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보기
-
-
【전원주택 짓기】 이것만은 꼭 알고 짓자 ⑤ 서비스 면적-다락방
-
-
작은 집, 큰 공간 활용 문제없는 복층 만들기 '아는 만큼 보인다.'단독주택에서 진리와 같은 말이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인테리어는 살면서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지만, 그 속에 감춰진 부분은 일단 공사를 진행하면 수정과 보수는 물론 그 원인조차 찾아내기 어렵다. 100년 주택을 짓기 위한 설계의 최선이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는 것이라면, 시공의 최선은 꼼꼼함이다. 그럼 지금부터 100년 주택을 짓기 위한 공부를 시작해 보자. 어려운 건축용어는 최대한 줄이고 알기 쉬운 단어로 풀어서 설명한다.글·사진 윤세상 ㈜하우징팩토리 대표이사 T 1670-6840 www.housingfactory.co.kr
요즘은 지가 地價 상승으로 좁은 면적에 최대한 넓은 주택을 지으려고 한다. 이웃한 필지에 앉혀진 주택과 주택 간 이격(경계선 부근의 건축 제한) 규정으로 건축 면적이 줄어드니까 목조주택임에도 처마를 없애는 강수를 두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구조는 환기가 부족해지고 다락방의 결로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면서 한정된 공간을 좀 더 넓게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요즘 서재, 공부방 나아가 주된 주거 공간으로도 사용하는 다락방과 복층 공간에서 해법을 찾아보자. 다락 하면 먼저 지붕 밑 자투리 부분을 활용해 만든 그 주택의 맨 꼭대기 공간을 떠올린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다락은 맨 꼭대기가 아닌 1.5층에도 드릴 수 있다. 일례로 약간 경사진 부지의 하단부에 주차장을 만들 때 주차장 높이를 조금 낮추고 그 위에 아이의 놀이방, 공부방 등 다양한 용도로 다락방을 시공할 수 있다. 면적이 넓고 트인 최적의 공간이 생긴다.
좌우로 길고 경사진 필지에 지은 주택이다. 지대가 높은 좌측에 진입 공간인 현관을, 지대가 낮은 우측에 주차장을 배치했다. 오버 헤드 도어 Overhead Door(셔터와 마찬가지로 상부로 들어 올려서 개방하는 대형 문)를 설치한 주차장 상부가 다락방이다.
다락방은 내부 반 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제법 넓은 주차장 면적이 그대로 다락방 면적이다. 이때 다락방 지붕은 최대한 넓고 높게 경사를 살려 디자인한다.
2층 방엔 지붕을 시공하므로 장선을 오픈하면 높은 천장고가 나온다. 이 천장고를 활용하면 아이가 좋아하는 벙커 침대 형식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높은 천장고를 활용해 복층으로 만든다. 복층 오피스텔과 비슷한 형태이다. 설계 시 침대를 계획했다면, 그 공간을 따로 만드는 것이 좋다. 복층형은 하부 공간도 활용할 수 있고 상부 공간을 높임으로써 사적인 침실 공간을 가릴 수가 있다.
상부는 침실 공간, 하부는 아이의 독서, 놀이 공간이다. 물론, 계단이 일정 공간을 차지하지만, 침대를 들일 상황이라면 공간 활용 면에서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
1층 거실을 2층 천장까지 모두 오픈하지 않고 절반 정도 오픈해 남는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1층 거실 천장고보다 1 m 정도만 높임으로써 거실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면서 그 상부에 다락방을 드린 구조이다.
거실 상부 자투리 공간을 다락방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작은 공간이기에 부착형 계단을 만들고, 낮은 책상을 놓고, 공부방과 침실 기능을 병행하도록 매트리스를 깔았다.
상당히 넓은 부분을 사용할 수 있다.
계단실을 활용해 복층을 만들 수 있다. 계단실은 지붕 선까지 뚫린 공간인데, 방과 적절하게 설계하면 복층이 만들어진다.
계단실에 만드는 것이기에 폭이 넓은 공간을 만들 순 없지만, 싱글 침대를 두기에 충분하다. 계단실의 활용도를 효율적으로 높이는 방법이다.
