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영동고속도로 확장과 중앙고속도로 개통 그리고 주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전원주택 요지로 떠오른 곳이 원주권이다. 여기에 2010년까지 제2영동고속도로와 서울-원주간, 원주-강릉간 복선전철이 완공될 예정이라 주목할 만하다.

그 가운데서 치악산권으로 통하는 원주와 새말, 신림나들목 등에서 20여 분 거리에 산과 계곡을 낀 곳이 각광을 받고 있다. 상주용보다는 주말·레저용 전원주택지인데, 여가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새롭게 자리매김을 한 ‘베이스 캠프’용이라 할 수 있다.

넉넉잡고 1시간 정도 드라이브를 하면 강원도 내 유명관광지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수도권보다는 조령산맥 이남의 대구·경북권 수요자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신림나들목에서 20여 분 떨어진 신림면 구학리 불당골의 경우, 1년 전만 해도 치악산을 마주보는 자리에 펜션 한 채만 덩그러니 자리했다. 현재는 펜션뿐만 아니라 주말주택과, 전원카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다.

황토마을 동호인단지가 그 중심에 서 있는데, 한 원주민은 “예전엔 전쟁을 피해 들어 온 피난민들이 화전을 일궈 입에 겨우 풀칠을 했던 곳인데 변해도 너무 변했다”고 말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화전민촌이었으나, 정부에서 이들을 이주시키고 그 자리에 낙엽송을 심었다. 그렇게 해서 수령 30여 년 된 낙엽송이 불당골을 빽빽하게 감싸고 있다.

낙엽송은 일찍이 목구조 전통가옥이나 황포돛배의 몸통을 만드는 자재로 쓰였다. 지금도 낙엽송을 잇고 붙여 구조용 집성재로 가공해 목조주택을 짓는 데 사용한다. 황토마을 동호인단지도 부지를 조성할 때 베어낸 낙엽송을 구조재로 사용하고 있다.

국산 낙엽송과 황토벽돌로 지은 퓨전주택
황토마을 동호인단지에는 일곱 채의 집이 들어설 예정인데, 산자락을 헤집고 흐르는 맑은 계곡 우측에 자리한 집이 눈길을 끈다.

낙엽송과 황토벽돌을 혼합한 28.5평 퓨전주택으로 다용도실과 주방이 딸린 오각거실은 낙엽송을, 구들방과 욕실 쪽은 황토벽돌을 쌓아서 완성했다. 산자락을 떠받치려는 듯 처마를 길게 뽑은 지붕에는 굴참나무 너와를 얹어 토속미가 물씬하다.

건축주는 대구에서 비전건설사를 운영하는 장호열 씨로, 이 집을 설계·시공한 ‘통나무와 흙벽돌’ 대표 안영식 씨의 대학원 선배다. 안 씨는 땅을 매만지는 도시계획학을 전공했는데, 지금 일종의 외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땅을 팔아야 했는데, 그냥 팔면 헐값밖에 받지 못해 전공을 살려 땅을 포장(개발)해 가치를 높였어요. 개발 계획을 세워 오지도로개발 예산을 따내 길을 닦고 공장을 가동할 만큼의 전기를 끌들이고 해서 일부를 매각했죠.

그 걸로 본격적인 단지 조성에 나섰는데, 오지다 보니 모델하우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형님과 함께 구학산방을 지은 게 계기가 돼 전원주택에 손을 대고 있어요.”

이 집은 안영식 씨가 숙련된 목수들과 함께 여덟 번째로 지었다. 나무를 다듬어 엮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각사각’ 마당에 깔린 쇄석(碎石) 밟는 소리가 경쾌하다.

아름드리 나무의 껍질만 깎아 내 기둥을 세우고 너와를 얹은 계곡 옆의 정자가 산촌의 정취를 더한다. 이곳에 걸터앉아 집을 바라보니 가을 들녘만큼이나 벽이며 지붕이며 온통 황토색이다. 울타리라야 고작 나무를 깎아 등을 넣어 만든 기둥에 걸어 둔 줄 두 개가 전부다.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오르니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황토벽돌과 낙엽송을 쌓은 각기 다른 벽체가 어우러져 있다. 황토벽돌은 경기도 여주 인토문화연구소에서 황토에다 볏짚을 손으로 이겨 빚어 보름 이상 숙성시킨 것이다.

1년에 일주일 이상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산간이라 황토벽돌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쌓아올렸기에 벽 두께가 30센티미터에 달한다.

낙엽송으로 쌓은 벽체는 그 틈새를 황토로 메우고 내부는 아마인유를, 외부는 투명한 오일스테인을 발라 나무의 질감이 배어 난다. 또한 비로부터 벽체를 보호하고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처마를 1.6∼2미터로 뽑고 그 밑에 툇마루 격인 덱을 둘렀다.

