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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함이 있는 집

아들이 손수 지어준 30평 실버 전원주택

가족들이 살게될 집이란 생각에 가급적 요란스런 치장을 배제하는 대신 기초공사에서부터 구조, 단열 등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신경을 썼다. 지붕은 당초 스라브를 쳤으나 단열을 고려해 스라브 위에 다시 지붕을 씌워 아스팔트싱글로 마감했다. 외벽은 인조석으로 마감했고, 내벽은 미장공사후 도배를 했다.

전원주택지를 알아본다고 처음 아들을 따라 나섰을 땐, 너무 멀리 간다는 생각에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주말용으로 사용할 주택임을 감안하더라도 서울과는 만만치 않은 거리. 그러나 막상 눈으로 보고 나니, 아름답고 넉넉한 풍경에 이러한 우려는 씻은 듯이 가셨다.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 원주 제천간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신림나들목을 빠져나와 주천방향으로 좌회전하면 황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다시 좌회전해 10분쯤 가다 보면 서만이 강에 이르고 서만교에서 우회전해 고개를 몇 개 넘으면 무릉교에 이른다. 무릉교 건너가 송규채, 김옥순씨 부부가 사는 곳. 이 곳은 무릉교를 사이에 두고 도천리와 무릉리로 나뉘는데 자연경관이 빼어나 ‘무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또 소나무가 많아 ‘송골’이라고도 불린다. 서울에서 1백60Km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6.25때에도 피해를 보지 않을 만큼 산 좋고 물 좋은 오지에 속한다. 주위엔 고려시대 유명했던 법흥사라는 사찰도 있는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국내 5대 사찰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송규채 김옥순 씨 부부는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이다. 처음 전원주택지를 보려고 평창, 홍천, 횡성 등 여러 곳을 돌아보았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게 환경 오염 정도가 심해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96년 아들과 함께 이 곳에 와 보고는 이내 결정을 내려 버렸다. 당시 대지 1백28평과 이에 달린 텃밭 7백평을 평당 3만5천원씩 주고 구입했다. 그리고 같은해 6월부터 바로 건축에 들어갔다. 설계부터 시공은 건축에 종사하는 아들이 맡았다. 여러 가지 주택유형을 놓고 비교해 봤지만 조적조가 가장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우선 목조나 기타 유형보다 몇 년 후에도 손볼 일이 적을 것이란 생각에서 였다.

가족들이 살게될 집이란 생각에 가급적 요란스런 치장을 배제하는 대신 기초공사에서부터 구조, 단열 등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신경을 썼다. 지붕은 당초 스라브를 쳤으나 단열을 고려해 스라브 위에 다시 지붕을 씌워 아스팔트싱글로 마감했다. 외벽은 인조석으로 마감했고, 내벽은 미장공사후 도배를 했다. 단열재는 스티로폼 100mm가 사용됐다.

6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8월말에 완공됐다. 순수 건축비는 평당 3백만원 정도. 별도로 토목공사에 8백만원정도가 소요됐고, 조경비로 1천만원 정도가 들었다. 내부는 거실과 주방을 최대한 넓히고 방은 2개를 들이는 등 대체로 단순한 구조를 택했다. 전망을 고려해 남쪽으로 거실문을 내었다. 당초 이 집은 주말주택용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막상 지어놓고 보니 주중에라도 비우기가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주말마다 몇 번을 오간 끝에 결국 송규채 김옥숙씨가 내려와 살기로 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적적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로 내심 걱정도 됐지만 막상 내려오고 보니 큰 문제는 없었다. 살다보니 이제 정도 들었고 그동안 앓아왔던 기관지 천식도 알게 모르게 사라졌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내려오기 때문에 적적할 겨를도 없다. 오히려 지난여름엔 내내 손님치레에 몸과 마음이 모두 바빴다. 워낙 산새가 좋은데다 앞쪽으로 주천강이 흐르니 여름철 피서지로 제격이다. 한 번은 자식들과 자식들의 친구와 그의 가족들까지 포함해 30여명이란 대식구가 일시에 들이닥친 적도 있었다.

지난 여름을 정신없이 보냈음에도 그래도 송규채 김옥숙씨는 “ 이런 것이 사람 사는 재미”라면서 마냥 즐거워한다. 많은 사람들이 와도 걱정할게 하나도 없다. 스스로 챙겨먹고 뒷정리까지 깨끗이 끝내고 가기 때문이다. 이 곳에 들리는 사람들은 계절별로 텃밭에서 나는 푸성귀를 자신들이 먹을 만큼 솎아 먹고, 더러는 밑반찬도 준비해 놓고 간다.

건축정보

위치: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
부지면적: 대지 128평, 준농림전 700평
부지구입년도: 96년
부지구입금액: 평당 3만5천원(대지, 준농림전 일괄구입)
토목공사비용: 800만원
조경비용: 1천만원
건물형태: 단층 조적조
공사기간: 96년 6월~8월말
건평: 30평
실내구조: 방2, 화장실, 욕실, 거실, 주방
방위: 남향
평당건축비:300만원
벽체구조: 조적조
외벽마감: 인조석
단열재: 스티로폼 100mm
내벽마감: 미장후 벽지
지붕마감: 스라브 위에 별도 지붕공사(아스팔트싱글)
바닥재: 황토장판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식수공급: 지하수
주변 가구수: 5가구(2백미터 이내)
생활권: 주천읍 4Km, 수주면 1.5Km

다시 계절이 바뀌었다. 가을에도, 그리고 올 겨울에도 많은 손님들은 다녀가리라. 고구마를 캐고, 대추를 말리는 송규채 김옥순씨 부부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田 글·사진 류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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