계단실 양쪽 중 방과 붙은 공간은 돌출시켜 마감하고, 그곳을 활용해 복층 공간을 만든다.
다락방 중 천장이 지붕과 맞닿고 경사 지붕을 따라 마감한다면 필요한 것이 있다.
경사 마감 시 내부 롤 단열재.
경사 지붕 루프 벤트.
다락방 천장은 반드시 글라스울로 1차 단열하고, 내부 단열재로 한 번 더 단열해 주고, 외부 지붕에 환기 벤트 Vent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외부 지붕 시공 시 단열재를 시공해도 상관없다. 무엇보다 단열층을 두껍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서까래에 벤트를 넣고 R-30 단열재를 취부하면 환기 구멍이 굉장히 작아지므로 결로가 생긴다. 만약 천장 구석에 얼룩이 생겼다면, 그것은 누수가 아니라 결로이다. 새집의 아스팔트 슁글은 시공만 제대로 했다면 누수는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 누수라는 생각에 지붕에 올라가 실리콘을 쏘고 지붕을 재시공하지만, 사실 결로가 더 많다. 단열 계수를 높이고 지붕에 벤트를 만듦으로써 결로를 막을 수 있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6-01
-
-
제주 전원주택, 단 둘만의 공간으로 온실을 더한 산.들.바람집
-
-
열심히 일하는 이면엔 저마다 목적이 있다. 건축주 부부는 퇴직 이후의 삶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제주에 그들만의 추억을 쌓아갈 주택을 지었다. 지루하고 지난하던 도시에서의 삶은 버리고 제주에서 재미난 것들만 간소하게 추려 새로운 삶을 출발했다.글 사진 백홍기 기자 | 취재협조 ㈜하우스스타일
HOUSE NOTE▶DATA위치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건축구조 경량 목구조대지면적 545.00㎡(164.86평)건축면적 111.45㎡(33.71평)건폐율 20.45%연면적 119.88㎡(36.26평) 1층 84.85㎡(25.66평) 온실 1층 21.60㎡(6.53평) 온실 2층 13.44㎡(4.06평) 다락 54.96㎡(16.62평)용적률 22.00%설계기간 2016년 1월~4월공사기간 2016년 9월~2017년 1월건축비용 2억 5,700만 원
대지는 제주 애월읍 주택단지로 조성한 곳에 자리한다.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북쪽에 사도私道를 내고 도로보다 2m 정도 성토해 1층에서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주택의 향은 바다를 바라보는 북향으로 잡고, 남측에 인접한 나대지와 거리를 두면서 소소한 야외생활을 위해 뒷마당을 여유롭게 두고 배치했다. 야외에서 실내로 진입하는 동선은 주택의 정면과 우측면, 그리고 뒷마당 온실과 서로 연결되면서 돌고 도는 회유동선回遊動線으로 어디서나 안팎으로 드나들 수 있게 했다.
▶MATERIAL외부마감 지붕 - 알루징크 벽 - 제주 삼나무 오일스테인 마감, 스타코 데크 - 하드우드 목재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서울벽지 303-1 플레인) 벽 - 실크벽지(서울벽지 303-1 플레인) 바닥 - 온돌마루(이건마루 Gena-BIRTCH) 주방 바닥 - 코르크마루(코르크포유 Flock Moonlight)단열재 지붕 - T235 글라스울 24K(크나우프) 벽 - T140 글라스울 24K(크나우프)계단실 디딤판 - 자작합판 12T창호 T35 로이 3중유리(이건창호)현관 성우스타게이트주방가구 주문 제작(엉클조)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난방기구 가스보일러(귀뚜라미)설계 ㈜하우스스타일 02-564-7012 www.hausstyle.co.kr시공 ㈜시스홈씨엘엔 02-704-0482
현관에 들어서면 툇마루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현관에서 게스트룸 방향으로 본 모습
돌풍에도 문제없는 견고함 갖춰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연을 맺은 부부는 아이가 없는 삶을 선택했기에 육아 문제로부터 자유로워 도심을 벗어나기 한결 수월했다. 주택을 지을 때도 단둘만의 공간을 생각하고 계획했다. 그렇게 얻은 주택이 ‘산.들.바람집’이다.설계는 ㈜하우스스토리 김주원 건축가에게 의뢰했다. 설계 미팅 과정에서 남편은 목공과 술 담그기, 만화와 영화 감상을 위한 공간을, 아내는 원예와 차, 독서, 음악 감상을 위한 공간을, 그리고 간혹 부모님과 지인이 머물 공간을 원했다.
