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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농촌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노래한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전문이다. 콘크리트 숲에 자리한 수많은 빌딩에는 사방으로 창이 나 있고, 그곳에선 언뜻 동쪽과 서쪽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의 복잡한 아파트촌을 떠나 이 시의 지은이처럼, 남으로 커다란 창을 내고 자연을 더욱 가까이 느끼며 살고 있는 김규진 씨의 집을 찾았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자리한 이 집은 넓은 마당과 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대형 거실창을 두 면에 걸쳐 설치했다. 남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가득 받고 있는 것은 물론 2층과 계단을 올라가는 부분에도 아치형(Arch)창을 설치해, 창의 아름다운 곡선도 감상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마을 모임에 늘 참석하는 김규진 씨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항상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전원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면 고즈넉한 자연 풍경에 인적이 드문 한가로운 모습을 얘기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마을 안에 우리가 살 집이 있고, 매일 마을길을 오가며 살아야 할 곳인데 무엇보다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바탕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원주택을 짓고 이주한 사람들 중에 간혹 도시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현지민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또한 출퇴근 시간이나 거리 등을 감안해야 하는데 그저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만 빠져 지역을 선택한다면 금세 도시 생활이 그리워지겠죠. 아무리 멋진 자연이 가까이 있어도 출퇴근 하는데 2~3시간이 걸리고, 주변에 이웃이 하나도 없다면 그때 느끼는 적막감이나 고단함은 이내 전원생활을 질리게 만들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생활권과 가까운 지역을 둘러봐야


의정부 시내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규진 씨는 이곳의 부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 출퇴근 거리를 첫번째 기준으로 삼았다. 전원의 여유 있는 풍경을 즐기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에만 치중하다 보면 정작 매일 생활하는 지역과 멀어져 이동하는 시간과 경비 등에 무리가 따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그는 자녀들도 모두 성장하고, 맞벌이를 하는 부인과 함께 일이 끝난 후에는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루종일 업체 사람들을 만나고, 이동하는 중에도 업무에 관한 통화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하지만 사업체까지 전원으로 같이 옮겨갈 수는 없고, 그렇게 알아보기 시작한 지역이 의정부에서 가까운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이다. 마을 안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고, 총 1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조용한 곳이다. 광릉수목원 근처이지만, 주변에 카페촌이나 모텔 등 유흥업소도 없어 마음에 쏙 들었다고. 부부가 출근하는 곳까지는 자동차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은 모두 의정부 시내의 대형 마트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남향(南向)으로 햇살이 풍부한 실내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거실의 두 면에 설치한 대형 창이다. 이중의 유리 사이에는 햇빛 조절이 가능한 블라인드 기능을 추가했는데 먼지가 앉거나 잦은 작동으로 인한 고장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1층 거실은 높이가 7.5미터에 이르는 꽤 높은 천장을 갖고 있다. 천장의 높이에 맞춰 창을 설치하다 보니, 크게 위아래 부분으로 나눠 각각 리모콘으로 작동할 수 있게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아치형 창을 설치해 햇살의 부드러운 느낌을 더하고 있다. 2층 복도에도 대형 아치창을 설치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통 건축주가 사용하는 안방에만 욕실을 따로 두지만 이 집에는 두 자녀가 쓰는 방에도 각각 욕실을 만들었다. 또한 지붕의 경사진 면을 이용한 벽장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딸이 사용하는 방에는 돌출창을 설치해 작은 공간을 사용하게 했고, 아들 방에는 다락방 느낌의 침실을 따로 만들어 아늑함을 더했다.


외부 침입에 대한 걱정 없어


어느 정도 자녀가 성장한 후에는, 많은 사람이 전원으로의 이주를 생각하고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부부도 그러한 두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독일식 시스템 창호를 사용해 안전시설을 대체했다. 김규진 씨가 사용한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잠금장치가 사방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한쪽 창만 잠그고, 나머지 창 잠그는 것을 가끔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 창호는 하나의 잠금장치로 창 전체가 잠겨 안전성이 뛰어나다. 또한 창 전체를 여는 것과 별도로 위아래로 한 뼘 미만의 폭만큼만 열 수 있는 틸트(Tilt) 기능이 더해져 실내온도의 큰 변화 없이 환기를 시킬 수 있다.


집 안에 사용된 모든 창에는 방탄필름을 입힌 유리를 사용해 혹시나 있을지 모를 외부 침입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했다. 1층 주방 창에는 거실과 달리 블라인드나 커튼을 설치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실내가 보이지 않을까 했지만, 주방 창은 모두 반사코팅유리 제품을 사용해 안에서만 밖이 보이기 때문에 주방과 식당에서도 뒷마당의 전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 집의 바로 아래쪽에는 김규진 씨의 처남 식구들이 2004년 7월에 입주해 살고 있다. 건강이 나빠진 처남에게 전원으로의 이주를 적극 추천했고, 이곳으로 온지 한 달이 지나자 처남의 건강은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전원에서 사는 재미에 빠져 주변 사람을 하나둘 가까이로 불러모은 것이 지금은 모두 4채의 집이 위아래로 다정하게 자리잡았고, 한 가족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입주한 지 4개월 밖에 안 됐지만, 도심의 아파트에서 지내며 가졌던 전원의 막연한 두려움은 잊은 채, 김규진 씨 가족 모두는 전원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田



글 사진 조영옥 기자

■건축정보


· 위 치 :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 대 지 면 적 : 530평

· 연 면 적 : 85평

· 건 축 구 조 : 목조주택

· 지붕마감재 : 아스팔트 슁글

· 창호마감재 : VEKA-DRIUM

· 외부마감재 : 슬레이트석

· 내부마감재 : 석고, 산호석

· 바닥마감재 : 대리석, 황토, 강화마루

·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 급 수 : 지하수

· 시 공 기 간 : 2004년 6월~11월


● 설계 · 시공 : 홈빌더 대표 정관영 011-755-7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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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낸 창에 햇살 가득한 포천 85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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