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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상·최규숙 부부는 집은 편안한 쉼터이자 재충전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도시의 아파트에서 탈출(?)해 전북 완주군 구이면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모악산 도립공원을 배경으로 구이저수지를 굽어보는 곳에 자리한 68평 복층 목조주택으로, 편안하고 튼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구이저수지 쪽으로 좌향을 잡았는데,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연상하듯이 거실 전면과 처마선을 ‘V’자형으로 돌출시켜 창을 많이 냈다. 아기자기한 것보다는 고풍스러운 걸 좋아하는 건축주는, 내벽과 천장 마감재가 나이테와 옹이가 그대로 드러난 원목 루바라 그 자체가 자연 인테리어라며 흡족해 한다.




전주시에서 토목회사를 운영하는 김춘상(53세)·최규숙(49세) 부부는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부인 최규숙 씨는 이전에 살던 아파트는 3층에다 앞에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가슴이 옥죄였다고 한다. 좌우상하로 각기 다른 세대가 덕지덕지 달라붙은 아파트에서는 사업상 받은 스트레스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2년 전 문득 집은 편안한 쉼터이자 재충전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아파트는 오히려 사람을 속박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전원주택을 짓기로 맘먹고, 맘에 와 닿는 땅을 찾아 완주군 일대를 그야말로 샅샅이 훑고 다녔지요. 한편으로는 어떤 형태의 목조주택을 지을까 고민하면서 경기도 양평과 청평, 부산 심지어 지난 여름에는 억수같이 퍼붓는 빗줄기를 뚫고 강원도 인제의 내린천을 찾았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발품을 판 끝에 전북 완주군 구이면에 600여 평의 농지(논)를 매입했다. 완주군 상관~구이 간 4차선 전주시 우회국도 개통으로 회사까지 넉넉잡고 20여 분이면 족하고, 면소재지라 각종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부지 서쪽에는 모악산 도립공원이, 동쪽에는 구이저수지가 자리하여 마음에 와 닿았다.


집터는 농지 300평을 대지로 전용하여 모악산을 배경으로 구이저수지를 바라보도록 동향으로 잡았다. 집터와 모악산 도립공원으로 향하는 진입로 사이에는 넓은 텃밭을 둬 완충 역할을 하도록 했다. 물론 토목공사는 토목회사를 운영하는 건축주가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논일 경우에는 겉흙을 걷어내고 성토를 한 후, 대개 1년이 지나서 건물을 앉힌다. 지반이 자리잡기 전에 건축을 하면 침하로 인해 건물에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집은 건축을 앞당기려고 토목공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때문에 건축비보다 토목공사비가 더 들었을 정도다.


“겉흙을 깊이 걷어내고 중기 덤프트럭 130대 분량으로 4미터를 성토한 후, 롤러를 이용해 연약 지반을 다졌어요. 그리고 60센티미터 콘크리트로 평기초를 하고, 그 위에 줄기초를 한 후에 자갈을 채우고, 다시 평기초를 했어요. 토목회사를 운영했기에 가능했지, 아마 다른 사람들은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하긴 주위에서 무모하다고 했으니까요.”



저수지 조망을 살린 공간 배치


건축주는 시공업체를 선정할 때, 무엇보다 시공 능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전국 여러 군데의 목조주택 전문 시공업체를 방문한 끝에 부산의 한솔목조주택으로 결정했다. 한국목조건축협회 회원사일 뿐만 아니라 시공 실적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한솔목조주택에서 시공한 여러 채의 전원주택을 방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목조주택 건축에 관한 정보를 많이 습득했어요. 알아야지 무엇을 요구하더라도 제대로 하잖아요. 시공사에 평당 얼마에 지어달라기보다는, 우리 집은 이런 형태에 이런 자재로 짓겠다며 견적 산출을 의뢰했어요. 그리고 견적 금액만큼 지불할 테니 정석대로 지어 줄 것을 요구했어요. 인근 예술인마을에서 목조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우리 집을 시공할 때부터 줄곧 지켜보았는데, 전주에서 가장 짜임새 있고 튼튼한 목조주택이라고 말하는 걸 보니 한솔목조주택에서 제대로 지은 것 같아요.”


설계 협의를 할 때는 아름다운 집보다는 살수록 편안하고 튼튼한 집을, 또 모든 공간에서 구이저수지를 조망하도록 배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하여 일조량보다는 조망을 우선해 좌향을 동쪽으로 틀고,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연상하듯이 거실 전면과 처마선을 ‘V’자형으로 튀어나오게 하여 창을 많이 냈다. 시각적으로 전면뿐만 아니라 측면의 일부 조망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고풍미와 실용미로 짜임새 강조



골조는 2″×6″로 세우고, 장선은 2″×10″로 깔고, 천장에 노출된 마룻대와 서까래는 공학목재인 글루램을 사용했다. 벽체 구조를 보면 샛기둥 사이에 인슐레이션(R-19)을 채운 후 안팎으로 구조용 판재인 OSB 합판을 댔다. 그리고 내벽에는 단열과 방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마그네슘 석고보드 두 장을 덧댔다. 외벽에는 덮개막을 씌운 후, 1″×8″ 시더 베벨 사이딩으로 마감했다. 또 바닥재는 강화마루로, 내벽과 천장은 원목 루바로 마감했다.