현관에서 주방을 바라본 모습. 게스트룸과 식당까지 이어지는 툇마루는 통로이면서 앉아서 독서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을 더해 다양한 이벤트 요소를 제공한다.
주방/식당은 ‘ㄱ’ 자 배치로 넓은 창 아래 개수대가 있다. 과하지 않은 적절한 크기의 주방가구와 밝은 톤으로 맞춘 공간이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낸 안방은 수면을 위해 최소의 공간으로 계획하고 다른 공간에 맞춰 밝은 톤으로 마무리했다. 왼쪽에 보이는 통로는 계단실과 연결된다.
정면에서 본 주택은 2개 매스에 박공을 나란히 얹은 모양이다. 왼쪽 매스는 주생활 공간이고 오른쪽 매스는 게스트룸을 갖춘 공간이다. 온실은 게스트룸과 마주 보고 한옥 앞마당처럼 레벨 차를 둔 일체형이다. 온실 한편엔 계단을 설치해 게스트룸 옥상과도 연결했다. 온실은 옆에서 보면 1층부터 옥상까지 ‘ㄱ’자로 꺾인 모양으로 게스트룸 옥상 일부를 감싼 형태다. 건축주는 이곳에 스파 욕조와 소파를 설치해 휴게공간으로 꾸몄다.
게스트룸은 외부로 통하는 넓은 마루가 있고, 방문은 창호지를 붙인 미서기문을 설치해 한옥의 느낌을 담아냈다. 게스트룸과 레벨차를 둔 온실은 툇마루 아래 디딤돌을 둬 뒀다.
게스트룸 2층과 연결되는 온실
지붕과 측면 전체를 징크로 덮은 매스는 전면에 제주 삼나무 목재 사이딩을 둘러 따듯한 느낌을 담았다. 그 옆으로 뻗은 매스는 스타코로 마감해 서로 명도 대비를 이룬다. 여기에 보는 방향에 따라 일부 또는 전체를 드러내는 온실이 다른 매스들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조형미를 선사한다.제주 바람은 기와를 날려버릴 정도로 거세 박공지붕의 깊은 처마와 현관 앞에 3m 길이의 캐노피가 걱정스러웠다.“집은 설계만큼 시공도 중요하기 때문에 건축가의 의견에 따라 5-star 인증을 받았어요. 처마는 풍압을 고려해 금속 구조로 보강하고, 캐노피도 위에서 단단히 지지하는 구조라 문제없어요. 온실도 스틸 구조에 창을 작게 나눠 견고하게 했고요. 옥상은 우레탄 시트를 여러 겹 덧대 방수에 공들였죠.”
계단과 ‘11’ 자로 나란히 배치한 다용도실 한쪽 벽을 책장으로 꾸며 서재로 활용한다. 다용도실은 입구가 2개로 안방, 계단, 주방과 순환하는 동선이다.
오른쪽에 살짝 보이는 문은 계단실 아래에 배치한 안방 전용 건식 화장실이다.
