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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자락 깊은 곳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전원주택. 이 집은 백창현(58세) 씨와 부인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할 수 있는 한 우리 부부가 손수 짓기로 했지요. 그런데 막상 부딪쳐 보니 쉽지 않더군요.”

백창현·유영옥 부부는 노후 자연과 더불어 살 맘으로 손수 전원주택을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7남매 중 장남인 건축주는 여섯 동생을 훌륭히 교육시키면서 푼푼이 저축한 돈으로 72년 공매를 통해 12만 평의 산을 장만했다. 당시 ‘조그마한 산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부모님의 소망을 이뤄주자는 맘에서 막연하게 불모지나 다름없는 산을 구입했다. 그런데 십여 년이 지난 후, 이곳에 도로가 뚫리면서 좋은 땅으로 바뀌었다. 건축주는 ‘누군가는 이 산을 가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쓸모없는 땅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산을 일구며 노후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사랑과 열정으로 이룩한 전원생활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 것은 1998년, 건축주는 32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면서 터를 닦기 시작했다. 도로공사를 하면서 나온 돌을 주워다 축대도 쌓고, 진입로에서부터 안마당까지 주목과 영산홍, 단풍나무를 심는 등 조경을 가꾸었다. 산의 일부분은 과수원을 만들 양으로 호두나무와 사과나무, 감나무 등 유실수를 심기도 했다. 하지만 유실수는 이곳 환경과 맞지 않았는지 자라지 않았다.
그런 작업을 해나가는 틈틈이 전문 서적을 탐독하며 건축을 배웠다. 전원주택 관련 잡지에 소개된 집의 맘에 드는 부분만을 모아 일일이 스크랩했다.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기에 건축을 이해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집은 튼튼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선택하고, 직접 설계했다. 주변 환경과 산세를 살펴가며 나름대로 꼼꼼하게 한다고 했지만,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쳐 90여 차례 설계를 변경했다. 그렇게 해서 2002년 봄부터 건축주 부부가 직접 시공했다. 처음엔 전문 업체에게 맡기려고 했으나, 자금이 여의치 않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식이었다. 공사 중 어렵고 힘들었던 적도 많았고, 심지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욕실 천장공사를 할 때, 부러진 전기 톱날이 오른팔에 튀어 수십 바늘을 꿰맨 것. 부인은 신경과 뼈를 다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며,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집 짓는 일이 행복했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살 집을 직접 짓는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힘은 들었지만 세상 사는 맛이 났고, 이게 참 행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봄부터 시작한 공사는 그해 가을 완공됐지만, 그 전인 여름에 미리 입주를 했다.

자연을 향해 열린 공간
집은 산의 경사를 적절히 살려 계단식으로 조성한 부지의 맨 윗부분에 앉혔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모양이 꼭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앞으로는 계곡이 흐르고 있어 휴양지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집 입구에 이르자 하트 모양의 정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소나무를 중심으로 하트모양으로 꽃과 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사랑을 나누는 터전으로 가꾸겠다는 건축주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정원 또한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단장해 놓았는데, 그 솜씨가 놀라울 정도다. 조경석을 이용 돌계단을 만들고, 곳곳에 정원수와 야생화를 빼곡하게 심어 놓았다. 또 고추며 콩, 상추, 가지, 옥수수 등 온갖 종류의 야채와 별도로 200평 정도의 영산홍 밭을 가꿨다. 집은 300평 대지에 1층 10평, 2층 35평, 3층 15평을 합쳐 총 60평에 이른다. 외벽은 시멘트 사이딩에 연한 하늘색 페인트로 칠했고, 산세와 맞물리도록 설계한 박공지붕에는 아스팔트 슁글을 얹었다.

내부는 건축주 부부보다는 손님 위주로 공간을 배치했다고 한다.
“친구나 친척, 또 성당에서 기도하러 많은 손님이 오곤 합니다. 그래서 손님을 위해 방이 부족하지 않도록 공간 배치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누구든 이곳에 오는 사람은 환영하고, 머무는 동안 최대한 편안하게 쉬었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3층 중 2개 층이 손님을 위한 공간이고, 이것도 모자라 건축주가 사용하는 2층 공간의 반을 게스트 룸으로 꾸몄다.

1층 선큰룸은 욕실과 간단한 주방기구가 딸린 큰 방으로 구성하고, 노래방 기기를 설치했다. 세미나 장으로 활용하거나 단체 손님이 왔을 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2층 내부는 현관을 기준으로 두 공간으로 분리시켰는데, 좌측은 건축주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이고 우측은 침실과 욕실, 주방이 딸린 게스트 룸이다. 건축주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은 거실과 식당 겸 주방, 서재, 침실, 욕실, 다용도실로 아담하게 공간을 배치했다. 부부만 생활하기에는 거실이 다소 넓어 보이지만 아늑하게 꾸며져 있다. 따스한 햇살이 풍부하게 들어오는 전면창으로 대둔산의 풍광이 눈 가득히 들어온다. 한쪽 구석에 매입해 놓은 벽난로는 보조 난방기구로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겨울철 간식을 요리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손님이 찾아왔을 때 벽난로 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수 재배한 고구마를 구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거실에서 이어지는 주방은 화이트 톤의 가구로 산뜻하게 연출했고, 주부의 동선을 고려해 주방 옆으로 다용도실과 창고를 두었다.

3층은 리빙룸, 방 2, 욕실, 다용도실로 구성했다. 지붕의 박공라인을 그대로 살린 거실 천장은 루바로 마감하고 서까래를 노출시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러명이 앉아서 식사나 회의를 하도록 커다란 탁자도 비치했다. 방에는 별도의 욕실과 주방기구를 들여놓아 독립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처마 밑 공간을 활용하여 만든 작은 다락방은 기도나 명상을 하는 장소로 적당해 보인다. 거실이나 방을 통해 발코니로 나서면 대둔산 자연경관을 맘껏 감상할 수 있어, 풍성한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다.

사랑이 가득한 곳으로
“무섭지 않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처음 한 달 정도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살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더라고요.”
건축주 부부는 2년 간 살다보니 이젠 이곳을 벗어나 도회지로 나가기가 싫다고 한다. 일 때문에 종종 도시로 나가면 답답해서 빨리 돌아오게 된다는 것. 부인은 처음에 전원생활을 반대했다. 남편이 힘들 거란 생각에서였다. 결국 전원생활을 갈망하는 남편의 뜻을 따랐고, 남편의 일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열심히 일했다. 건축주는 집 짓고 전원생활을 하기까지 아내의 힘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거라며 늘 감사하는 마음이란다.

건축주는 지금까지 아내에게서 배우고 받아온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싶다고, 그래서 땅의 일부를 수녀원에 기증하기도 했고, 이곳을 사랑을 나누는 터전으로 가꿀 계획이란다. 田

글 박창배 기자 / 사진 조영옥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충남 논산시 벌곡면 덕곡리
·대지면적 : 300평
·연 면 적 : 60평(2층 35평, 3층 15평, 1층 선큰룸 10평)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
·외벽마감 : 시멘트 하드 사이딩+페인트
·내벽마감 : 실크벽지
·창 호 재 : 일반창호
·단 열 재 : 스티로폼
·식 수 : 지하수
·난방시설 : 심야전기보일러
·바닥마감 : 강화마루
·시공기간 : 2002년 봄∼가을

■ 설계 및 시공 : 직영 041-733-3373
019-836-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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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땀과 노력으로 지은 논산, 60평 3층 철근콘크리트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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