모든 창들은 의자에 앉은 높이에서 바깥을 조망하도록 냈는데, 일반 수입산보다 2등급 더 높은 국산 페어글라스 시스템창호를 사용했다. 전면으로 일부 돌출시킨 거실 좌우측의 하프라운드 창틀은 수작업으로 본뜬 것이다. ‘ㄷ’자형 계단과 2층 복도의 난간동자와 난간대도 수작업으로 만들어 투박하면서도 튼튼해 보인다.


실내 구조를 살펴보면 현관을 중심으로 1층 좌측은 건축주 부부의 독립공간이고, 우측은 공용공간이다. 그리고 2층은 두 자녀와 방문객을 위한 공간으로 구획했다. 1층에는 드레스-룸과 욕실이 딸린 안방과 거실, 화장실, 주방 겸 식당, 다용도실, 수납공간을 배치했다. 식당에는 저수지를 바라보며 식사하도록 테이블을 배치하고, 그 앞에는 야외 식사를 위한 넓은 덱을 놓았다. 김치냉장고와 세탁기를 들인 다용도실에는 집 뒤로 통하는 문을 냈다.


2층에는 방 하나를 뒤로 물려 젊은 취향에 맞는 작은 거실로 꾸몄다. 테이블에 앉아 낮에는 저수지를, 밤에는 천창을 통해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건축주의 어린 조카들이 좋아하는 공간으로, 부모들이 1층 거실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안전하다. 건축주는 아기자기한 것보다는 고풍스러운 걸 좋아하는데, 내벽과 천장 마감재가 나이테와 옹이가 그대로 드러난 원목 루바라 그 자체가 자연 인테리어라며 흡족해 한다.



자연을 향해 활짝 열린 공간



건축주는 올해 1월 20일 이곳으로 이사하고부터는 회사에 잘 안나가게 된다며, 재택근무를 생각하고 있다. 목조주택 옆에는 기둥-보 방식으로 지은 작은 황토집이 있는데, 그곳을 아예 사무실로 사용할 요량이다.


“젊어서부터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했어요. 아파트에 살 때는 몸은 피곤해도 주말마다 격포나 여수 등 바닷가를 찾았지요. 아파트는 답답해서 도저히 견뎌내지 못하겠더군요. 그런데 이곳으로 이사한 후로는 지금까지 여행을 한 번도 안 갔어요. 아침마다 사색을 하며 모악산에 오르고, 텃밭에서 새순이 꿈틀꿈틀 흙을 밀어내며 올라오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즐겁고 상쾌하거든요. 어디 그뿐입니까? 아파트에 살 때는 일요일이면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났던 남편이 여기에서는 새벽같이 일어나 유리도 닦고, 나무도 심고… 전혀 딴 사람이 됐어요.”


집 앞 잔디정원 한쪽에는 바비큐장이 있고, 양옆에는 각종 유실수와 푸성귀를 심은 300여 평의 텃밭이 자리한다. 최규숙 씨는 맏딸이자, 맏며느리라 친지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2층에 자녀방 외에 두 개의 손님방을 들인 것도 이들을 맞기 위함이다.


살구며 감, 대추 등 유실수마다 조카들의 이름이 적힌 푯말이 달려 있다. 집들이를 할 때, 조카들에게 자연을 통해 사랑과 희망의 가치를 일깨워 주려고 묘목을 직접 심도록 한 것이다. 건축주 부부는 속박의 공간인 아파트에서 갇혀 지냈던 아이들이 이 곳에서 나무는 잘 크는지, 꽃이 피었는지, 열매는 맺었는지 살피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한다. 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대 지 면 적 : 300평

·연 면 적 : 68평

·건 축 형 태 : 복층 목조주택(2″×6″)

·실 내 구 조 : 1층 - 안방, 거실, 욕실, 다용도실, 주방

2층 - 방 4, 욕실, 미니 거실

·외벽마감재 : 시더 베벨 사이딩(1″×8″)

·내벽마감재 : 원목 루바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바 닥 재 : 강화마루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식 수 공 급 : 지하수

·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

■설계·시공 : 한솔목조주택 051-583-8697∼8 www.hansoll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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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록 아름답고 편안한, 전북 완주 68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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