효율과 실용성 고려한 공간계획이 주택엔 거실이 없다. 동측의 주 생활공간엔 안방과 주방/식당만 있다. 건축주는 “거실이 없어도 다락을 1층 주 생활공간과 같은 넓이로 넓게 계획하고 3개의 공간으로 나눠 생활에 필요한 요소를 충분히 담아냈다”고 한다. 박공지붕 형태에 따라 삼각형 창을 낸 아늑한 다락에서 애월 앞바다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고, 다락 남측엔 영화와 음악을 감상하는 AV룸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안쪽 깊이 수납을 위한 넉넉한 창고도 뒀다.부부가 함께 차 한잔의 시간을 즐기는 주방/식당은 아담한 주방가구를 ‘ㄱ’자로 배치하고 바다를 향해 시원스러운 창을 내 일상의 여유를 담아냈다. 서로 마주 보는 안방과 주방/식당 사이엔 게스트룸까지 이어진 툇마루가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식탁에 앉을 자리가 없을 땐 툇마루에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게스트룸은 마당 같은 온실과 외부로 통하는 넓은 마루가 있어 손님이 머물 때 독립적이면서 한적한 여유를 제공한다. 계단실과 다용도실은 안방과 동쪽 벽 사이에 나란히 배치했다. 계단실은 오르내리기 편하도록 폭을 1m로 하고 계단 아래에 안방 전용 건식 화장실을 배치했다. 다용도실은 폭이 1.6m에 앞뒤로 주방과 안방으로 통하는 통로가 2개 있다. 안방과 연결되는 남측 통로는 포켓도어를 설치해 필요에 따라 다용도실을 개방하거나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집엔 거실이 따로 없다. 다락은 휴식과 취미를 즐기는 공간으로 거실의 역할을 담당한다.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는 AV룸은 남쪽에 있다.
2층에 스파와 소파를 마련해 휴게공간을 꾸몄다.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흰 바탕에 자작나무 합판으로 깔끔하고 가볍게 처리했다. 여기에 안방과 게스트룸을 툇마루로 연결하고 별채 문을 격자살에 한지로 마감해 한옥의 단정함을 조화롭게 연출했다. 각 실마다 두 개의 동선을 서로 연결한 회유동선 구조며, 공간의 시선 처리는 주요 지점마다 막히지 않도록 창호의 위치와 크기를 섬세하게 조절했다. 주택을 설계한 건축가는 “건축주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디자인한다”고 했다. 그 말대로 건축주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녹여낸 주택 곳곳에선 부부의 소박한 추억을 쌓여가는 게 전해졌다.
도로보다 2m 성토한 주택은 1층에서도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는 조망을 갖췄다.
건축주의 주택 설계 계획
∨ 땅 모양 때문에 건물과 마당 배치가 고민 됨. 단층집이면서 마당을 넓게 사용하고 싶음.∨제주도이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 튼튼하게 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제주도이기 때문에 추가해야 할 예산의 정도는?
■나의 생각 정리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www.countryhome.co.kr
-
2018-06-01
-
-
[사색의 공간] 집과 건축 Dwelling and Architecture 내 집을 내가 그리면 안되나
-
-
집과 건축 Dwelling and Architecture
글 양성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아키제주 대표)
CONTENTS
01 건축사
02 상식의 차이
03 집과 건축
04 내 집을 내가 그리면 안되나
05 내 집을 내가 지으면 안되나
06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07 지역주의
08 좋은 집
09 대화와 선언
10 삶을 통해 집을 설계할 수 있다면
11 계획설계와 설계비
12 집을 지을 수 없는 땅
내 집을 내가 그리면 안 되나
자신의 집을 갖는 것이 꿈인 사람이 많습니다. 처음으로 자기 집을 가졌을 때, 그 느낌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지어진 집을 매입할 때에도 그러한데, 자신과 가족이 살 집을 직접 구상하고 짓는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설레어 잠도 못 이룰 지경이 됩니다.