지붕에 얹은 굴참나무 너와는, 요즘 산판(山坂)이 줄어들어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산판은 대개 나무에 물이 내리기 시작하는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벌어지는데, 그곳을 수소문하여 1년간 집 지을 재목을 구해야 한다.

굴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얹으면 굴피집, 세로로 쪼갠 송판을 얹으면 너와집이다. 너와는 현장에서 방수액에 20∼30분 담가 방수처리를 한 것으로 수명은 30년 정도다.

집터는 경사면을 절개하여 다진 후 콘크리트 기초를 했다. 땅 모양을 살려 오각으로 낸 거실 바닥에는 벌레가 꾀지 못하게 숯가루와 모래, 소금(20가마)을 깔고, 보일러 배관 후에 다시 모래와 소금, 황토를 깔았다.

숯가루는 너와를 만들고 난 껍질이나 자투리를 태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바닥을 깔고 나니 열 전도율이 높아 보일러를 조금만 가동해도 훈기가 가득하다.

거실에서 군불을 때는 온돌방에는 열기가 고르게 분산되도록 고래를 아(亞)자로 내 구들장을 얹은 후 황토를 바르고 삼베를 깔았다. 벽면은 원주 전통한지로 마감했고, 앉아서 산을 바라보게끔 창을 냈다.

주말·레저용 주택이다 보니 방에 들인 세간이라야 선반에 얹어진 이불과 목침(木枕)뿐이라 선방(禪房)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한다.

북쪽에 창을 낸 주말·레저용 전원주택
현관을 지나 미닫이문을 열면 육중한 원목 마룻보와 대들보, 서까래, 기둥이 꽉 차게 들어온다. 북동향으로 앉혀진 28.5평의 아담한 집으로, 주방이 딸린 거실이 50퍼센트를 차지해 온돌방과 다용도실, 화장실이 협소한 편이다. 건축주는 상주용이 아닌 주말·레저용 전원주택이다 보니 방의 크기나 향에는 구애를 안 받는다고.

“대구에서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면 이곳까지 두 시간 남짓 걸리는데, 가족이나 친지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면 날을 넘겨 잠들기 일쑵니다. 주로 거실에서 잠을 청하기에 방도 그만하면 족하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맘놓고 밀린 잠을 자니 눈부신 햇살은 오히려 방해만 될 뿐입니다.”

전통가옥에서는 서까래 위에 알매 흙을 받쳐 기와를 이기 위해 가는 나무 따위로 엮은 산자를 얹는다. 그런데 이 집은 서까래 위에 산자 대신 OSB합판을, 알매 흙 대신 단열재를 얹은 후 다시 OSB합판을 덮고 방수시트를 두 겹 깔아 굴참나무 너와를 얹었다.

서까래 틈새로 드러난 OSB합판에는 황토를 칠해 마감했다. 천장에 진흙을 올릴까도 생각했지만 균열이 가 흙가루가 떨어지면 번거로울뿐더러 외풍의 원인이 되기에 피했다고 한다.

한편 요즘 좋은 자재들이 쏟아져 나와 그걸 사용하면 공기도 줄어 여러 모로 경제적이라고 한다. 이 집을 통해 주거 목적에 따라 좌향(坐向)이나 집 구조가 바뀌고, 건축 자재의 발달에 따라 시공 기술도 바뀐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건축주는 이 집을 짓고 서울에서 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에 다니는 딸이 모이는 기회가 잦아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친지들과도 더욱 가깝게 지내게 됐다고.

“이 집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바쁘다는 핑계로 온 가족이 한 곳에 모이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대구에서 서울에서 대전에서 주말여행 가는 기분으로 다들 모입니다. 친지들도 같은 고기라도 이곳에서 구워먹는 맛은 다르다며 언제 또 모이냐고 성화예요. 한 마디로 가족에겐 화목을, 친지들에겐 정을 잇게 하는 집이죠.”

다람쥐 쳇바퀴처럼 시계바늘에 쫓기는 경쟁사회에 살다 보니 언제부턴가 우리보다는 나라는 존재가 앞서게 됐다. 집 안에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대화하기보다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여기에 대한 저항으로 표출된 것이 요즘 유행하는 웰빙, 즉 ‘참살이’일 것이다. 장호열 씨의 화목한 주말·레저용 전원주택을 통해 집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참살이 집’을……. 田

■ 글 윤홍로 기자/ 사진 조영옥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구학리 불당골
·대지면적 : 340평
·건축면적 : 28.5평
·건축구조 : 흙벽돌+통나무 퓨전주택
·외벽마감 : 흙벽돌 줄눈마감+통나무 황토 메움
·내벽마감 : 흙벽돌 위 황토 모르타르, 통나무 황토 메움
·천장마감 : 노출 서까래
·바닥마감 : 온돌마루
·식수공급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건 축 비 : 평당 350만 원

■ 설계·시공 : 통나무와 흙벽돌(011-814-1939)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주말·레저용으로 지은, 원주 28.5평 통나무·황토 주택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