은 간단한 소품 하나로 존재만 드러낸다. 작은 창은 벽부등과 서로 조도를 보완하면서 빛의 균형을 찾아 아늑한 공간을 연출한다.
이 집의 핵심은 문에 있다. 좋은 향수는 후각을 찌르지 않고 잔잔하면서 깊고 진하게 잔향을 남기듯 이 집의 문이 그렇다. 각각의 문은 용도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다르지만, 몸으로 느낀 질감은 같다. 각각의 문을 다른 재질로 사용했다면, 어느 하나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눈으로 기억하고 몸으로 각인하니 느낌은 시간이 흐를수록 새롭다.
추위 속의 텃밭에는 지난해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본 흔적만이 흩어져있다. 농부에게 있어 수확의 기쁨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법. 아직 농부라 하기엔 어설프고 모자라지만, 마음만큼은 이미 농부의 것이다. 여기에 가족이라는 양질의 토양이 있으니 박 씨에게는 풍년의 기쁨만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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