자신과 가족이 살 집을 마련하기로 하고 자금 계획을 세우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 ‘어떤 집을 지을까’하는 구상입니다. 그 구상이 바로 건축설계입니다. 숙원인 집을 짓는데 건축사에게 알아서 설계해 달라고 아예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제가 만난 의뢰인들은 대개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생각한 집을 그려서 갖고 왔습니다. 저는 아무리 서툰 그림이라도, 그 속에는 건축사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 잘 표현해서 건축사에게 알려주는 것은 의뢰인의 의무입니다. 그렇다고 평면과 입면을 그리라는 것은 아닙니다. 도면으로 그리는 기술적인 작업이야 당연히 건축사에게 맡겨야겠지요. 의뢰인은 건축사에게 설계를 의뢰하기 전에 자기가 어떤 집을 원하는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집에 대한 구상은 먼저 자기가 처한 상황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노모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데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걱정이라든가, 대지가 차도와 가까워서 애들 안전이 걱정된다든가, 또는 주방은 거실에서 잘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든가 하는 염려와 바람을 정리하는 것이지요. 건축사가 이러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점쟁이가 아닌 바에 의뢰인이 원하는 집을 설계하기란 사실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를 최대한 정리해서 건축사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예쁜 집을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상의 맘에 드는 집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설계를 그처럼 해달라고 종종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곤란을 적잖게 겪습니다. 왜냐하면, 외관은 대부분 내부 공간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집을 설계할 때 외형보다 평면 구성을 먼저 고민합니다. 자신과 가족의 형편에 따라 평면 구성이 달라지는데, 그에 맞는 것을 인터넷으로 찾기란 어렵습니다. 집의 설계가 창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제각기 삶의 패턴과 가족 구성 그리고 취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건축사의 취향도 다 다르다는 점도 한몫을 합니다.
스스로 자기 집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집은 방과 거실, 욕실과 같은 단위 공간을 조합한 결합체입니다. 그러므로 먼저 자기에게 필요한 단위 공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야 합니다. 그것을 스페이스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보기 좋은 공간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만들어서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면 안 되겠지요. 따라서 처음에는 공간에 대한 환상을 고려하지 말고 필요한 단위 공간의 최소한의 크기를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몇 평보다는 가로 몇 미터에 세로 몇 미터였으면 좋겠다는 식의 생각이 좋습니다. 면적은 필요한 폭과 깊이로 결정되는 것이니까요. 이들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복도나 계단과 같은 공간들이 덧붙으면서 실제 공간은 더 커집니다. 공간을 세부적으로 디자인하다 보면 초기 스페이스 프로그램보다 넓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세부적인 계획은 건축사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축사의 도면 그리기는 생각을 수치화하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호 중에서 숫자처럼 객관적인 약속은 없습니다. 건축사는 건물의 모든 부분을 숫자로 표현합니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유곡선도 그것을 정확하게 의도대로 만들게 하려면 결국 수치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주 피곤한 일이지요. 그런 피곤한 일까지 의뢰인이 익힐 필요는 없겠지요.
직접 도면을 그리거나, 드물게 모형까지 만드는 의뢰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간에 대한 풍부한 꿈들이 사라지고 재미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도면과 모형과 같은 테크닉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정작 중요한 공간에 대한 느낌이나 질감에 대한 생각 그리고 필요한 공간을 유용하게 얻는 방법에 대해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이 과정은 건축사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설계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이 스스로 할 일은 무엇일까요? 건축사에게 주문할 자기만의 꿈을 꾸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부엌은 어떤 느낌이면 좋을까? 좀 따뜻한 분위기, 아니면 소란스럽게 떠들 수 있는 곳, 아니면 남에게 방해받지 않고 요리에 집중할 수 있는 곳? 안방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시다. 창문을 열었을 때 무엇이 보이면 좋을까, 침대를 들여놓을까, 서재를 넣을까, 내가 꼭 갖고 싶은 특이한 공간은 뭘까? 이런저런 생각을 메모하듯이 적읍시다. 자신과 가족이 갖고 싶어 하는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의 어린아이가 자랐을 때 어떤 공간이 필요할지도 생각합시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도면으로 그리지 말고 수필을 쓰듯이 차분히 적으면 좋습니다.
