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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건강을 생각해 황토집을 짓자고 부인에게 제안한 신용주 씨. 그는 동갑내기 부인 박영순 씨와 전원에서 노후를 보내고자 천안시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에 부지를 마련하고, 조망을 고려해 서향으로 현대식 목구조 황토집을 지었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선택한 만큼 멀리보고 생명력 넘치는 삶을 가꾸어 가겠다는 이들 부부의 보금자리인 천안의 황토집을 찾았다.





건축정보

·위 치 : 천안시 유량동

·대지면적 : 330평

·건축면적 : 59평

·건축형태 : 목구조 황토집(한식 홑처마 기와)

·벽체구조 : 황토벽돌 및 전돌

·외벽마감 : 황토벽돌 줄눈마감

·내벽마감 : 황토미장+한지벽지

·지 붕 재 : 한식 기와

·바 닥 재 : 이건 청마루+한지 장판

·창 호 재 : 세살목창 +우드새시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재래식 아궁이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시공 : 행인 흙 건축 031-338-0983

www.hangin.co.kr



건축주의 열정과 시공사의 기술력이 만나



“5년 전 전원생활을 결심하고 이리저리 땅을 알아보던 중 태조산에 둘러싸인 채 천안시를 한눈에 조망하는 이 부지를 마련했어요.”

박영순 씨는 이렇듯 천안 중심지 지척에 나무랄 데 없는 부지를 마련하고 이제 집까지 지었으니 지난날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한편으로 부동산 가치도 부쩍 상승했다고 귀띔한다.

이 집은 특이하게도 서향으로 앉혀져 있다. 박영순 씨가 천안시의 야경에 반하기도 했지만 집은 남향으로 앉혀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행인흙건축(대표 이동일)과의 설계 협의 때, 첫째 요구 사항도 전망을 고려해 서쪽으로 좌향坐向을 잡아 달라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흙집을 짓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기둥과 보를 못 하나 쓰지 않고 사개맞춤한 후 지붕을 얹어 벽체를 쌓는 과정이 정말 신기했어요.

당시 매일같이 찾아와 목수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 보면서 일손도 거들고… 남들은 집 지을 때 몇 킬로씩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데 오히려 흥이 났어요.”



삶을 담아 내는 그릇인 집에 대한 박영순 씨의 열정은 유달리 강해 보였다. 스스로 건축일에 참여하고자 각종 건축 관련 박람회며 잘 지었다는 집은 위치를 불문하고 찾아다녔을 정도다. 이러한 열정은 주위의 우려를 살 정도였다. 그것이 흙집만을 고집하며 수많은 실험을 거쳐 현대 한옥과 흙집의 원형을 만들어 가는 행인흙건축과 만나 멋스러운 한옥을 탄생시켰다.

서향집의 단점을 창호로 보완해



이 주택은 외관에는 고풍스러움을, 실내에는 편리함을 담아 낸 현대식 한옥으로 2006년 4월 10일 착공해서 9월 12일 완공을 보았다. 전통 한옥이 사랑채와 안채로 채나눔을 했다면 이 주택은 그것을 한 공간에 엮었다. 각각의 공간을 큼직큼직하게 드리다 보니 전체 규모가 59평으로 커졌다. 자연 넓고 높은 지붕을 떠받치는 기둥과 보의 자재도 거기에 맞추다 보니 뼈대도 웅장해졌다. 기둥의 경우 보통 한옥에서는 8치×8치×9자인데, 이 주택은 1자×1자×10자나 된다. 팔작지붕에다 홑처마인데 완만하게 흐르는 선이 마치 하늘의 기운을 다소곳하게 받아 안은 듯하다.

보통 벽체는 기둥 사이엔 하방, 중방, 상방으로 뼈대를 짜고 댓가지로 외를 엮어 심벽치기 후 황토 미장을 하거나, 흙벽돌을 쌓아 줄눈마감을 한다. 그런데 이 주택은 토방에서 중방까지 전돌(검은 벽돌)을 쌓고 그 위에 큰 흙벽돌을 쌓아 줄눈 마감을 했다. 비바람으로부터 외벽체를 보호해 주는 처마도 제법 길게 뽑았음에도 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돌을 사용한 것이다. 그로 인해 지붕의 기와와 전돌 색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내부는 ‘ㄷ’자형으로 양옆은 겹집을, 중앙은 홑집을 떠올리게 한다. 양쪽 전면에는 거실과 안방을 거리를 두고 배치해 기능에 충실하게 했다.

박영순 씨는 거실 천장을 무겁게 느껴지는 오량 대신에 삼량을 택했다. 거실 뒤에는 구들과 보일러 겸용 딸 방을, 배치 안방 뒤에는 파우더 룸, 욕실 그리고 손님 방을 배치했다. 손님 방을 안방과 복도를 통해 출입이 가능하도록 한 점이 특이하다. 마지막 중앙에는 주방 겸 식당과 아들 방을 배치했다.



이 주택에는 북쪽을 제외한 삼면에 창을 많이 냄으로써 서향집의 단점을 보완했다. 창은 이중으로 설치했는데 내부는 목재 띠살창을, 외부는 목재 분위기가 나는 우드 새시창을 달아 단열성을 높이면서 한옥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가족과 함께 마음의 밭을 일궈



거실 처마 밑에 두른 쪽마루와 그 옆에 놓인 정자에 누우면 청명한 가을하늘이 쏟아지는 듯하다. 한편 쪽마루와 정자 그리고 저온창고에 자리한 수확물들은 전원의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내가 밭을 일궈 가꾼 채소나 과일을 먹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도시의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박영순 씨는 넓은 마당에 정원을 만들기보다 1000평이나 되는 텃밭을 먼저 일궜다. 그 넓은 텃밭을 관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터인데 노동이라기보다는 마음의 밭을 일군다는 생각으로 즐긴다고. 그러한 부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딸은 집안일에, 아들은 밭일에도 적극적이다.

“내년 봄에는 잔디를 깔고 차차 소박한 조경을 시작해 텃밭과 어울리 도록 할 계획으로 있어요. 내년과 내 후년에는 좀더 달라져 있을 거예요.”



하루 이틀 살집이 아니기에 평생 가꿀 요량으로 박영순 씨는 멀리보고 계획했다.
쪽마루에 걸터앉아 전원에서의 여유로운 삶은 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것임을 새삼스레 생각해 봤다. 가을 햇살 아래 가족 모두 비록 서툴지만 힘을 보태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에서…….田


정덕현 기자·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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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을 찾아 흙에 살리라 천안 60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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