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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를 화두로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가 김원기 씨는 경기 광주 퇴촌에 자신의 집을 지으면서 두 마리의 지렁이를 표현했다. 건축가의 첫 드로잉에는 환형동물인 지렁이가 환절을 자유자재로 꺾으며 위아래, 옆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담겼다. 언뜻보면 지렁이가 쉽게 연상되지 않는 원당리 주택에 숨겨진 지렁이코드를 찾아보자

글.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건축정보
위치  경기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건축형태  복층 철근콘크리트 주택
대지면적  628.0㎡(190.3평)
연면적  326.3㎡(98.9평)
            1층-192.4㎡(58.3평)
            2층-133.9㎡(40.6평)
건폐율   30.64%
용적률  35.21%  
외벽재  라임스톤, 압축 목재 패널, 징크
지붕재  부식 동슁글
내벽재  수성 페인트, 실크벽지
바닥재  원목마루, 타일
난방형태  지열 히트펌프
설계기간  5개월
공사기간  6개월
설계  김원기 건축사
시공  ㈜여가솜씨

결코 심플해 보이지 않은 건축물이다. 건축가는 '지렁이 집'이라 명명했지만 기자의  첫눈에는 트랜스포머 Transformer가 떠올랐다. 현대인에게 일반적인 주거공간 아파트를 떠올려 보자. 그 네모난 공간은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그리고 폐쇄적이다. 바로 일상적인 네모 공간에서 변신하는(트랜스폼) 공간을 상상하자. 옆으로 위로 그리고 땅 속으로. 이렇게 이해하면 원당리 지렁이 집이 한층 쉽게 다가올 것이다.
 
마을 진입로에서 바라보면 좀체 살림살이를 외부로 보여 주지않는다. 한편으론 답답해 보인다. 하나의 매스Mass가 둥그렇게 성곽을 형성한 듯한 주택은 북서쪽과 남서쪽 대지 경계에 바짝 붙여 중량감 있는 건물 외벽을 구성하고 동쪽 산자락과 연계되는 느낌으로 정원을 만들었다. 안마당이 있는 ㄷ자형 건물이다.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 외부에서 느꼈던 답답함은 오간 데 없다. 바로 이 순간 원당리 주택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된다.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함과 동시에 자연과 유기적 관계를 꾀하면서 개방감을 확보한 것. 특히 옥외 핵심 공간인 정자에 서면 집에 담을 수 있는 표정과 풍경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감탄케 된다. 그리고 대지가 도화지라면 그곳에 얼마나 변화무쌍한 선들을 그려 넣을 수 있는지도 새삼 알게 된다.

머리를 치켜든 지렁이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공간. 단을 높이고 전후면 창 설치로 채광과 전망을 확보했다.
2층 딸 방. 상부는 침실, 하부는 수납장으로 꾸며 활용도를 높인 공간이 돋보인다. / 유럽 주방 시스템을 드린 주방.

커튼월에 그려진 반복적인 계단판의 선과 2층 복도 선, 간결하게 매달린 계단실 천장 펜던트의 선, 식당에서 거실로 이어주는 짤막한 계단의 선, 하늘 성으로 안내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외부 덱Deck 브리지의 시원스럽게 뻗은 선, 땅 속으로 안내하는 둔탁한 돌계단의 선, 때로는 고불고불한 천장 선….

바로 이러한 낱낱이 세기 어려운 역동적인 선들이 모여 독특한 아우라Aura의 주택을 완성했다. 집을 형성하기 위한 당연한 선임에도 유독 이곳 선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옴은 라인의 과감성과 '지렁이 집'이라는 콘셉트 아래 서로 유기성을 가지고 흐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연면적 326.3㎡(98.9평)으로 규모가 상당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주방 옆 복도와 커튼월 시공한 계단실. 1층 복도 끝에 안방이 배치돼 있다.

편백 패널로 마감해 향긋한 계단 아래 안방 침실과 드레스룸/욕실.

두 딸의 취향에 맞춰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꾸민 2층 욕실. / 2층 복도에서 본 풍경.

두 마리 지렁이가 교접한 형태
건축가 김원기 는 지렁이를 화두로 설계한다.
"어떤 건축가가 될 것인가 생각하다 지렁이 같은 건축물을 짓는 건축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말하길, 건축가는 땅 만지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땅을 터전으로 사는 지렁이가 흙을 분해하고 재생산하면서 순적 기능을 하는 것처럼 그의 건축물도 그런 역할과 형태를 띠길 기대한다. 그의 건축 행위와 건축물은 지렁이가 갖는 의미와 이미지의 추상성도 내포한다.
 
원당리 주택은 두 마리의 지렁이가 교접하는 형상이다. 일자로 기어가는 작은 체구의 한 마리와 환절을 과감히 꺾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머리를 들고 있는 보다 육중한 한 마리. 전자는 짙은 나무색의 고밀도 목재 패널로 외부 마감한 부분으로 부부의 사적 공간을 담았고, 후자는 밝은 베이지 톤의 라임스톤 부분으로 주방 식당 거실 등 공적공간과 2층 두 딸의 방을 담았다. 전자는 아늑하게, 후자는 개방감 있게 연출했다.
 
크고 작은 이 두 개의 매스는 흙을 사랑하는 지렁이답게 몸 일부를 흙에 묻은 채 땅의 물매에 따라 착 달라붙었다. 즉, 무리한 성토 절토를 피하고 대지의 가파른 물매를 이용해 층을 형성하고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이런 느낌의 연출이 가능했다. 또한 지렁이가 앞뒤 위아래 구분이 쉽지 않은 것처럼 원당리 주택은 정면과 배면의 정의가 모호하다. 지세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됐다.

햇살이 잘 드는 남측부 1층 안방 2층 딸 방을 배치했다.
계단 설치로 역동적인 입면 연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거실 아래 필로티. / 독특한 컬러가 매력적인 징크를 부분 채용해 입면에 변화를 주었다.
거실에서 시작된 브리지는 근사한 정자로 연결한다. / 위에서 내려다본 주택.

사적 공간에 공적 기능을 담다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 일부 공적 기능의 공간을 표현했습니다. 거실아래 필로티를 활용한 테라스는 주민들과 친구들이 쉬다 가는 곳으로, 현관 앞 테라스 하부는 게스트룸으로 만들었어요."

마을 꼭대기에는 푸른숲 발도르프 학교(대안학교)가 있고 이 학교 학부모들이 집을 지어 마을을 이뤘다. 8가구가 모인 마을 공동체는 바자회와 학부모 모임 등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삶을 일부 공유한다. 원당리주택에 타인에게 오픈된 공간을 배치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마을 특성을 담았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지렁이 집'이 커뮤니티에 있어서도 순환과 재생산이 일어나는 긍정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주출입구가 있는 쪽으로, 마을 도로에서 본 모습.

몇몇 아이들이 갑자기 마을 꼭대기 '푸른숲'에서 내려온다. 쉬는 시간이란다. 건축가의 둘째딸은 친구와 함께 아빠가 있는 테라스에까지 닿았다. 16개월 된 늦둥이 동생을 끌어안고 언덕을 오른다. 막내 몸에는 반창고가 많이 붙었다. 주로 마을 도로에 나와 놀다 보니 그렇단다. 그래서 사회성이 꽤 좋다. 말을 못 뗐을 뿐 붙임성과 예의를 두루 갖췄다. 네모난 아파트 틀을 벗어나 흙을 만진다는 것, 그것은 건축가에게 표현의 자유를 주었고 아이에게 영혼의 자유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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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원주택, 땅과 밀착한 지렁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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