집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섣불리 다른 집의 평면을 카피하지 않기 바랍니다.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스스로 그리지 않고, 무의미하게 인상적이고 좋아 보이는 공간의 사진을 잔뜩 가지고 오는 의뢰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맘에 드는 이성이 아무리 많아도 결혼은 선택한 단 한 사람하고 하듯이 마음에 드는 모든 분위기를 다 누릴 수는 없습니다. 정말로 자신이 취하고픈 단 하나의 공간 느낌이 무엇인지 숙고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마트에서 쇼핑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지고 잡지를 오려서는 결코 원하는 집을 그려나갈 수 없습니다. 세상에 널려 있는 여러 가지 좋은 집의 평면 구성을 참고하고 멋있는 입면들을 분석하는 일은 건축사가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늘 그런 일을 해 왔거든요. 의뢰인은 다른 사람의 집을 기웃거리기보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집을 관찰하고, 그것을 건축사에게 고백하듯이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살 집인데, 왜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려주지 않나요?”이런 말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건축사는 사실 의뢰인에게 있어 도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집을 대신 그려주는 도구이지요. 하지만, 건축사는 생각하는 도구라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 안 됩니다. 의뢰인의 요구대로 그려주지 못할 때는 분명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잘 들어 보기 바랍니다. 설계는 결코 의뢰인 혼자서 완성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건축사가 항상 올바로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건축사는 최소 십수 년 집을 그리는 일로 살아온 전문가입니다. 집을 디자인하고 지을 때 발생한 많은 문제에 대한 경험을 일반인보다 많이 가지고 있지요. 그 경험을 존중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집을 요구하기 바랍니다. 집을 그리는 과정은 항상 건축사와 의뢰인이 함께해야 합니다. 물론, 혼자만의 판단으로 그리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왜, 상대방이 내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을까?’화가 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후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도면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건축주가 그린 구상안. 지금 가지고 있는 가구의 치수를 모두 메모해서 새로 지을 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자기가 살 집을 자기가 그리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그리다 보면 나중에 발견한 단 하나의 실수로 서너 달 고민한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합니다. 흔하게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는 이층집을 구상하면서 계단 면적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결국, 그것을 나중에 알고 법규에 맞게 면적을 조정하다 보면 멋있게 꾸미려던 특별한 공간을 없애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또 흔한 실수는 사는 집의 화장실을 줄자로 재니 1.5m 폭이면 되겠다 생각하고 계획을 잡는 경우입니다. 1.5m의 폭은 벽체 중심선으로 따지면 1.7~1.8m 폭으로 벽을 세워야 가능한 치수입니다. 따라서 도면을 작성할 때 벽체 두께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몇 달을 고민해서 그린 도면이 의미 없는 휴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본인이 원하던 집이 20평 정도면 되는 줄 알았는데 25평 정도로 늘어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저러한 단순한 이유가 처음으로 도면을 그리는 일반인에게 대단히 낯선 작업일 수 있으며, 또 그런 단순한 오류가 결국 계획을 전부 다시 세워야 하는 상황으로 바뀝니다.
*
설계하다 보면 의뢰인이 바라던 많은 꿈을 포기하는 경우를 봅니다. 공사비와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하거나, 필요한 공간의 총면적은 30평인데 25평 이내였으면 좋겠다는 식의 정리되지 않은 계획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축사는 어쩌면 그런 꿈들을 냉정하게 포기시키는 일을 많이 합니다. 의뢰인은 대개 자신이 보유한 자금보다 더 많은 것을 꿈꿉니다. 그래서 꿈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그중에 포기하지 않고 실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바람과 여건상 포기하는 게 나을듯한 일장춘몽一場春夢을 선별하는 것도 건축사의 주된 일 중 하나입니다. 건축사가 포기하기를 권유하는 꿈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그 꿈 중에는 분명 조금씩 다듬어 가면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집의 모습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을 짓는 것은 매우 냉정한 작업입니다. 인터넷에서 본 예쁜 벽을 만들려면 비용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혹은 여기서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또한 사진으로 본 이미지가 실제 어떤 문제를 가졌는지 … 여러 가지 부정적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건축사의 역할입니다.
직접 자기 집을 그려 보고 싶다는 의뢰인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조언은 이렇습니다. 인터넷을 먼저 뒤지기보다 자기가 처한 조건을 먼저 확인하고 정리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혼자 그것을 그리려고 하지 말고 건축사와 함께 그리기 바랍니다. 건축사는 도면을 대신 그려주는 생각하는 도구입니다.
-
2018-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