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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다보면 민달팽이같이 보여 건축주는 달팽이 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지 형태를 따르느라 건물 벽에는 부드러운 곡면이 생기고 안방은 거실보다 더 낮은 지면에 앉혀졌다. 자연에 순응하는 집 짓기. 이 현대적인 집에서 한옥 건축의 정서를 느껴본다.
    
.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건축정보
위치▶전북 완주군 화산면 운곡리
건축형태▶목구조(중목+경골) 스트로베일하우스
대지면적▶1145.0㎡(347.0평)
건축면적▶165.1㎡(50.0평)
               1층 - 147.0㎡(44.5평)
               지하 1층 - 18.1㎡(5.5평)
지붕재▶경량토 마감(옥상 조경)
외벽재▶황토 미장, 레드파인 채널 사이딩, 미송 합판
내벽재▶한지, 황토 미장
바닥재▶원목마루(거실), 강마루(서재/다락), 황토 미장 위 콩댐(구들방)
창호재▶시스템창호
난방형태▶펠릿보일러, 기름보일러, 구들, 로켓스토브
설계 및 감리▶건축공방 無  http://cafe.naver.com/coarchi
시공▶건축공방 無, 박용현



누구나 좋은 집을 원하지 나쁜 집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집이란 어떤 것일까. 건축공방 무無이일우 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대지와 건축물 그리고 사용자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관계 맺는 것. 이렇게 좋은 집 짓기는 쉬울 것 같지만 건축현장에선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단다.
    
"건축을 의뢰받은 건축가는 건물을 어떻게 지을지 그만의 고민을 하고, 시공회사는 건축가의 고민과 별개로 시공을 진행하며, 집은 잘 포장된 상품이 되어 건축주에게 전달됩니다. 이처럼 현재 주택 건축 시스템은 앞서 말한 세 가지가 관계 맺는 것과 상관없이 진행됩니다."
    
완주 주택의 설계 핵심은'대지와 관계 맺은 집'이라고 이 소장은 설명한다. 건축주가 구입한 부지는 레벨 차가 큰 두 부분으로 나뉜다. 산으로 둘러싸여 옴폭한 아래쪽 부지와 북서쪽 산과 이어진 좌우로 길쭉하고 폭이 좁은 위쪽 부지. 아래쪽 부지는 생김새가 무난하나 산이 가로막아 동·남 좌향이 거의 불가능하고 위쪽은 네모반듯한 집을 짓기 어려운 생김새였다. 조망과 채광이 보다 낫고 자연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결과 위쪽 부지에 집을 올리기로 했다.
    
건축주는 집 별칭을 달팽이집으로 정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좁고 길쭉한 대지 형태에 따라 지은 집 모양이 마치 민달팽이 모양 같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벽체에 부드러운 곡면도 생겼다. 달팽이가 흙바닥에 착 달라붙은 모습을 상상하면 이 주택이 땅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대지 좌우 레벨 차가 있는데 바닥면 수평을 위해 무리하게 성토, 절토하거나 단이 낮은 쪽에 콘크리트 박스를 만들지 않고 높낮이가 있는 건물로 계획했다. 높낮이 기준으로 채 나눔 하고 두 공간은 경사진 기다란 복도로 연결되도록 했다. 위채는 아이 방, 주방/식당, 거실, 다락을 배치하고 바닥면이 낮은 아래채는 작업실과 안방을 배치했다.

위채와 아래채를 잇는 브리지를 외부에서 본 모습과 내부. 서가로 꾸몄다.
브리지를 위 채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지형을 따르느라 계단을 설치했다.
거실 전면과 후면 창호의 리드미컬한 배치.

생태건축을 지향
나무와 흙을 주재료로 했다고 생태건축이라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완주 주택은 생태건축을 지향한다. 건축공방 無는 주로 나무와 흙을 주재료로 집을 짓고 無에 건축을 의뢰한 박용현·김희정 동갑내기 부부는 시멘트를 적게 사용한 환경친화적인 집을 원해 서로 추구하는 바가 같았다.
    
동남으로 좌 향을 잡은 이 집은 가까이 산으로 둘러싸여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기에 채광이 불리하다. 그런 점을 고려해 이 소장은 단열에 유리하며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전달하는 스트로베일을 사용키로 했다. 스트로베일하우스에 적용하는 짚단 두께는 40㎝인데 건축법 외벽 단열 기준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단열 효과를 낸다. 미국에서 일반비드법 보온판(스티로폴)과 비교 실험한 결과 열관류율 수치가 그렇게 나왔다고 한다.
    
뼈대는 중목과 경목을 사용하고 구조재 사이 짚단(40×80×35㎝)을 쌓고 내외부 황토 미장했다. 부위별 벽체 두께가 다른데 북서쪽 짚단을 넣은 벽 두께는 최고 50㎝로 꽤 두껍다. 채광이 보다 좋은 동남쪽은 짚단을 사용하지 않은 목구조로 벽을 보다 얇게 하면서 창을 많이 걸었다. 건물 전면은 마치 실로폰 바를 연상시키는 세로로 기다란 유리창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해 인상적이다.
    
