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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봄볕 아래 탱글탱글 물오른 붕어를 낚는 강태공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화성시 매송면 송라리 송라저수지 상류 우측에 자리한 전원주택.

봄꽃으로 둘러 쌓인 이곳에도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정원을 가꾸느라 바삐 움직이는 이가 있다. 안양시 만안구에서 전기, 소방, 조경사업을 하는 동신전업 김동만 씨(62세)다. 4월 초, 대지 300평에 연면적 62평 2층 스틸하우스를 짓고 이주했다.건축주는 조경사업을 위한 농장을 조성하느라 80년대 후반부터 이곳에 1만여 평의 땅을 매입했다.

그 중 300평 대지에 2003년 4월부터 집을 짓기 시작한 지 꼬박 1년 만에야 입주한 것이다. 그린벨트지역이라 갖가지 규제에 발목이 잡혀 그동안 맘 고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건축일은 불과 3개월 남짓했는데 각종 서류더미에 치여 1년을 질질 끌었으니……. 일례로 입구에 십여 년 넘게 있던 기둥 세 개를 헐고 다시 세웠는데 관에서 가운데 것만 남기고 양쪽 기둥을 헐라고 하는 겁니다. 이제야 겨우 한시름을 놓고 맘 편하게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간 저나 시공사나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 집이 앉혀진 자리엔 약 30여 년 이상 된 한옥 1채(약 30평)와 2년 된 20평 정도의 슬래브집이 있었다. 건축주에게는 딸이 5명 있는데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딸만 빼고는 출가해 모두 근처에 살고 있다. 슬래브집은 주말주택 겸 농장일을 하려고 지은 것이다. 그런데 외손주들과 어울려 주말을 보내기엔 협소할뿐더러 불편하기까지 하여 부인조차 찾지 않았다.

당시 4층 사옥 맨 위층을 주택으로 사용하던 터라 건축주는 이참에 한옥과 새로 지은 슬래브집을 허물고 가족들을 위한 새 보금자리를 짓기로 맘을 먹었다. 그러던 차에 친구 소개로 신영건축사사무소 최길찬 소장을 만나 스틸하우스를 짓기로 한 것이다.

가족 간의 정이 싹트는 집
최길찬 소장은 부지를 보고, 흡사 어머니가 아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남쪽으로는 저수지 위를 시원스레 달리는 고속철도가 보이고, 서쪽엔 농장을 지나 구릉이 있으며 북쪽과 동쪽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대지를 감싸고 있다.

한 사찰에서 절터로 사용하도록 매매를 요구했을 정도로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땅이라고 건축주도 말한다. 최 소장도 그러한 지형 조건을 살려 설계·시공에 반영했다.

“이런 형상의 땅이다 보니 외벽이나 지붕의 색상을 흔한 하얀색이 아닌 연한 황토색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설익은 가을의 화려하지 않은 단풍들이 갈참나무 사이로 군데군데 섞인 듯한 연한 갈색 벽돌과 황금색 아스팔트 슁글을 선택했고, 액센트로 검은색 대리석(C-블랙)과 다소 진한 듯한 오일스테인을 칠한 방부목 사이딩과 넓게 둘러싼 부드러운 동판을 사용했습니다.”

평면 구성은 공용공간인 거실과 식당을 중심으로 배치했다. 거실과 식당 그리고 주방에서 바라보이는 주된 조망의 방향은 저수지가 보이는 남쪽이 아니라 동남쪽에 꾸며지는 정원이다. 이 정원을 덱(Deck) 속까지 깊이 끌어들여 다시 2층의 발코니와 서재까지 정원을 연결시킨 것이다.

실제 주방에서 스크린을 내려놓고 창을 통해 중정(中庭)을 바라보면 대나무(烏竹) 그림자가 실루엣처럼 번지면서 바람에 흔들린다. 시원하고 싱그러운 느낌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이 대나무 그림자는 겨울 햇살엔 아주 따뜻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또한 현관에서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픈식 세면대가 나온다. 농장일을 하고 실내로 들어올 때 편리하게 손을 씻도록 배치한 것이다.

2층 서재와 공용침실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2층 발코니에선 1층 덱에서 깊이 빨아들인 대나무(오죽) 정원과 덱의 소나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막내딸 방을 서쪽에 배치했는데 이는 감수성이 강한 여학생의 성격을 고려해 별도의 남쪽 발코니를 주고 베이윈도우를 달아서 서남쪽으로 건축주가 정성을 들여 가꾸는 농장이 한눈에 펼쳐지도록 한 것이다.