완주 주택은 해마다 다채로운 식물을 머리에 이게 된다. 경량 목구조 지붕 위에 배습 장치를 한 후 경량토를 약 15㎝ 두께로 올려 옥상 조경을 했다. 박용현 씨는 "씨가 바람에 날아와 자생적으로 식물이 자라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씨를 뿌리지 않았다"며 "해마다 변하는 생태 지붕이 아주 기대 된다"고 말했다.

외벽선을 따라 곡선의 바닥을 가진 널찍한 오픈형 다락. / 아래채. 좌측 세살목창과 우측 접이식 유리문을 모두 열면 작업실-복도-쪽마루-중정이 시원스럽게 개방된다.
구들을 설치한 안방. 한지장판을 생략하고 수차례 콩댐 마감으로 바닥이 반질반질하다. 수 도권에서 조경업을 하던 건축주 부부는 나무 농장을 위해 3년 전 이 지역으로 내려와 집 짓기를 준비했다. 교목 생산에 좋은 땅힘을 가졌고 도로 사정도 나쁘지 않아 이곳에 정착키로 했다.
아이 방 다락 계단을 오르면 다락은 주방 상부까지 이어져 바로 거실로 내려오게 된다.
일자로 오픈된 주방/식당과 거실. 식당과 거실을 가르는 벤치는 등받이 겸 의자 겸 수납장 등 다용도로 쓰이는 실용성 만점 아이템.

이 집에는 무려 4가지 종류의 난방설비가 설치됐다. 위채를 데우는 펠릿보일러와 로켓스토브Rocket Stove, 아래채 작업실을 데우는 기름보일러와 안방을 데우는 구들. 박 씨 부부는 최대한 자연 친화적이고 비용을 절약하는 난방법에 대한 고민 끝에 이렇게 결정한 것이다.
    
32평형 펠릿보일러는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설치했다. 펠릿 한 포 20㎏이 7,000원으로  입주 후 한겨울 원 없이 난방 해 하루 20~40㎏ 펠릿을 소비했다. 보조 난방으로 쓰는 로켓스토브는 장작 넣는 화구보다 연소 연통을 높게 해 장작을 세워 화구 속으로 넣으면 연통으로 열기가 솟구치는 방식으로 열을 내는 기구다. 화구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면서 장작 끝부분부터 로켓 불꽃처럼 강하게 탄다. 열효율이 좋아 생태건축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김희정 씨는 "안방 구들은 한 번 불 때면 이틀은 온기가 지속된다"며 "구들과 로켓스토브에 드는 땔감은 조경 작업할 때와 마을에서 자투리 나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짓기
달팽이집은 건축 기간이 1년 3개월을 훌쩍 넘겼다. 말 그대로 달팽이처럼 더디게 진행됐다.  일반 건축주에게선'너무 오래 걸려 힘들었다'는 불평 섞인 말이 나올 법한데 이들 부부는 되레 즐거웠다 한다. 급하게 지을 이유도 없었고 건축공방 無의 건축 진행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어요. 밤에는 작업자들이 모여 당일 혹은 다음날 작업 내용에 대해 공부하고 토의하는 모습도요. 건축공방 無는 집 지을 때 건축주를 시공 일부분에 참여토록 하는 데 우리도 직접 흙을 벽에 붙이면서 집 만드는 재미와 뿌듯함, 협동 작업의 감동을 느꼈어요."
    
김희정 씨는 사고파는 상품으로서의 집이 아닌 건축주와 집을 짓는 사람들의 노력과 숨결이 깃든, 사람과 관계 맺는 집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집에 애착을 갖게 하는지 자연스레 터득하게 됐다고 한다.
    
앞서 이일우 소장이 언급한 좋은 집의 요건, 대지와 건축물과 사용자가 서로 관계 맺는 일. 완주 달팽이집이 바로 그러한 집이다.

아래채에는 안방과 작업실을 배치했다. 분합문이 설치된 쪽이 작업실이고 그 앞에 툇마루를 만들었다.
경사진 브리지를 통해 이어지는 위채와 아래 채. 공용/전이 공간에 유리를 많이 달았다.
브리지 앞에서 로켓스토브와 아궁이 불을 다룬다. 안방에 브리지 일부가 가렸다. / 스트로베일로 쌓은 후 3차에 걸려 황토 미장한 외부 벽. 날카로운 구석이 없어 부드럽고 편안해 보인다.
마당과 마루 등 한옥의 개방된 공간을 갖고 싶었던 건축주. 그래서 곳곳에 툇마루가 있고 여름엔 실내외가 완벽하게 트이는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 스트로베일하우스 Strawbale House >

스트로베일(짚단)은 육면체로 압축한 볏짚
을 말한다. 그런 볏짚을 이용해 지은 집이
스트로베일하우스다. 100여 년 전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볏짚을 압축하는 베일
러가 탄생하면서 볏짚으로 집 짓는 일이
가능해졌다. 서구에서는 생태건축의 한
분야로 당당하게 자리 잡았으며, 중국에
서도 천여 채 지어졌다고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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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ountryh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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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생태주택】 볏짚을 이용해 지은 집 '스트로베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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