최 소장은 우연이겠지만, 가을 낙엽이 지고 난 한가한 오후, 이 창에 서면 빨갛게 익은 홍시를 힘겹게 달고 있는 한 그루의 작은 감나무 가지가 정겹게 들어오고, 봄이면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감아 들어온다고 한다.

덱 난간은 나무로 처리하지 않고 마천석을 버너로 구워 장대석으로 붙였다. 이는 넓은 땅에 위치한 작은 볼륨의 집이 대지와 만나는 곳에서 좀더 큰 힘을 딛고 서는 느낌을 주고자 했으며, 색상으로는 황갈색의 흔한 단풍 속에서 그래도 정제된 맛의 조경용 단풍 같은 느낌을 주고자 한 것이다.

내부에서 덱을 바라보면 마천석 버너구이 두겁석 밑으로 C-블랙이 깔려 있는데, 거실에 앉아서 이 대리석에 비친 덱의 소나무와 대나무 정원 모습도 좋은 소재가 되도록 꾸몄다.

이 집은 자연 속에 묻힌 채 사면으로 그 숨결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형상이다. 특히 남쪽에서 북쪽으로 낸 커튼월과 열 십(十)자로 설계한 데는 건축가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인터뷰 참조).

최 소장은 시공하는 동안 설계, 자재, 공법 선정 등 많은 부분에서 재량권을 부여해 준 건축주에게 건강한 삶과 행복함이 깃들기를 바라면서 이 집을 바친다는 말을 남겼다. 田

■ 시공사 인터뷰
- 열 십(十)자에 담은 뜻은
이 집은 동서로 길게 되어 있지만, 1층 동쪽 끝 주방이나 2층 동서쪽 끝 덱 그리고 딸의 방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서로 연결돼 있다. 긴 복도를 연결하는 중간벽들에 여러 개의 창(내부 고정창 포함)을 내 서쪽의 감나무와 목련이 보이도록 시각적 동선을 직선화한 것이다. 이런 시각적 동선처리는 남북으로도 이어져 앞마당에서 커튼월을 통해 집 뒤 얕은 산의 진달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기법은 현관문 밖에서도 현관문의 중간에 뚫린 유리와 중문유리를 통하고 마지막으로 공용화장실 전실을 통해 북쪽의 산이 보이도록 했다. 그 이유는 실제로 복잡한 평면이라도 시각적이지만 열 십(十)자 식으로 크로스시켜 집안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하여 가족 간 서로의 관심거리를 좁히고자 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커튼월을 둔 이유는, 북쪽의 산을 바라볼 때 보는 사람은 북쪽을 보지만 그 산의 위치에서 보면 남쪽의 산이 되도록 한 것이다. 남쪽의 산은 해가 잘 들고 통풍이 좋아 계절의 변화에 따른 식생의 변화를 빨리 가져다 주므로 봄의 색과 가을의 색상을 잘 표현한다. 그러므로 북쪽을 향하는 창도 충분히 두었으며 집으로 가려진 그늘진 부분도 최대한 줄이고자 커튼월을 통과한 햇살이 북쪽의 산에 전달되도록 하였다.

■ 글·사진 윤홍로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화성시 매송면 송라리
·대지면적 : 198.13평(655.00㎡)
·건축면적 : 37.62평(124.38㎡)
·연 면 적 : 60.18평(198.96㎡)
·층 수 : 지상 2층
·구 조 : 스틸하우스
·외벽마감 : 벽돌 + 방부목 사이딩
+ 커튼월(복도)
·지붕마감 : 동판각재심기
+ 아스팔트 슁글
·덱(Deck) : 바닥(방부목 Hem-Fir)
+ 난간 (마천석 버너 구이
+ C-블랙)
·내부마감 : VP+실크벽지

·바 닥 재 : 수입 온돌마루
+ 이태리타일
(RAGU+PALATIUM)
·창 호 : AL-WOOD 유럽식 시스템창호
·방 문 : 천연무늬목 후레쉬 도어
·몰 딩 : MDF 위 천연무늬목
·창틀/문틀 : MDF 위 천연무늬목
·핸드레일 : 평철접기 위 에폭시 페인트

■ 설계·시공 : 신영건축사사무소
<050-2710-0494, 011-9710-0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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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월에 자연을 담은 화성 62평 2층 스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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